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 하정우/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 하정우/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하정우에게 영화 '백두산'은 남다른 작품이다. 주연으로 출연한 것은 물론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으며 캐스팅까지 직접 나섰다. 이병헌, 마동석, 배수지 등 '백두산' 주요 배역을 연기한 배우 모두 하정우가 직접 나서 캐스팅했다.

영화 '백두산'이 역대 12월 개봉작 오프닝 스코어 신기록을 갈아치운 다음날 만난 하정우는 "지금 몸상태가 최악"이라고 하면서도 "우리 영화가 1000만(관객)이 될 거 같은데 부정탈까봐 말하지 않겠다"는 특유의 유머로 '백두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백두산'을 찍다가 다리가 다쳐 큰 수술도 받았지만 "재밌는 작품이 나오는게 우선"이라며 특유의 웃음을 보였다.

영화 '백두산'은 아직도 살아있는 화산인 백두산이 대규모 폭발로 한반도가 위기에 놓인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작품.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해 전유경(전혜진)은 지질학자 강봉래(마동석)의 이론에 따른 작전을 계획하고, 전역을 앞둔 특전사 대위 조인창(하정우)이 남과 북의 운명이 걸린 비밀 작전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작전의 키를 쥔 북한의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과 만나게 된다.

하정우는 예기치 않게 백두산 작전을 이끌게 된 특수부대 대위 조인창 역을 맡았다. 전역 대기 중에 미사일 해체를 담당하는 기술진으로 북한에 가게 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얼떨결에 작전의 책임자가 되는 인물. 어떻게든 작전을 수행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정우는 작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는 캐릭터를 깊이있는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진지함과 유머를 고루 갖춘 인간적인 매력을 조인창을 통해서도 발휘했다.

2014년 '백두산'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던 하정우는 "오랜 시간 준비했던 작품"이라며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봤다.
영화 '백두산' 하정우/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 하정우/사진=CJ엔터테인먼트
▲ '백두산'의 또 다른 주연 배우인 이병헌을 직접 섭외했다고 하더라.

리준평 역으로 배우가 누가 좋을까 생각했고, 모두가 이병헌 형을 원했다. 병헌이 형과는 '싱글라이더'를 하면서도 '백두산'을 찍자고 했고, '미스터션샤인' 찍을 때 다시 연락을 드렸다. '주말에 읽고 답을 주마'라고 하셨는데, 긍정적인 답변이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 같이 해보니 어떻던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병헌이 형은 막연하게 '우주 슈퍼 대스타' 같은 느낌이지 않나. 그런데 이 작품으로 가까워지면서 시간을 보내보니 인간적이었다. 털털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좋은 인간미를 느꼈다. 연기할 땐 에너지가 참 좋은거 같더라. 악마같은 느낌도 들어서 '이 열정까지 계산된 건가' 싶었다. 그래서 별명을 '악마'라고 지어주고 싶었는데 본인이 '알랭 드롱'을 밀어서 '알랭 드롱 하세요'라고 했다.
/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 왜 '백두산' 이란 작품에 끌렸나.

영화적으로 재밌을거 같았다. '투모로우', '볼케이노' 이런 재난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했고, '백두산' 폭발 자체가 재밌을 거 같더라. 그리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조인창이란 캐릭터가 '더 락' 니콜라스 케이지 같은, 나사 풀린 흐물흐물한 느낌이라 흥미로웠다.

▲ '백두산'은 재난영화이지만 '아마겟돈'과 비슷한 느낌도 있다.

맞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아마겟돈'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병헌 형과 헤어지는 장면을 찍을 때 '아마겟돈'을 다시 보기도 했다. 그런데 (병헌이 형과) 우린 그 정도까진 아닌거 같더라.(웃음) 그래서 그렇게 찍었다.

▲ 삭제된 분량도 있나?

처음 지진이 나서 제가 아내 최지영(배수지)을 구하러 병원에 간다. 지영이가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제가 구해주는 장면이 삭제됐다. DVD에서 만나길 바란다.

