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수사 개의치 않는 광수대 형사 役
"싱크로율 높다는 말, 그걸 위해 수개월 고민"
조진웅은 7일 화상 인터뷰에서 '경관의 피'가 개봉 후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한 것에 대해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이것 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영화 만들 때 소중히 한 땀 한 땀 만듭니다. '경관의 피'로 무대인사를 2년 만에 했는데 너무 행복하고 울컥했어요. '내가 이래서 연기하는 거지', '내가 이래서 광대짓 하는 거지' 하며 행복감을 느꼈죠. 관객은 소중합니다."
영화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 경찰 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언더커버 작품이다. 일본 소설 '경관의 피'(사사키 조)를 영화화했고, 영화 '아이들…'의 이규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조진웅의 대학 선배이다. 조진웅은 "선배가 드디어 채용을 해주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현자 스타일의 천재과세요. 단편영화를 보시면 굉장히 홀릭될 거예요. 상업영화 세 번째 이시고, 작품의 매무새에 대해 의심할 바 없었죠. 시나리오늘 받았는데 이렇게 이정표가 완벽히 짜여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 싶었죠. 그런데 캐릭터가 쉽지 않아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조진웅이 연기한 박강윤의 가장 큰 신념은 ‘범죄 추적은 어떠한 경우에도 위법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범죄자 검거를 최우선으로 삼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불법도 개의치 않는다. 모든 수사 과정을 비밀에 부치는 박강윤에 대한 주변의 의심은 거세지고, 이에 원칙주의자 경찰 최민재(최우식)가 그의 비리를 파헤치는 임무를 받아 그에게 접근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조진웅은 극 중 박강윤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박강윤은 범죄를 수사할 때 위법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저도 연기를 할 때 앞뒤 안 보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내내 럭셔리한 슈트를 입고 출연하는 것에 대해 "평소엔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는데 현장에서 예쁘게 꾸며주셔서 감사하다. 그런 슈트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적응할 만하니 끝나버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진웅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카리스마와 극을 휘어잡는 강렬한 연기력으로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박강윤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크로율이 높다는 말은 살면서 들은 제일 행복한 말인 것 같아요. 그걸 위해 수개월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죠. 이제 한시름 놓은 기분입니다. 사실 준비 과정에선 '이게 내 캐릭터'란 느낌은 안 와요. 항상 '나랑 맞나?'라는 의심을 계속해서 하고, 이러한 감정이 들지 않기까지 캐릭터에 매진을 해보는 겁니다. 지금까지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캐릭터 분석이 안 풀리면 현장에서도 자신감이 없어지는 스타일이라고 조진웅은 털어놨다. 그는 "촬영 공간 안에 들어가면 '그'(캐릭터)가 되어야 한다"며 "직선적인 성격"이라고 언급했다.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 '독전', '시그널' 등 형사 역을 맡은 작품의 흥행 성적이 특히 좋았다. "'경관의 피'가 가진 이정표를 잘 따랐어요. 전작의 형사 캐릭터와는 스타일이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이 친구는 '경계'라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죠. 앞서 윗선이고 뭐고 들이박는 그런 캐릭터를 했는데 강윤은 뱀과 같은 모습입니다."
'기생충'으로 충무로의 기대주가 된 최우식은 조진웅과 연기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진웅은 "그 리스트 중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라며 농을 쳤다.
"처음에 최우식은 미소년 같은 느낌이 있어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촬영을 해 나가며 성장하는 느낌을 확 받았죠. 최우식이란 배우가 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게 됐죠. 노림수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와 박희순, 박명훈, 권율 등이 지능적으로 역할들을 해 내는데, 최우식은 그 부분을 더 뛰어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 영화를 빛낸 건, 최우식의 연기입니다."
'경관의 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2022년의 문을 연 한국영화다. 조진웅은 "지겨워 죽겠다"고 토로했다. 촬영 현장에서 주 단위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고 결과를 내야 했다고.
"역병이 창궐해 전 인류를 괴롭히고 있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닌 것이고 어떻게든 코로나19가 빨리 없어졌으면 합니다. 하나의 바람은, 개봉을 기다리는 수많은 걸작들, 아름다운 콘텐츠들이 도용되거나 방치되지 않고 충분한 지지와 보수를 받았으면 합니다. 아티스트들의 예술성이 단순히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착취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걸 보호할 수 있는 기구들도 생겼으면 합니다. 저는 그저 어깨동무해서 나란히 정진해 나가고 싶습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