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탕웨이, 한국어 발음 다를지라도 어미 하나까지 의도 담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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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탕웨이 캐스팅 위해 주인공 중국인 설정"
"대사 달달 외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탕웨이 캐스팅 위해 주인공 중국인 설정"
"대사 달달 외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중국 배우 탕웨이의 독특한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탕웨이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거론되기도 했다. 박 감독은 탕웨이에 대해 "지독한 프로페셔널"이라며 "한 마디로 우직한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박찬욱 감독에게 안긴 작품이며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 평점에서 올해 상영작 중 1위를 기록했다.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박쥐'의 김옥빈, '아가씨'의 김민희와 김태리처럼 기존에 보지 못했던 여배우들의 매력을 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탕웨이 또한 '헤어질 결심'으로 필모그래피에 남을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평가받는다.
24일 박 감독은 탕웨이 캐스팅 과정에 대해 "사실 이 작품은 탕웨이가 먼저였다.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탕웨이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창조했다는 것이다. 탕웨이 전작을 보고 갖고 있던 막연한 인상과 매력을 고민하고, 한편으로 궁금해하며 서래 역을 만들어 나갔다고 했다.
"제가 아는 탕웨이는 '색, 계', '만추', '황금시대'의 배우였습니다. 각본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탕웨이를 만나 캐스팅 제안했고, 하겠다는 의사를 받은 다음 각본을 더 썼죠. 일대일로 만나 알아가는 과정과, 각본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탕웨이를 알게 되면서 그것이 반영된 것입니다."
실제로 만난 탕웨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장난기가 있었고 고집스러웠다고 박 감독은 귀띔했다. 그는 "예를 들면 '나는 이렇게 해야 잘 할 수 있는 사람', '내 작업 방식은 이런 거다'라는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런 면을 각본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탕웨이에 대해 지독하리만큼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헤어질 결심'의 한국어 대사를 소화하는 방식만 봐도 그랬다.
"한국어 대사를 소리가 나는 대로 달달 외워서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문법 기초부터 해야 한다 고집을 부리고 미련하기만큼 우직하게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또 자기 대사만이 아니라 상대 대사를 다 외워서 그때그때 무슨 뜻인지 이해하면서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그 사람의 한국어는 비록 발음이 우리와 같진 않을지라도,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어미 하나까지 다 자기의 의도가 해석이 담긴 대사였습니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 "한마디로 우직하다"며 "뭘 해도 계단 하나하나 밟아 올라가야지, 훅 뛰어 넘어 올라가는 건 상상하지 않는다. 자기 머리로 스스로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성품"이라고 덧붙였다. 탕웨이는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내 인생의 일부분을 완성했다"고 얘기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작품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칸 영화제에서 상영이 끝날 때까지 인생의 어떤 한 시기에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충족이 있었다는 뜻이겠다"고 해석했다. 이어 "작품이 다 끝나서 관객과 볼 때 '드디어 우리의 일이 완성됐다'는 그런 복받치는 감흥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탕웨이는 폐막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중도 귀국해야 했다. 박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스케줄 때문"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여우주연상 주상에 대비해 박해일과 논의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탕웨이에게 여우주연상 받아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해서 문자로 '혹시 받게 될 경우 수상 소감 보내다오'라고 부탁했습니다. 박해일과 저는 탕웨이의 수상 소감을 읽을, 대리 수상을 할 사람이 누구냐를 놓고 대화하기도 했죠. 탕웨이가 문자로 소감을 보내면 박해일이 대리 수상하기로 했고, 못 보내면 제가 나가기로 했었습니다. 결과는 다 아시다시피.(웃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박찬욱 감독에게 안긴 작품이며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 평점에서 올해 상영작 중 1위를 기록했다.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 '박쥐'의 김옥빈, '아가씨'의 김민희와 김태리처럼 기존에 보지 못했던 여배우들의 매력을 끌어낸 것으로 유명하다. 탕웨이 또한 '헤어질 결심'으로 필모그래피에 남을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평가받는다.
24일 박 감독은 탕웨이 캐스팅 과정에 대해 "사실 이 작품은 탕웨이가 먼저였다.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탕웨이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창조했다는 것이다. 탕웨이 전작을 보고 갖고 있던 막연한 인상과 매력을 고민하고, 한편으로 궁금해하며 서래 역을 만들어 나갔다고 했다.
"제가 아는 탕웨이는 '색, 계', '만추', '황금시대'의 배우였습니다. 각본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탕웨이를 만나 캐스팅 제안했고, 하겠다는 의사를 받은 다음 각본을 더 썼죠. 일대일로 만나 알아가는 과정과, 각본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탕웨이를 알게 되면서 그것이 반영된 것입니다."
실제로 만난 탕웨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장난기가 있었고 고집스러웠다고 박 감독은 귀띔했다. 그는 "예를 들면 '나는 이렇게 해야 잘 할 수 있는 사람', '내 작업 방식은 이런 거다'라는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런 면을 각본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탕웨이에 대해 지독하리만큼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헤어질 결심'의 한국어 대사를 소화하는 방식만 봐도 그랬다.
"한국어 대사를 소리가 나는 대로 달달 외워서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문법 기초부터 해야 한다 고집을 부리고 미련하기만큼 우직하게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또 자기 대사만이 아니라 상대 대사를 다 외워서 그때그때 무슨 뜻인지 이해하면서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그 사람의 한국어는 비록 발음이 우리와 같진 않을지라도,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어미 하나까지 다 자기의 의도가 해석이 담긴 대사였습니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 "한마디로 우직하다"며 "뭘 해도 계단 하나하나 밟아 올라가야지, 훅 뛰어 넘어 올라가는 건 상상하지 않는다. 자기 머리로 스스로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성품"이라고 덧붙였다. 탕웨이는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내 인생의 일부분을 완성했다"고 얘기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작품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칸 영화제에서 상영이 끝날 때까지 인생의 어떤 한 시기에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충족이 있었다는 뜻이겠다"고 해석했다. 이어 "작품이 다 끝나서 관객과 볼 때 '드디어 우리의 일이 완성됐다'는 그런 복받치는 감흥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칸 영화제에서 탕웨이는 폐막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중도 귀국해야 했다. 박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스케줄 때문"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여우주연상 주상에 대비해 박해일과 논의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탕웨이에게 여우주연상 받아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해서 문자로 '혹시 받게 될 경우 수상 소감 보내다오'라고 부탁했습니다. 박해일과 저는 탕웨이의 수상 소감을 읽을, 대리 수상을 할 사람이 누구냐를 놓고 대화하기도 했죠. 탕웨이가 문자로 소감을 보내면 박해일이 대리 수상하기로 했고, 못 보내면 제가 나가기로 했었습니다. 결과는 다 아시다시피.(웃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