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파에야라면, 우리는 볶음밥"…한국판 '종이의 집' 통할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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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원작 리메이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유지태 "훌륭한 스토리 어디서나 통한다"
김윤진 "분단국가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유지태 "훌륭한 스토리 어디서나 통한다"
김윤진 "분단국가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스페인의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을 원작으로 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오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이 작품은 1945년 광복 후 분단된 한반도가 2026년 통일을 앞두고 있다는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 '손 the guest', '보이스'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고 '괴이', '개와 늑대의 시간'을 쓴 류용재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2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류용재 작가는 "스페인 원작 시즌 1,2가 방영됐을 때 인상적이었다. 빅 팬인 입장에서 꼭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저희만의 한국적인 이야기로 리메이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결과를 보여드리고 원작자와 넷플릭스에 상의한 끝에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홍선 감독은 "캐릭터가 재미있고 매력 있었다. 시기나 공간을 이동시켜도 해당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우리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기획 과정을 전했다. 한국판 '종이의 집'은 분단국가인 현실에 상상력을 더해 가상의 공동경제구역을 설정했다. 극 중 남북은 서로를 갈라놓았던 군사분계선 위 비무장지대에 자유로운 왕래와 경제 활동을 보장하고 남북의 공동 화폐를 만들어내는 통일 조폐국을 세웠다. 이곳을 배경으로 세상에 없는 돈을 훔치려는 강도들과 이들을 막아야 하는 남북 합동 대응팀 그리고 그들에게 붙잡힌 인질들의 각양각색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김윤진은 "워낙 원작이 유명하다 보니 만들어도 되나 싶은 정도로 부담이 컸다. 우리만의 슬픈 현실이면서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원작의 장점을 압축해서 한국적인 이야기를 더했다"고 말했다.
유지태는 "팬덤이 큰 드라마이지만 훌륭한 스토리는 어느 나라에서나 통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마트함과 치밀함이다. 남북 설정을 잘 믹스 했고, 우리만의 매력과 해학을 담았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 감독은 "2주 전 해외 매체와 인터뷰하며 질문을 했다. 이런 상황이 유럽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렇게까지 큰 상황이 일어나긴 쉽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시작할 때부터 고민이었던 부분이다. 시청자들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고민이었다. 그런 중 남과 북의 상황을 미래로 내다보고 설정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스크리닝으로 세계에 다 나가기 때문에 남북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감독은 "남북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미래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희망적인 소망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한국판 '종이의 집'은 원작과 달리 강도들이 안동 하회탈 가면을 착용한다. 이에 대해 박해수는 "스페인 원작에서 달리 가면을 쓰고 '자유'의 상징이란 의미를 준 반면, 우리는 안동 하회탈을 하게 됐다. 풍자적인 의미나 권력층에 대한 비난 같은 의미를 가지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배우들이 하회탈 가면을 썼을 때 위압감이 대단했다. 정면, 측면 등에서 보는 느낌과 감정이 다르더라"고 말했다.
전종서는 "촬영하기 전부터 어떤 가면을 쓰게 될까 궁금했다. 하회탈로 정해진 후 놀랐다. 무표정이 아니라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해학적이면서 기괴하다고 느꼈다. 동시다발적 느낌이 강렬했다"고 거들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는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속도감 있는 전개와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을 선보인다.
모든 계획을 세운 천재 지략가 교수(유지태)를 필두로 죽어서야 나올 수 있다는 북한 개천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베를린(박해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한에 왔으나 자본주의 사회의 쓴맛을 본 도쿄(전종서), 남한 최초 땅굴 은행털이범 모스크바(이원종), 길거리 싸움꾼 출신 덴버(김지훈), 각종 위조 전문가이자 사기꾼인 나이로비(장윤주), 미제 해킹 사건을 벌인 천재 해커 리우(이현우) 그리고 연변 조직에서 활동했던 해결사 콤비 헬싱키(김지훈)와 오슬로(이규호)까지, 출신과 사연만큼 다양한 개성과 매력이 6개의 에피소드를 가득 채운다.
사상 초유의 범죄에 맞서 남북 합동 작전을 펼치는 남측 협상 전문가 선우진(김윤진)과 북측 특수요원 출신 차무혁(김성오)의 대립과 합작도 극에 다양한 색채를 입힌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신념으로 부딪치면서도 강도단과 치열한 수 싸움을 이어간다. 조폐국 국장 조영민(박명훈)과 경리 담당 직원 윤미선(이주빈) 등 사건에 휘말린 인질들도 변수를 만들며 긴장감을 이어간다. 천재 지략가 교수 캐릭터에 대해 유지태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진 캐릭터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설정 자체가 뛰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를 관망하는 자리에 있어야 했다. 강도들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을 해야 해서 성우 같은 느낌으로 하려고 포커스를 맞췄다. 조금 외로웠다"고 말했다.
