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용 작가 "'사이코지만 괜찮아' 는 내 연애의 반성문 같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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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조용 작가
'다름'을 포용하는 메시지 전해
기존의 남녀 설정 비틀며 더욱 지지 얻어
'다름'을 포용하는 메시지 전해
기존의 남녀 설정 비틀며 더욱 지지 얻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끝났지만 여운은 이어지고 있다. 16부를 통해 축적된 극의 메시지가 차근차근 쌓여온 덕분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처음 기획하고 마지막까지 마무리 지은 사람이 조용 작가다. KBS 2TV '저글러스'와 2부작 '옥란면옥'을 집필했고,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그의 3번째 작품이다. 조금은 다르지만 따뜻한 감성을 가진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전해왔던 조용 작가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조금 다른 주공들을 '비정상'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서로의 온기를 통해 그 쓸쓸함을 채워 달라"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했다.
조용 작가는 한경닷컴과 서면인터뷰에서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내 반성문"이라며 "아주 예전에 한 사람의 진심을 '낯설다'는 이유로 '비정상'으로 단정 짓고 멀리 도망쳐버렸던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시작된 이야기"라면서 극의 시작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글로 표현한 것 보다 각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과 연출 덕분에 더욱 생생한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훌륭한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들이 부족한 대본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셨습니다. 특히 박신우 감독님을 통해 진짜 많이 배우게 됐고, 배우들의 소름끼치는 호연을 보며 저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 짜릿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행운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제게 할당된 행운의 총량을 이 작품에서 다 써버린 거 같아 나중이 두려울 도로 이번 작품을 통해 너무 귀하고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고, 그 분들의 피, 땀, 눈물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 작가로서, 시청자로서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어떻게 봤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연출을 감독님이 참 많이 하셨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해가는 과정 속에서 참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독님이 특히 코믹적 센스나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연출에도 탁월하셔서 대본보다 훨씬 재밌고 감동적인 영상이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강태, 상태, 문영을 연기한 세 배우도 모두 그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고 그야말로 환상적인 호흡과 캐미였습니다. 매회 방송을 보면서 '오늘은 또 어떤 애드리브가 나올려나' 기대하는 재미가 무척 컸습니다.
▲ 처음에 어떻게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기획하고, 각각의 스토리를 구성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 드라마는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던 한 남자와의 제 연애담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정'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편견' 어린 시선과 '배척'을 넘어 '도망'으로 새드엔딩을 내버린 편협했던 저의 반성문 같은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저와 반대인 '강태'라는 단단한 인물을 통해 그때 제가 하지 못했던 인정과 포용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아가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너는 잘못이 없었다'고. 그러니 '부디 어디에서든 행복해주길'이라고 어떻게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집필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제가 가장 많은 치유를 받았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강태라는 캐릭터에게 감사했습니다. ▲ 작가로서 자신이 설정했던 캐릭터들과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어떻게 느껴졌을지.
주조연은 물론 특별출연했던 배우 분들까지 글로 표현된 캐릭터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화면에 등장할 수 있었던 건 각 배우분들의 탁월한 연기력 덕분이었습니다.
강태는 '김수현이 아닌 강태'를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어요. 피, 땀, 눈물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지요. 특히 9화 엔딩에서 싹싹 빌며 오열하는 장면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거 같습니다. 쓸 때도 정말 괴로운 장면이었는데 볼 땐 더 괴로워서 잠시 패닉이 될 정도로 너무나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었고, 심지어 능청을 떨거나, 요염을 부리거나, 취해서 앙탈을 부리는 씬들도 자유자재로 색깔을 확확 바꿔가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로 하여금 '쓰는 즐거움'을 주게 만드는 '탁월한 배우구나' 감탄했습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넘어 극 전체의 밸런스까지 맞춰서 강약을 조절해 연기하는 모습에 특히 더 감동했습니다.
상태는 자폐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심어주면 안되니까 조심스러웠고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오정세 씨는 자폐인 분들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과 '가까워지려' 진심을 다했고 그 진솔한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인간 오정세 씨를 존경하게 됐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오정세 씨는 상태가 되었고, '상태는 곧 오정세'였습니다. 대본의 대사와 지문을 건조하게 써도, 배우님이 눈물이 터지거나 감정이 솟구치면 그 감정대로 연기를 해주셨어요. 저나 감독님도 그 의견을 존중해서 나온 최고의 씬이 최종회에서 보여준 엄마 나무 앞에서 자신의 동화책을 읽는 장면입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고 많이 울었고 배우님의 선택이 맞았고 참으로 탁월했다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문영이는 배우가 특히 마음 고생이 심했던 캐릭터였는데, 서예지 배우님이 특유의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의 반전매력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특히 고라니에게 고함치는 씬과 강태에게 사랑고백하는 씬은 서예지 씨였기에 가능한 씬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특유의 저음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보는 저도 사랑에 빠질 뻔했거든요. 문영이의 최고의 씬은 6회 엔딩에서 엄마의 악몽에 짓눌린 채 신음하다가 강태의 품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꼽겠습니다. 보는 내내 소름이었고. 정말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아름다운 비주얼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예지씨의 진짜 진짜 매력은 중저음 목소리 속에 감춰진 '러블리'함인 거 같습니다.
