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는 왜 이렇게 다양하고 역동적이냐.”

한국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에게 외신 기자들이 쏟아낸 질문이다. 올해 칸 영화제엔 5편의 한국 영화가 진출했다. 경쟁 부문에 오른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 이외에도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문수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각질’이 함께 초청됐다. 이 가운데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 등 두 편이 동시에 본상을 받으면서 세계 영화 시장에선 양적·질적으로 성장한 K무비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칸 영화제는 103년 역사의 한국 영화가 전 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하는 분기점이 됐다. 단순히 영화제 초청과 수상에 그치지 않고, 높은 판매 기록까지 올렸다. ‘헤어질 결심’은 칸에서 192개국에 선판매됐다. 한국 영화 최다 판매 기록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5개국 판매)에 버금가는 성과다. ‘브로커’도 171개국에 팔렸다.

1919년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로 시작된 한국 영화는 전 세계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보편성을 담고 있다. 동시에 개발도상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섬세한 아픔과 감정을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도 이런 맥락에서 호평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그 공을 한국 관객에게 돌리기도 했다. 박 감독은 “한국 관객들은 웬만한 영화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장르 영화 안에도 웃음 공포 감동이 다 있기를 바라다보니 영화인들이 많이 시달렸고, 그렇게 한국 영화가 발전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도 “한국 관객들은 교양에 대한 관심이 높고 문화적 저변이 넓다”며 “여기에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수상의 영광을 안은 두 작품 모두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았다. CJ ENM은 지난 27년 동안 한국 영화 300여 편에 2조원을 투자해왔다. 박 감독과는 ‘공동경비구역 JSA’ ‘아가씨’ 등 7편을, 봉준호 감독과는 ‘살인의 추억’ ‘기생충’ 등 4편을 협업해 만들었다. K무비의 영토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헤어질 결심’엔 중국 배우(탕웨이)가, ‘브로커’엔 일본 감독(고레에다 히로카즈)이 참여해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CJ ENM이 현재 미국 제작사들과 공동 개발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작품은 15편에 달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