▲ 애드리브도 많지 않았나.

극중 장갑차 안에서 병헌 형과 했던건 다 애드리브였다. 대원들과 무기창고 들어가기 전에 했던 장면들, 리준평과 처음 만나서 철창 앞에서 시작해 지휘관 사무실 앞에서 했던 말들도 애드리브다. 그렇다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하는건 아니다. 하루 전에 감독님과 배우들이 함께 시나리오에서 수정된 부분들에 대해 얘기를 한다.

▲ 하정우, 이병헌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아닌가. 함께 장면을 만들면서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데, 그럴땐 어떤 식으로 해결했나.

그런 적은 없었다. 리딩 때 영화에 대해 폭넓게 얘길 했고, 자유토론 식으로 막 던졌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감독들이 골라 쓸 수 있는건 골라쓰고, 전체적인 선을 정했다. 촬영을 할 때엔 그때그때 얘길했고, 대사가 수정된 부분도 협의해 가면서 했다. 사람이 체질이 다를 때 '넌 녹양체질이구나, 난 토양체질인데' 이런 식으로 말하고 문제가 안되지 않나. 우리도 그랬다. 회식때 형님은 와인을 좋아하고 전 소주를 좋아하는데, 그냥 다름의 문제이지 힘든 부분은 아니었다.

▲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을 거 같다.

병헌이 형은 좀 앉아있는다. 세트가 정리되거나 할 때 형은 '먹방 유튜버' 보면서 앉아있는다. 저는 무조건 나가서 걷는다. 형은 정적인 느낌으로 에너지를 비축하고, 저는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유지했다. 이것도 체질차이 같다.

▲ '백두산'을 기획부터 참여했는데, 지난해 기획부터 참여했던 또 다른 작품 'PMC: 더 벙커'와 주요 설정들이 비슷하다. 둘다 군인이고, 극한의 상황을 탈출해야하는 동기가 임신한 아내다. 이걸 바꿀 생각은 안했나.

제가 졌다. 감독님들과 제작자 분들이 이 설정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 자유롭게 얘기 할땐 '다른 설정이 없을까' 많은 아이디어를 던졌다. 최종적으로 임산부 아내 설정으로 결정됐다.

▲ 그럼에도 어제(19일) 개봉 첫날 스코어도 놓고, 평도 좋다.

기분이 좋다. '백두산'이 준비 기간이 길었다. 좋은 점을 많이 봐주시고, 다행스러운 부분인거 같다.
/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 '백두산'에서 인간 하정우가 제작자로서 참여한 지분은 어느 정도인가.

마동석 형과 이병헌 형에게 전화한 정도?(웃음) 마동석 형은 '신과함께' 끝나고 정신없을 때 출연을 확정시켰다. 그런데 형을 이 작품으로 한번도 못봤다. 촬영할 때도 한 번도 안 만나고 전화 통화만 했다. 심지어 마동석 형과 직접 통화하는게 아니라 연출부가 대신 읽어줬다. 포스터 촬영 할 땐 제가 다리를 다쳐서 저 빼고 따로 찍었다. 저 포스터는 합성이다.

▲ 그러면 배수지 캐스팅은 누구 아이디어였나.

그것도 제가 감독님에게 '수지가 어떻냐'고 물어봤다. 수지는 (동생 여자친구이자 같은 소속사 소속인)황보라랑 드라마를 찍으면서 친해져서 몇 번 봤다. 감독님과 얘기해보니 '너무 새롭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작사에서 시나리오 보냈다.

▲ 나이차이도 있고, 임산부 설정도 있어서 같이 연기하기에 부담도 됐을거 같다.

제가 알고 있는 수지의 성격은 굉장히 털털하고 과감하다. 그래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시나리오 보내면서 '이 설정까지 받아들일까' 싶기도 했다. 감독님께 '수지가 임산부 설정 빼달라 하면 어떻게 할꺼냐'고 물으면서 '8개월 차를 3개월로 바꿀까?' 이런 말도 했지만, 수지가 다 받아들였다. 어려서부터 가수를 해서 그런지 배포가 있더라.

