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남주혁, 큰 용기 줬죠"
"조제처럼 이별 앞에 담백하고 싶어"
자신을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에 나오는 '조제'라고 불러달라는 여자. 하반신 마비로 집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짓고 살아가는 조제는 우연히 만난 대학생 영석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배우 한지민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낯설고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조제'로 스크린에 돌아왔다.영화 '조제'는 '눈이 부시게'를 통해 애틋한 호흡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지민과 남주혁의 두 번째 작품이다. 한지민은 '조제'에서 12살 연하인 남주혁에게 큰 용기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3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한지민은 "'눈이 부시게' 때는 제가 남주혁에게 많은 용기를 줬다. 워낙 선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기도 한데 남주혁은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신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겸손한 배우기도 하지만 겁을 많이 내더라. 그땐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저와는 극 말미에 부부 관계까지 나오기 때문에 호흡을 편히 하려고 '잘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 부러웠다. 김혜자 선생님과 연기를 많이 해서. 저는 선생님 눈을 본게 딱 한 장면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눈이 부시게' 때는 남주혁에게 힘을 줬던 한지민이었지만 '조제'에서는 도리어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한지민은 "초반 영석(남주혁)의 촬영이 많아 제가 들어갔을 땐 이미 현장 적응을 많이 한 상태였다. 가까이서 조제 눈을 보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남주혁이라서 연기에 대해 제일 먼저 물어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엔 남주혁이 제게 용기를 많이 줬다. 영석과 할머니가 전부인 조제이기에 현장에선 남주혁 밖에 없었다. 정말 많은 대화를 했다. 그렇게 나이가 어림에도 성숙함이 많은 친구고 박학다식하다. 인생 이야기도 많이 하고 배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편히 의지하며 촬영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조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살고 있던 조제(한지민)가 우연히 만난 대학생 영석(남주혁)과 함께 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다. 한지민은 세상과 분리된 채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아온 조제 역할을 맡아 영석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알아가는 동시에 스스로를 아끼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내기 시작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한지민 표 '조제'는 원작과는 달리 이별보다 사랑 이야기에 큰 무게를 뒀다.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사랑을 마주하는 여러 감정의 단계를 밟는데 주력했다.
한지민은 "이별 과정을 길게 담지 않은 영화라 갑작스럽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있을거다. 감독과 제가 사랑과 이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라는 것은 관객분들에게 명확히 표현해 드리지 않는게 저희 영화의 차별점이었다. 제가 노력한 부분은 신들 안에서 주는 감정이다. 그것조차 표현하는 데 있어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제는 영석에게 담담히 이별을 고했다. 한지민은 "저는 그 반대다. 비워내기까지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지민은 사랑과 이별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한지민은 "이전에도 후회없을 만큼 사랑하자는 생각을 했지만 앞으로 사랑을 한다면 이별에 있어서도 조금은 담백하고 싶다. 특히나 다툼,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 하고 싶은 지점을 다 표현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앞으로 사랑하게 되면 나만의 화법으로 감정 하나, 하나에 솔직하고 싶다. 상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한지민은 "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작품 안에서 어려운 숙제를 마주하는 것 같다. '조제'는 매 신마다 어려웠다. 그래서 저에겐 가장 큰 성장통이었다. 개인적인 성장통도 함께 와서 더 진했다. 앞서 찬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더 깊이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영화 '조제'는 오는 10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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