‘과대 포장’ 택배 상자...20% 줄인 CJ대한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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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은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상품 주문부터 포장,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풀필먼트 센터는 물류 업계의 ESG 활동 거점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ESG] ESG Now
CJ대한통운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박스 크기를 찾아내고 접착식 라벨을 없애는 등 친환경을 실천하는 동시에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박스 리빌딩 시스템’을 도입해 배송 박스 크기를 19%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접착식 라벨 대신 박스에 직접 바코드를 표기하는 ‘먹물 분사형 바코드’를 통해 코팅 라벨지 사용량도 4년간 6400만 장이나 절감했다.
CJ대한통운은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친환경 포장 방식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물류업계에서도 단연 높은 수준의 ‘ESG 패키징’ 프로세스 구축을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택배 산업이 확대되면서 택배 박스의 과대 포장 문제는 계속 지적되고 있다. 풀필먼트센터들이 작업 효율성 때문에 상품 크기와 상관없이 동일한 종류의 박스를 사용하면서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기반 박스 리빌딩(재구축)’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박스 리빌딩은 그간 이뤄진 고객의 주문 정보와 상품별 체적 데이터를 조합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택배 주문자에게 최적화된 크기의 박스를 찾아내 물류 현장에 투입하는 시스템이다. 3개월간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바탕으로 상품 규격, 주문 등을 반영해 112억 가지 경우의 수를 조합해 10종의 최적화된 박스 크기를 찾아냈다.
CJ대한통운은 이 기술을 지난해 군포 풀필먼트센터에 우선 적용했고, 그 결과 박스 크기를 1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올해부터는 곤지암, 용인, 여주 등 총 5개 센터로 확대 적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보다 2배가 뛴 평균 19%의 박스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배송 박스 크기가 줄면서 골판지 사용량이 줄었을 뿐 아니라 박스 안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넣는 완충재 사용량도 크게 감소했다. 당연히 테이프 등 택배 상자 포장을 위해 쓰이는 부자재 사용량도 줄었다.
더 많은 박스를 싣는 게 가능해지면서 택배 배송 트럭 운행 1회당 배송 가능 물량도 늘어났다. 트럭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서 탄소배출량이 절감되는 효과도 톡톡히 봤다는 것이 CJ대한통운 측 설명이다.
‘오징어 먹물’ 기술로 라벨지 없애
CJ대한통운은 빅데이터 역량을 활용해 코팅된 바코드 라벨지를 없애는 데도 성공했다. 여러 종류의 상품을 함께 포장하는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박스 측면에 바코드를 표기하는 일이 필수다. 물류센터에서 작업자가 박스에 담아야 할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박스에 표기된 바코드를 스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대부분의 물류업체에서는 별도로 종이를 코팅한 라벨지를 만들고 박스에 부착하는 공정이 추가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9년부터 바코드 라벨을 부착하는 대신 바코드를 박스에 직접 잉크로 새겨 넣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제 먹물은 아니지만, 오징어가 먹물을 뿜듯이 잉크 분사기가 박스 측면에 바코드를 새기는 모습 때문에 물류현장에서는 이를 통상 ‘오징어 먹물 바코드’라고 한다. 분사기 측면에 오징어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CJ대한통운이 지난 7월까지 잉크 분사 바코드를 통해 대체한 ‘코팅 라벨’ 수량은 약 6400만 개다. 라벨지 넓이가 가로·세로 각각 7cm, 5cm이므로 전체 면적을 계산하면 총 44만8000m2로, 축구장(7140m2)의 63배 규모에 달한다.
라벨 16개가 A4 용지 1장 크기고, A4 용지 1만 장을 생산하는 데 30년생 나무 한 그루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년 반의 시간 동안 총 800그루의 30년생 나무를 살린 셈이다.
라벨 제작에 수반되는 플라스틱 필름 코팅과 접착제 등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고려하면 친환경 효과는 이보다 2~3배 이상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CJ대한통운 측 설명이다.
