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김태리 /사진=넷플릭스
'승리호' 김태리 /사진=넷플릭스

데뷔 6년차, 김태리의 필모그래피는 짧지만 알차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로 화려한 상업영화 데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까지. 김태리는 전형성을 벗어난 선택을 통해 다른 시대 속 새로운 인물을 자연스럽게 변주해왔다. 신예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얼마나 즐거운지 대중에게 느끼게 하는 배우 중 하나다. 김태리는 이번엔 '승리호'의 카리스마 선장으로 분해 2092년 우주로 시청자를 이끈다.

영화 '승리호'에서 김태리는 한때 악명 높은 우주 해적단의 선장으로 신분을 바꾼 후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를 이끄는 장 선장 역을 연기했다. '승리호'의 백미는 배우들의 합이었다. 김태리는 태호 역의 송중기, 업동이 역 유해진, 타이거박 역 진선규에 대해 "호흡이 너무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태리는 세 명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진선규와 첫 만남은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된 한 공연에서였다.

김태리는 "당시 진선규 배우는 '극한직업' 팀과 공연을 보러 왔더라. 그땐 타이거박(진석규 캐릭터)이 될지 모르고 있었는데, 진선규가 제게 오더니 속삭이며 '저 승리호에요'라고 말했다"며 박장대소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진선규의 인간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김태리는 "처음 만남부터 좋았다. 선한 느낌이 딱 보였다. 진선규가 특이한 점은 연기를 할 때 의심이 많다는 거다. 저도 한 의심 하는데 '의심친구'를 만나게 됐다. 둘이서 '이 정도 연기하면 되나'라며 머리를 맞댔다"고 설명했다.

5살 연상의 배우 송중기에 대해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데 너무 어른"이라며 칭찬했다.

김태리는 "저는 '아가씨' 할 때 주변의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지가 없었던 거다. 점차 나아지면서 주변의 사람들이 보였다. '승리호' 때 그걸 느끼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중기는 이미 그 중심에서 모든 스태프들을 다독이고, 챙기더라. 실제로 선장 역할을 누가 해야하냐고 묻는다면 단연 송중기를 꼽겠다"고 치켜세웠다.

유해진에 대해서는 "업동이는 유해진이 하나 하나 조각한 느낌"이라며 "시나리오에서 본 것보다 100배, 200배는 어렵더라. 저는 업동이는 못 할거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승리호' 김태리 /사진=넷플릭스
'승리호' 김태리 /사진=넷플릭스
'승리호'의 빌런을 연기한 영국 배우 리처드 아미티지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여기는 소통 같은 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혼자 집중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상대 배우를 너무 편하게 해 주셨다. 영어가 주는 톤의 변화가 있는데, 영어권의 연기는 한국어 연기와는 또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승리호'는 황폐해진 지구와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 돈을 벌기 위해 우주선을 개조해 우주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우주해적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여름 극장 개봉을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두 번이나 개봉을 연기하다 결국 넷플릭스 를 통해 190개국 시청자를 만났다. 공개 2일 만에 해외 28개국에서 1위, 80개국 이상에서 TOP 10순위에 드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김태리는 박찬욱 감독부터 김은숙 작가까지 브라운관,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많은 거장들과 작업해왔다. 어느새 새로운 흥행공식이 됐다. 작품을 고르는 그의 선구안에 칭찬을 쏟아내는 이들도 많다.

그는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감독님들 사시는 동안 많은 작품 해주셨으면 좋겠다. 외국 작품 말고 한국 작품해주셨으면 좋겠다. 제게 온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아가씨'도 큰 작품이었고 '미스터 선샤인'도 그랬다. 그 중에서도 '승리호'가 정말 컸다. 그런 데 있어서 부담이 조금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담감을 어떤 식으로 희석했냐면, '우리 영화는 중기 오빠가 주인공'이라며 농담하며 부담감을 내려놨다. 부담이란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부분이 있지만 연기 하는데 원동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담감은 재빨리 털어버리는 게 낫다는 것이 '승리호' 촬영하며 배운 점"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그런 것보다 이 인물을 어떻게 살아 숨쉬게 할지를 고민하는 게 낫다는 깨닳음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조성희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승리호'라는 영화 안에서 어떤 부분을 부각시켜 보여주고 싶은지 그런 선택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장 선장 등 캐릭터마다 사연은 적어 아쉽기도 하지만 전체의 흐름, 완결성, 감독의 색을 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태리는 '승리호'가 자신의 상상력을 뛰어 넘은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제가 시나리오를 보며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더라. 그래서 감독을 못하고 배우를 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 나온대로 현장에서 상상하며 연기했으면 너무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멋진 장면들이 많더라"라고 말했다.

김태리는 '승리호'에 이어 최동훈 감독의 SF '외계인'을 촬영 중이다. 그는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지고 있는 시점에 SF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감개무량하고 행복하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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