▲ '사이코'는 이전까지 남자와 여자 설정을 비틀면서 색다른 재미를 줬다는 평이 있다. '강공' 여자주인공과 '조신' 남자주인공을 내세웠는데, 어떻게 이런 설정을 생각했나?
기존 드라마의 여성캐릭터를 뒤집어보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반사회적 인격성향이 있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정말 '막' 나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영이는 어른의 진짜 '사랑'과 제대로 된 '보호'를 받고 자라지 못해 애정에 굶주려있는 어린 아이로 성장이 멈춰있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래서 남을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호감'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 표현 방식도 무척 서툴고 일차원적이어서 남이 보기에 충분히 불편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영이의 '본능에 충실한' 부분이 강태의 가면을 벗게 해주었고 가면이 벗겨진 강태가 문영에게 '인내와 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게 되면서 서로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 따윈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 각자의 상처에만 중점을 두었습니다. ▲ 큰 관심을 모았던 것에 비해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내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는 아쉬움이 있을 것도 같은데.
탁월한 연출과 완벽한 연기였음에도 많은 시청자들을 이야기 속에 끌어들이지 못한 건 대본 탓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위안을 받고 있다는 시청자 분들의 반응이 차차 올라오면서 응원 속에 힘을 내서 후반부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등장한 동화들도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이번에 따로 발간까지 됐던데, 어떻게 구상하고 쓴 내용들인지?
동화 속 내용은 문영이라는 캐릭터와 깊이 연계 돼 있습니다. '너는 곧 나다', '너는 완벽한 창작품이다', '엄마 말에 순종해야 착한 딸이다', '너는 괴물이니 혼자 살아야 한다'…딸을 또 다른 자신으로 만들려던 엄마의 정서적 학대 때문에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지니게 된 문영입니다. 그 아이가 이 세상에 대고 '나 좀 살려주세요. 나 좀 구해주세요. 더 이상 나와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게 어른들이 도와주세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동화'였습니다. 그 표현방식이 좀 세고, 잔인해서 잔혹동화로 분류되기도 하고 결국엔 판매금지까지 당했지만 그건 한 아이의 간절한 외침이었고 잘못된 어른들을 향한 호소였습니다.
문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이 아이의 유일한 숨구멍이자 소통창구로 동화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영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자들만이 동화 속에 담긴 그 진짜 메시지를 발견해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식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기획할 당시엔 출판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대본 1~4부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박신우 감독님이 ''좀비아이'를 극중에서 잠깐 소개하고 끝낼 게 아니라 따로 출판을 해봐도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총 다섯 편의 창작동화가 책으로 출간되게 되었습니다.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그 책들은 아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동화를 거의 안 읽었습니다. 동화책보단 만화책을 달고 살았거든요.
동화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 기존 동화를 찾아서 비트는 시간보다 차라리 제가 극의 구성에 맞게 창작하는 게 더 쉽고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몇 편을 쓴 것이 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 작가가 정의하는 '사이코'가 궁금하다.
우리 드라마의 제목에서 대변되는 '사이코'는 사이코패스의 사이코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크고 작은 아픔이 있고 남들과 좀 '다르고 특이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는 이들을 일컫는 단어였습니다. 이 제목을 통해 '남들과 다르면 좀 어때?너는 너대로 괜찮고, 나는 나대로 괜찮잖아?' 이런 '별거 아닌' 위로를 제목 속에 함축해 담고 싶었습니다.