남측 협상 전문가 선우진 역을 연기한 김윤진은 "선우진과 교수의 공통점은 누구도 해치면 안 된다는 것. 무력 진압이나 강제적으로 이 일을 마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아이디어로 해결하려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싱글맘이자 양육권 소송 중이다.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다. 복잡한 상황에서 큰일을 해결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했던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게 꿈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오래전 혼자 왜 거기까지 가서 고생했는지 모르겠다. K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 만큼 한국 감독, 작가, 배우들과 촬영해도 다양한 국가에 전달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쁜 일이다. 이 열풍이 계속 이어가서 새로운 인물이 전 세계적으로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쁨을 드러냈다.
박해수는 넷플릭스 최대 흥행작 '오징어 게임'에 이어 '종이의 집'까지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는 "지상 최대의 제작발표회를 할 수 있어 감동적"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베를린 역을 맡은 그는 "분단 국가의 현실을 압축하는 캐릭터다. 북한 강제수용소에서 갇혀있다가 탈출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전작 '오징어 게임'에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이번엔 빨간색 점프수트를 입게 된 박해수는 "신호등 같은데, 다음엔 노란색을 입어야 하나"라고 농담했다. 이어 "통제된 공간 안에서 연기하는 배역을 연이어 맡게 된 것 같다. 인물이 갇힌 공간에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전종서는 도쿄 캐릭터에 대해 "북한에서 살던 20대 여성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다 자본주의의 쓴맛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를 구해주는 게 교수고, 교수의 이념이다. 교수가 하자고 하면 뭐든지 내던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도쿄 역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에 대해 "대본을 보고 당연히 도쿄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미선 역을 하고 싶었는데 당연히 도쿄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리메이크된 도쿄는 원작과는 제일 다른 캐릭터일 거다. MZ 세대이고, 20대의 현실적인 부분이 반영되고, 순수하면서도 목표 하나만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한다. 사고를 치지 않는다"며 웃었다.
모스크바와 덴버 역의 이원종, 김지훈은 부자 케미를 선보인다. 김지훈은 "작품상에서 만난 아버지 중 친아들처럼 가장 아껴주신 분이다. 무한한 사랑에 마음을 열게 되면서 뜨거운 감정이 생겼다. 듬직하셔서 안기기가 너무 좋은 품이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장윤주는 나이로비 역으로 생동감 넘치는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촬영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를 도맡기도 했다고. 장윤주는 "배우분들이 다 착하고 점잖다. 원래 성격도 그렇지만 나이로비도 에너지가 남다르고 라이브 한 사람이다. 내면은 따뜻하고 공감력이 있다. 현장에서 정말 즐거웠다. 저 때문에 즐겁지 않으셨나요?"라며 질문했다.
유지태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단합도 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웠다. 많이 만나고 싶었다. 장윤주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 한국을 알리는 훌륭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장윤주 "이런 대답을 하시는 분이었다. 현장에서 캐릭터 영향을 받아 즐거웠다. 저와 호흡을 맞춘 배우에게 개인적으로 작업실로 불러 연기 연습도 했다. 김윤진 선배에게 전화를 제일 많이 드렸다"고 말했다.
김윤진은 "극 중 강도단과는 딱 한장면 만난다. 그런데 장윤주가 전화했고 하루만의 만남이 굉장히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강도단은 재밌는데 TF 본부로 오면 지루해질까 봐 대사도 빠르게 처리하고 15초 빨리 감기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한국판 '종이의 집' 관전포인트에 대해 김 감독은 "원작을 본 분들도 있고 안 보신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케이퍼 무비의 한 장르이지만 조금 다른 캐릭터들이 나온다는 것을 중점으로 보면 재밌을 거다. 원작 팬들은 한국판으로 만들어지면서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보는 맛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류 작가는 "원작이 가진 신박한 설정이나 재미있는 상황이 많은데 남북이란 설정이 더해지며 강도들끼리, 경찰들끼리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같은 목적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지점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오징어 게임' 성공 이후 비교가 불가피한 상황. 이 감독은 "'오징어 게임'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앉아있는 것 같다"며 "많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저희도 잘되면 뒤에 오는 분들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드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은 저도 좋아하고 즐긴 작품이다. 저희도 거기에 근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류 작가는 "원작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다. 워낙 개성이 강한 인물이라 그대로 따라가기엔 답습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좋은 부분을 다르게 가려고 바꾸기보다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틀 속에서 인물을 배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주를 줬다"고 덧붙였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보다 더 크게 이슈가 되거나 더 많은 인기를 얻는 것은 배우로서 잘 모겠다"면서도 '종이의 집'의 장점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스페인에서 온 좋은 원작에 다른 배경, 우리만이 가진 분단국가에 대한 현실을 가지고 다양한 캐릭터가 나와 심리적 갈등 요소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며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경쟁하기 보다 다른 분들이 밟은 길을 '오징어 게임'도 가서 좋은 성과를 얻었고, '종이의 집'도 그럴 것이고. 더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류 작가는 "스페인 원작이 파에야라면 저희는 볶음밥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이고 팬들이 즐길 거리가 있는 작품"이라며 "스페인에서 시작된 거대한 축제가 한국에서 다시 열린다고 생각해 주시고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오는 24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