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관찰 예능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면서 연예인 가족이 노출되는 일이 흔해졌다. 과거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스타들이 관찰 카메라 형식을 통해 일상생활을 공개하며 더 친숙해졌고, 관찰예능은 시청률 '효자'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GOD의 육아일기'로 시작된 관찰예능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나 혼자 산다',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미운우리새끼', TV조선 '아내의 맛'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관찰예능을 통해 사랑을 받은 두 스타가 각각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박수홍, 함소원은 상황은 다르지만 가족들이 엮인 문제이기에 관찰예능의 부작용이 대두되고 있다.

1991년 KBS 대학 개그제를 통해 데뷔한 박수홍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젠틀한 이미지로 톱 MC 자리에 올랐다. 유재석, 강호동 양강체제가 계속되자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옮겼고 SBS '미운우리새끼'를 통해 불혹의 클러버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21년 3월, 큰 사건·사고 없이 성실한 이미지의 아이콘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박수홍은 가족사 때문에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유튜브의 한 댓글을 통해 친형 부부로부터 30년간 출연료 및 계약금을 떼였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

이 네티즌이 올린 글은 디테일했다. 박수홍 형 부부가 출연료를 부당 취득해 아파트 3개, 상가 7~8개를 취득했고 월세만 4000만 원 이상 벌어들인다며 "박수홍을 노예처럼 부리며 가족이라는 권위로 뜯어 먹고산다"고 주장했다.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박수홍에 대한 동정론을 이어가는 한편, '미운우리새끼'에 함께 출연한 어머니 지인숙 씨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반응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박수홍 모친 지 씨는 '미운 우리 새끼' 녹화에 불참했다.

박수홍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형 부부로부터 횡령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히며 부모님에 대한 비난과 억측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부모님은 최근까지 이런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셨다"며 "가장 괴로운 부분은 부모님께 심려를 끼친 점"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박수홍의 조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수홍 형의 횡령 사건이 보도되자 박수홍의 조카는 SNS 게시물 때문에 지탄을 받았다. 그가 고등학생임에도 샤넬 등 명품을 구입하고, 호캉스를 즐겼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박수홍은 결혼과 관련된 질문에서 "잘 키운 조카 하나 누구 부럽지 않다고, 조카가 와서 '삼촌 유산 내 거예요'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 유튜버는 조카와 제보자의 카톡 대화를 공개하며 조카가 "삼촌(박수홍) 돈 하나도 안 받았다. 한 푼도 안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박수홍의 돈을 '먹튀'한 형 부부의 거취에 관심을 가지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목격됐다", "형수와 조카는 한국에 있다"는 등 제보를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사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알려고 하기보다 가족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방위적으로 건드리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박수홍 '흠집 내기'를 하려는 글들이 올라왔다. 친형 부부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은 "친형은 박수홍 재산을 늘려주려고 엄청 고생했는데 (박수홍은) 클럽, 해외여행, 품위유지에 들어간 지출이 어마어마했다"고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박수홍 절친인 개그맨 손헌수는 "클럽으로 안 좋은 이미지를 끌어내려는 것 같다"며 "흠집 내기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작 논란으로 하차한 함소원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조작 논란으로 하차한 함소원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박수홍과는 다른 케이스지만 '아내의 맛'에 출연했던 함소원은 불화설에 이어 조작설이 불거지자 2년 9개월 만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함소원은 1997년 미스코리아 경기 진에 입상 후 본선에서 미스코리아 태평양에 입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가수 활동을 하던 그는 2010년대에 중국에서 거주하며 현지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약했다.

2018년 18살 연하 중국인 진화와 결혼해 딸 혜정을 출산했고, '아내의 맛'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중국마마'라 불리는 시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은 '시청률 치트키'로 불릴 정도로 화제성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함소원은 잦은 논란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중국의 '김치공정'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치를 '파오차이'(중국의 절임식품)라고 설명해 논란이 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방송 하차 요구 글이 게재됐다. 이후에도 뚜렷한 해명 없이 그는 김치 사진을 인스타에 올릴 뿐이었다.

또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2월 진화와의 불화설이 불거져 연예면을 뒤덮었다. 함소원은 결별설 기사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침묵' 해시태그와 "오늘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싶으네요", "제발 그만 해주세요" 등의 글을 게재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결국 부부간 극적 화해 장면도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이어 '아내의 맛'에서 소개된 중국 시부모의 별장이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곳이며 이를 빌려 촬영에 사용했다는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함소원의 시댁이라고 알려진 이 집은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성에 등록된 에어비앤비와 인테리어, 가구 배치 등이 같았다. 함소원이 이 집을 시댁 별장으로 소개하기 1달 전인 2019년 7월 경 작성된 후기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함소원과 '아내의 맛' 제작진이 짜고 에어비앤비를 빌려 시댁이 재력가인 것처럼 촬영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함소원은 조작 논란에 대한 사과나 해명 없이 "그동안 많은 사랑 감사하다"면서 하차 의사를 밝혔다.

박수홍, 함소원 이슈를 통해 시청자들이 얼마나 관찰 예능에 몰입하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유명인의 가족들이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무차별적 비난, 루머 등이 생성되고 있어 관찰예능 포맷에 대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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