▲ 혹시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면?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이야기를 저는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일상에 지친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잠시나마 깔깔깔 웃게 되는 그 소소한 행복을 안겨드리고 싶어요. 실력은 부족하지만 감히 그런 이야기들을 아주 열심히 써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절대 포기 못하는 게 '개그코드'이기 때문에 코믹을 베이스로 해서 치열한 리얼 연애물이나 서로 상극인 인물들이 티격태격하는 휴먼 가족극을 써보고 싶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이 모든 이야기를 처음 기획하고 마지막까지 마무리 지은 사람이 조용 작가다. KBS 2TV '저글러스'와 2부작 '옥란면옥'을 집필했고,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그의 3번째 작품이다. 조금은 다르지만 따뜻한 감성을 가진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전해왔던 조용 작가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조금 다른 주공들을 '비정상'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서로의 온기를 통해 그 쓸쓸함을 채워 달라"는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했다.
조용 작가는 한경닷컴과 서면인터뷰에서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내 반성문"이라며 "아주 예전에 한 사람의 진심을 '낯설다'는 이유로 '비정상'으로 단정 짓고 멀리 도망쳐버렸던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시작된 이야기"라면서 극의 시작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글로 표현한 것 보다 각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과 연출 덕분에 더욱 생생한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조용 작가와 일문일답
▲ '옥란면옥' 이후 2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끝낸 소감이 어떤가.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훌륭한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들이 부족한 대본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셨습니다. 특히 박신우 감독님을 통해 진짜 많이 배우게 됐고, 배우들의 소름끼치는 호연을 보며 저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써 너무 짜릿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행운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제게 할당된 행운의 총량을 이 작품에서 다 써버린 거 같아 나중이 두려울 도로 이번 작품을 통해 너무 귀하고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고, 그 분들의 피, 땀, 눈물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 작가로서, 시청자로서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어떻게 봤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연출을 감독님이 참 많이 하셨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유해가는 과정 속에서 참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독님이 특히 코믹적 센스나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연출에도 탁월하셔서 대본보다 훨씬 재밌고 감동적인 영상이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강태, 상태, 문영을 연기한 세 배우도 모두 그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었고 그야말로 환상적인 호흡과 캐미였습니다. 매회 방송을 보면서 '오늘은 또 어떤 애드리브가 나올려나' 기대하는 재미가 무척 컸습니다.
▲ 처음에 어떻게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기획하고, 각각의 스토리를 구성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 드라마는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던 한 남자와의 제 연애담에서 출발했습니다. '인정'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편견' 어린 시선과 '배척'을 넘어 '도망'으로 새드엔딩을 내버린 편협했던 저의 반성문 같은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저와 반대인 '강태'라는 단단한 인물을 통해 그때 제가 하지 못했던 인정과 포용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아가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너는 잘못이 없었다'고. 그러니 '부디 어디에서든 행복해주길'이라고 어떻게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집필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제가 가장 많은 치유를 받았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강태라는 캐릭터에게 감사했습니다. ▲ 작가로서 자신이 설정했던 캐릭터들과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어떻게 느껴졌을지.
주조연은 물론 특별출연했던 배우 분들까지 글로 표현된 캐릭터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화면에 등장할 수 있었던 건 각 배우분들의 탁월한 연기력 덕분이었습니다.
강태는 '김수현이 아닌 강태'를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어요. 피, 땀, 눈물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지요. 특히 9화 엔딩에서 싹싹 빌며 오열하는 장면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거 같습니다. 쓸 때도 정말 괴로운 장면이었는데 볼 땐 더 괴로워서 잠시 패닉이 될 정도로 너무나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었고, 심지어 능청을 떨거나, 요염을 부리거나, 취해서 앙탈을 부리는 씬들도 자유자재로 색깔을 확확 바꿔가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로 하여금 '쓰는 즐거움'을 주게 만드는 '탁월한 배우구나' 감탄했습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넘어 극 전체의 밸런스까지 맞춰서 강약을 조절해 연기하는 모습에 특히 더 감동했습니다.
상태는 자폐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심어주면 안되니까 조심스러웠고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오정세 씨는 자폐인 분들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과 '가까워지려' 진심을 다했고 그 진솔한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인간 오정세 씨를 존경하게 됐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오정세 씨는 상태가 되었고, '상태는 곧 오정세'였습니다. 대본의 대사와 지문을 건조하게 써도, 배우님이 눈물이 터지거나 감정이 솟구치면 그 감정대로 연기를 해주셨어요. 저나 감독님도 그 의견을 존중해서 나온 최고의 씬이 최종회에서 보여준 엄마 나무 앞에서 자신의 동화책을 읽는 장면입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고 많이 울었고 배우님의 선택이 맞았고 참으로 탁월했다고 박수를 보냈습니다.
