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자화상을 블랙코미디로 승화시킨 슬픈 걸작.” “전(前) 가정부가 저택의 벨을 누르는 순간부터 이 영화는 장르가 바뀐다. 역대급 꿀잼영화.” “‘계획’만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우리네 사회구조의 냉혹하고도 잔인한 현실이 세련된 연출력으로 수석처럼 무겁게 가슴을 누른다.” “냄새로 서로를 알아보고 경계하고 구분짓는 동물들의 세계와 우리 사회는 참 닮아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기생충’이 나흘 만에 관객 336만 명을 끌어모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기생충’이 나흘 만에 관객 336만 명을 끌어모았다. /연합뉴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관객들의 호평 속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지난 2일까지 336만 명을 모았다. 기생충의 투자사 관계자는 “이 영화의 순제작비 135억원, 마케팅 및 배급 비용을 합친 총제작비는 170억원”이라며 “4~5일께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이미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327만 명)를 뛰어넘었다. 그동안 칸 영화제 수상작들은 작품성·예술성은 뛰어나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선입견 때문에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2007·이창동 감독)은 171만 명,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2009·박찬욱)는 224만 명을 동원했다. 2010년 각본상을 받은 ‘시’(이창동 감독)는 22만 명에 그쳤다.

기생충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예술성과 상업성을 절묘하게 섞은 봉 감독의 작품 세계를 흥행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반전 덕분에 재미있다”며 “앞부분은 계획된 사기극이고 후반부는 스릴러 공포”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계획 파트에는 블랙유머가 있고, 무계획 파트에는 반전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때린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봉테일’로 불리는 섬세한 각본과 연출로 다양한 해석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견고한 빈부격차를 데칼코마니처럼 펼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가난한 집이 송강호가 잠에서 깨는 장면으로 시작하듯, 부잣집도 조여정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전개된다. 송강호네 식구들이 식사하듯, 조여정네도 ‘짜파구리’를 먹는다. 부자나 빈자나 기본적인 욕구는 비슷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삶의 풍경은 대조적이다. 비가 올 때 조여정네 아이는 마당에 텐트를 치고 놀지만, 송강호네 집에는 구정물이 넘쳐나는 식이다.

봉 감독은 빈부격차에 대한 시대상을 뛰어나게 반영했다는 평가다. 영화 ‘하녀’에서 주인은 가정부를 성적 노리개로 착취하지만, ‘기생충’에서 주인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요즘 부자들이 그렇듯 자신들만의 공간에 누가 틈입하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한다.

황금종려상 수상작 프리미엄도 흥행에 한몫했다. 중년 주부인 김상숙 씨(57)는 “평소 영화를 잘 안 보지만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봤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