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김남길 인터뷰 /사진=오퍼스 픽쳐스 제공
'어느날' 김남길 인터뷰 /사진=오퍼스 픽쳐스 제공
"연기만 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죠. 요즘에는 사람들을 만나며 치이고 하니까 이 생활이 '참 힘들구나'라는 생각도 해요. 사람이다보니 우울증도 겪고 심리상담도 받고요."

영화 '어느날'을 들고 관객을 찾은 김남길(37)이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3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내가 배우를 안 한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돈이 많으면 연기할꺼야?'라는 질문을 한다면 예전 같았으면 투자가 안되는 작품을 제작도 하고 연기할 거라고 멋있게 대답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나를 위해 살고 싶네요."

그는 "한 몇 년은 유학도 가고 다른 데 가서 살아 보고, 여행도 하고... 그런 상상을 한다"면서도 "이렇게 얘기하고서는 '다음 작품 뭐하지?' 라고 묻는다"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김남길은 연기 외에 "잘 하는 게 없다"라고 했다. 그는 "뭘해도 연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회적 관심을 갖는 문제들도 연기로 풀어내는 편"이라며 "그게 단점이기는 하다"라고 설명했다.

예전의 김남길은 장첸이나 양조위의 모티브를 갖고 '그 배우, 이런 연기는 잘해' 하는 특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김남길의 연기철학은 조금 달라졌다.

"유작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히스 레저와 장국영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유작, 대표작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잖아요. 관객들이 제 작품을 봤을 때 '배우가 진짜 힘들었겠다', '이만큼의 몰입도를 가지고 연기했겠다' 싶은 연기를 하고 싶네요. '유작이 돼도 여한이 없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입문한 김남길은 드라마 '선덕여왕'(2009), '나쁜남자'(2010), '상어'(2013),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 '무뢰한'(2014), 그리고 지난해 '판도라'까지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인생작을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매번 감성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는 하지만 김남길은 '어느날'을 통해 보통사람들의 내면 밑바닥에 켜켜히 쌓아둔 아픔을 건드리고 또 치유한다.

'어느날'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미소(천우희)가 유일하게 자신을 볼 수 있는 강수(김남길)를 만나 간절한 소원을 들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된다.

이 영화에서 김남길은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삶에 대한 희망 없이 살아가는 보험회사 직원 강수 역을 맡았다.

'어느날'은 판타지라는 장르적 모험에도 불구하고 강수와 미소, 두 캐릭터의 감정을 억지스럽지 않은 톤으로 담담하게 전달한다.

그는 '어느날'에 대해 "속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윤기 감독이 용기를 냈습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이 이걸 하겠다고요?'라며 의아해했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네가 가진 유쾌함을 가져오고 수위는 내가 잘 조절하겠다'라셨어요. 이 영화의 장점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화 '어느날'은 오는 4월 5일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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