문영이는 배우가 특히 마음 고생이 심했던 캐릭터였는데, 서예지 배우님이 특유의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의 반전매력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특히 고라니에게 고함치는 씬과 강태에게 사랑고백하는 씬은 서예지 씨였기에 가능한 씬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특유의 저음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보는 저도 사랑에 빠질 뻔했거든요. 문영이의 최고의 씬은 6회 엔딩에서 엄마의 악몽에 짓눌린 채 신음하다가 강태의 품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꼽겠습니다. 보는 내내 소름이었고. 정말 최고의 연기였습니다. 아름다운 비주얼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예지씨의 진짜 진짜 매력은 중저음 목소리 속에 감춰진 '러블리'함인 거 같습니다.
▲ '사이코'는 이전까지 남자와 여자 설정을 비틀면서 색다른 재미를 줬다는 평이 있다. '강공' 여자주인공과 '조신' 남자주인공을 내세웠는데, 어떻게 이런 설정을 생각했나?
기존 드라마의 여성캐릭터를 뒤집어보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반사회적 인격성향이 있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정말 '막' 나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영이는 어른의 진짜 '사랑'과 제대로 된 '보호'를 받고 자라지 못해 애정에 굶주려있는 어린 아이로 성장이 멈춰있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래서 남을 위한 '배려'가 무엇인지 '호감'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 표현 방식도 무척 서툴고 일차원적이어서 남이 보기에 충분히 불편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영이의 '본능에 충실한' 부분이 강태의 가면을 벗게 해주었고 가면이 벗겨진 강태가 문영에게 '인내와 사랑'의 감정을 심어주게 되면서 서로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역할 따윈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들 각자의 상처에만 중점을 두었습니다. ▲ 큰 관심을 모았던 것에 비해 시청률은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내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는 아쉬움이 있을 것도 같은데.
탁월한 연출과 완벽한 연기였음에도 많은 시청자들을 이야기 속에 끌어들이지 못한 건 대본 탓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위안을 받고 있다는 시청자 분들의 반응이 차차 올라오면서 응원 속에 힘을 내서 후반부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등장한 동화들도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이번에 따로 발간까지 됐던데, 어떻게 구상하고 쓴 내용들인지?
동화 속 내용은 문영이라는 캐릭터와 깊이 연계 돼 있습니다. '너는 곧 나다', '너는 완벽한 창작품이다', '엄마 말에 순종해야 착한 딸이다', '너는 괴물이니 혼자 살아야 한다'…딸을 또 다른 자신으로 만들려던 엄마의 정서적 학대 때문에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지니게 된 문영입니다. 그 아이가 이 세상에 대고 '나 좀 살려주세요. 나 좀 구해주세요. 더 이상 나와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게 어른들이 도와주세요' 라고 외치는 소리가 '동화'였습니다. 그 표현방식이 좀 세고, 잔인해서 잔혹동화로 분류되기도 하고 결국엔 판매금지까지 당했지만 그건 한 아이의 간절한 외침이었고 잘못된 어른들을 향한 호소였습니다.
문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이 아이의 유일한 숨구멍이자 소통창구로 동화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영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자들만이 동화 속에 담긴 그 진짜 메시지를 발견해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식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기획할 당시엔 출판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대본 1~4부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박신우 감독님이 ''좀비아이'를 극중에서 잠깐 소개하고 끝낼 게 아니라 따로 출판을 해봐도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총 다섯 편의 창작동화가 책으로 출간되게 되었습니다.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그 책들은 아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동화를 거의 안 읽었습니다. 동화책보단 만화책을 달고 살았거든요.
동화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어서 기존 동화를 찾아서 비트는 시간보다 차라리 제가 극의 구성에 맞게 창작하는 게 더 쉽고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몇 편을 쓴 것이 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 작가가 정의하는 '사이코'가 궁금하다.
우리 드라마의 제목에서 대변되는 '사이코'는 사이코패스의 사이코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크고 작은 아픔이 있고 남들과 좀 '다르고 특이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는 이들을 일컫는 단어였습니다. 이 제목을 통해 '남들과 다르면 좀 어때?너는 너대로 괜찮고, 나는 나대로 괜찮잖아?' 이런 '별거 아닌' 위로를 제목 속에 함축해 담고 싶었습니다.
▲ 혹시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면?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이야기를 저는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일상에 지친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잠시나마 깔깔깔 웃게 되는 그 소소한 행복을 안겨드리고 싶어요. 실력은 부족하지만 감히 그런 이야기들을 아주 열심히 써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절대 포기 못하는 게 '개그코드'이기 때문에 코믹을 베이스로 해서 치열한 리얼 연애물이나 서로 상극인 인물들이 티격태격하는 휴먼 가족극을 써보고 싶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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