자원재활용법 대비...친환경 기술 제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박스 리빌딩 기술과 바코드 표기 기술이 결합하면서 작업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 자동제함기가 박스 하단을 접으면 잉크 분사기가 박스 측면 골판지 표면에 바코드를 자동으로 새긴다. 타 업체와 달리 작업자가 원하는 박스 크기를 시스템에 설정하고 해당 규격 박스를 설비에 입력하면 자동화 설비를 통해 박스를 조립(제함)해 물류 포장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 이미 바코드가 인쇄된 배송 상자가 사용되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박스 속 완충재 투입, 테이프 부착, 송장 부착 작업도 모두 무인으로 진행된다. 완충재 투입 작업의 경우 3D 스캐너가 빈 공간을 측정해 필요한 완충재 사용량을 계산해 자동으로 투입하는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이전처럼 작업자가 상품 크기를 육안으로 살핀 후 박스나 완충재를 임의로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과대 포장을 예방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향후 먹물 분사형 바코드 표기, 주문별 최적의 박스 투입, 종이 포장 부자재 사용 등 ‘ESG 패키징’ 방식을 다른 풀필먼트센터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불필요한 과대 포장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친환경 패키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빅데이터와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패키징뿐 아니라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친환경적 요소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한국경제 기자 kyh@hankyung.com
CJ대한통운은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친환경 포장 방식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물류업계에서도 단연 높은 수준의 ‘ESG 패키징’ 프로세스 구축을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택배 산업이 확대되면서 택배 박스의 과대 포장 문제는 계속 지적되고 있다. 풀필먼트센터들이 작업 효율성 때문에 상품 크기와 상관없이 동일한 종류의 박스를 사용하면서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기반 박스 리빌딩(재구축)’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박스 리빌딩은 그간 이뤄진 고객의 주문 정보와 상품별 체적 데이터를 조합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택배 주문자에게 최적화된 크기의 박스를 찾아내 물류 현장에 투입하는 시스템이다. 3개월간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바탕으로 상품 규격, 주문 등을 반영해 112억 가지 경우의 수를 조합해 10종의 최적화된 박스 크기를 찾아냈다.
CJ대한통운은 이 기술을 지난해 군포 풀필먼트센터에 우선 적용했고, 그 결과 박스 크기를 1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올해부터는 곤지암, 용인, 여주 등 총 5개 센터로 확대 적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보다 2배가 뛴 평균 19%의 박스 크기를 줄일 수 있었다. 배송 박스 크기가 줄면서 골판지 사용량이 줄었을 뿐 아니라 박스 안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넣는 완충재 사용량도 크게 감소했다. 당연히 테이프 등 택배 상자 포장을 위해 쓰이는 부자재 사용량도 줄었다.
더 많은 박스를 싣는 게 가능해지면서 택배 배송 트럭 운행 1회당 배송 가능 물량도 늘어났다. 트럭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서 탄소배출량이 절감되는 효과도 톡톡히 봤다는 것이 CJ대한통운 측 설명이다.
‘오징어 먹물’ 기술로 라벨지 없애
CJ대한통운은 빅데이터 역량을 활용해 코팅된 바코드 라벨지를 없애는 데도 성공했다. 여러 종류의 상품을 함께 포장하는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박스 측면에 바코드를 표기하는 일이 필수다. 물류센터에서 작업자가 박스에 담아야 할 상품의 종류와 수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박스에 표기된 바코드를 스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대부분의 물류업체에서는 별도로 종이를 코팅한 라벨지를 만들고 박스에 부착하는 공정이 추가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9년부터 바코드 라벨을 부착하는 대신 바코드를 박스에 직접 잉크로 새겨 넣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제 먹물은 아니지만, 오징어가 먹물을 뿜듯이 잉크 분사기가 박스 측면에 바코드를 새기는 모습 때문에 물류현장에서는 이를 통상 ‘오징어 먹물 바코드’라고 한다. 분사기 측면에 오징어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CJ대한통운이 지난 7월까지 잉크 분사 바코드를 통해 대체한 ‘코팅 라벨’ 수량은 약 6400만 개다. 라벨지 넓이가 가로·세로 각각 7cm, 5cm이므로 전체 면적을 계산하면 총 44만8000m2로, 축구장(7140m2)의 63배 규모에 달한다.
라벨 16개가 A4 용지 1장 크기고, A4 용지 1만 장을 생산하는 데 30년생 나무 한 그루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년 반의 시간 동안 총 800그루의 30년생 나무를 살린 셈이다.
라벨 제작에 수반되는 플라스틱 필름 코팅과 접착제 등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고려하면 친환경 효과는 이보다 2~3배 이상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CJ대한통운 측 설명이다.
자원재활용법 대비...친환경 기술 제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박스 리빌딩 기술과 바코드 표기 기술이 결합하면서 작업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 자동제함기가 박스 하단을 접으면 잉크 분사기가 박스 측면 골판지 표면에 바코드를 자동으로 새긴다. 타 업체와 달리 작업자가 원하는 박스 크기를 시스템에 설정하고 해당 규격 박스를 설비에 입력하면 자동화 설비를 통해 박스를 조립(제함)해 물류 포장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 이미 바코드가 인쇄된 배송 상자가 사용되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박스 속 완충재 투입, 테이프 부착, 송장 부착 작업도 모두 무인으로 진행된다. 완충재 투입 작업의 경우 3D 스캐너가 빈 공간을 측정해 필요한 완충재 사용량을 계산해 자동으로 투입하는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이전처럼 작업자가 상품 크기를 육안으로 살핀 후 박스나 완충재를 임의로 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과대 포장을 예방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향후 먹물 분사형 바코드 표기, 주문별 최적의 박스 투입, 종이 포장 부자재 사용 등 ‘ESG 패키징’ 방식을 다른 풀필먼트센터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불필요한 과대 포장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친환경 패키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빅데이터와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패키징뿐 아니라 물류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친환경적 요소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한국경제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