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인혁 선수와 홍석천 /사진=홍석천 인스타그램
故 김인혁 선수와 홍석천 /사진=홍석천 인스타그램
방송인 홍석천이 세상을 떠난 프로배구 선수 김인혁(27·삼성화재)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가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홍석천은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플러들에게 한마디 하자. 악플 다는 인간들은 글 이해력도 없는 거냐. 무슨 아웃팅이고 무슨 고인모독이냐"며 글을 게재했다.

앞서 홍석천은 영화 '그린북'을 예로 들며 "나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을 공격하고 차별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의 잔인함은 2022년 지금 이 땅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다"며 "나는 어디에 서있어야 하는 걸까"라며 김인혁의 명복을 빌었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홍석천이 고인이 된 김인혁의 성 정체성을 아웃팅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불거졌다. 아웃팅 (Outing)이란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를 말한다.

홍석천은 "'다르다'는 말 뜻이 동성애자라는 게 아니라 보통이 생각하는 남자 배구 선수와는 조금 다른 자기표현방법 때문에 온갖 악플과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던 인혁의 아픔을 이야기한 건데 나를 공격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커밍아웃하고 22년 동안 수많은 악플을 견뎌왔는데 이제 나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악플러들 니들은 살인자"라고 일갈했다.

홍석천은 "고인과 고인 가족을 더 힘들게 하지 말고 이제 그만하라"며 "인혁이가 그동안 어떤 일들을 당했는지,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모르면 잠자코 입 다물고 있어라"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니들 손끝에서 시작된 칼날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는지 난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며 악플 방지법이든 차별방지법이든 시스템이 안되어 있다고 맘껏 손가락질해도 되는 건 아니다. 그 칼날이 자신을 찌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일침 했다.

김인혁은 지난 4일 오후 3시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은 구단 측이 자택에 방문했다가 숨진 김인혁을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인혁의 자택 등을 살펴본 결과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유가족의 뜻을 존중해 부검은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인혁은 진주 동명고등학교, 경남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7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이후 2020년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화재로 이적했다.

부상 등을 이유로 2020-21시즌부터 출전 횟수가 줄었고, 지난 시즌에는 15경기에 출전해 6점을 올렸고, 이번 시즌에는 2경기 출전하는 것에 그쳤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부상 치료 등의 이유로 선수단에서 나와 자택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모 비하성 악플 세례를 받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네티즌으로부터 받은 댓글을 공개했는데 "왜 화장을 하느냐. 많이 부담스럽다", "왜 이러냐", "눈을.. 왜 그랬을까", "화장 좀...(하지 말라)"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는 "화장 한 번도 한 적 없고 남자 안 좋아하고 여자친구도 있었다. 공개만 안 했지 AV 배우도 안 했고 마스카라 안 했다. 눈 화장도 안 했고 스킨로션만 발랐다. 이것도 화장이라면 인정하겠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아무것도 모르면서 경기 때마다 수많은 디엠, 악플 진짜 버티기 힘들다. 더 많은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변명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이젠 그만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인혁은 올해 1월 홍석천과 함께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며 "나의 뒤에서 든든히 응원해주는 석천이 형 힘들 때마다 위로해주는 항상 감사하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