▲ 애칭도 나오고 너무 달달했다.

'큐티쁘띠' 이 애칭은 사실 맘에 와닿지 않았다. 전 절대 안한다고 했다. 그래도 감독님들이 귀여운 애칭을 했으면 하더라. '코코넷네'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았다. '큐띠쁘띠'로 합의를 봤다. 달달한 장면을 찍을때도 너무 민망했다. 제가 볼이 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큰일났다' 싶었다. 저도 오글거리고 미칠거 같다. 매번 남자배우들과 찍어 어색하다.
/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사진=영화 '백두산' 스틸
▲ 다친 다리는 이제 괜찮나?

'백두산'을 찍다가 부상을 당했다. 그 후에 촬영을 하느라 치료받지 못한 상태에서 액션 장면을 찍는데, 다 자갈밭이고 그래서 누적이 돼 쌓이다가 마지막 촬영할 때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서 방향 전환을 하다가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나더라. 그 후에 주저 앉았다. 클로즈업까지 장면까지 다 찍고 병원에 갔는데 그 장면이 편집됐다. 병원에서 MRI 찍으니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마동석 형이 추천해준 이동국 선수가 수술한 곳에서 수술했다.

▲ 이제 CG 연기의 달인이 된 거 같다.

이제 블루스크린이 흔한 풍경이다. 이젠 많은 작품들이 그럴거다. '백두산'에서 강남역 일대가 무너지는 장면도 실제로 제가 강남역에 가서 찍은건 건물 올려다 보는 것밖에 없었다. 대로변은 오픈세트로 찍고, 골목 촬영은 따로 카 스턴트 팀이 촬영을 진행했다.

▲ 이제 '재난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수식어 자체가 맘에 들진 않는다. 딱 정해진거 거 같은 느낌이다. 그거에 대해선 영화가 재밌으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수식어를 잊게끔 새로운 장르를 선택해서 찍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연기도 하고, 제작도 하고, 연출도 하지 않나.

연출은 연기랑 다른게 매력인거 같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 배우는 그걸 받아서 소화를 하는 거고. 그런 창의적인 작업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 이전에 기자들이 주인공인 영화 쓴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고 있나.

3고까지 나왔다가 엎었다. 더 재밌는게 생각났다. 트리트먼트 정도 까지만 구상을 해 놓았다. 시나리오는 시작하지 않았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요즘 부동산 뉴스로 많이 보게됐다.

왜 이게 자꾸 세어나가서 알려지는지 모르겠다. 이런게 알려져서 박탈감을 드리는게 아닌가 싶고, 지극히 사적인 부분인데 그런 걸 접할 때마다 기분이 안좋다. 제가 본명이 따로 있는데 콕 찝어서 이슈가 돼 괜히 안 들어도 될 말을 듣고 있다. 영화로 이슈를 받고 해야하는데, 안타깝다.

▲ 유튜버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정우의 걷기학교'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황보라 배우가 그 콘텐츠로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같은 회사이기도 하고, 걷는 것에 관심도 많고 알려드리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을 하게 됐다.
영화 '백두산' 하정우/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백두산' 하정우/사진=CJ엔터테인먼트
▲ 동생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데, 직접 대표님이 되니 어떤가.


제 동생과 오래 함께 일했던 매니저가 운영하는거라 제가 한다는 느낌은 없다.

▲ 관객들이 '백두산'을 어떻게 보셨으면 좋겠나. 벌써 1000만 얘기가 나오는데.

1000만 예감은 있는데 말할 수 없다. 말로 던지면 복 달아 날까봐. 그냥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잘 봐주시길 바란다. 스코어에 대한 책임감은 주연 배우로서 항상 있다. 상업영화의 목적은 어쨋든 큰 사랑을 받는 거다. 그게 무덤덤해 지지 않는다. 매번 맞이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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