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사진=매니지먼트숲
배우 전도연/사진=매니지먼트숲
[인터뷰 ①]에 이어

실제로 전도연과 조금이라도 대화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며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남행선으로 보여줬던 모든 매력이 전도연의 실제 모습이었던 셈이다. 남행선을 보며 전도연의 지인들도 "대사를 외울 필요가 뭐가 있냐"며 "입만 열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지만 전도연은 "행선이가 되기 위해 징글징글하게 대본을 봤다"고 털어놓았다.

"초반에 작가님이 생각하신 행선은 더 억척스러운 아줌마 캐릭터였어요. 제 자체가 그렇지 못하다 보니 버겁고 힘들거 같았어요. 잘 할 수 있을지 자신감도 없었고요. 그래서 처음엔 못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작가님은 판타지적인 로맨스를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찌 보면 행선 캐릭터는 저로 인해 변질된 건데, 초반엔 작가님께서 그걸 보고 만족하셨을지 신경이 쓰였어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친근한 행선이라며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행선이처럼 말이 빠르지 않고, 행선이와 호흡부터 달랐다"는 전도연은 "대본을 계속 봤다"면서 숨겨진 노력을 전했다. 정경호도 인정한 전도연의 완벽했던 암기력 역시 대기할 때마다 쉬지 않고 대본을 본 덕분이었다.

전도연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행선은 전도연이 됐고, 보다 '친근해졌다'는 반응도 나오기 시작했다. 전도연에게는 수많은 흥행작이 있지만, 최근엔 무게감 있고 작품성 있는 작품에 주로 출연하면서 "어려운 작품에 나오는 배우"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 생겼다. '일타스캔들'은 그런 전도연을 다시 사랑스럽고, 친밀한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이 됐다.

여기에 연일 고공행진으로 오르는 시청률로 대중적인 사랑까지 되찾았다. '길복순'으로 베를린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았던 전도연은 베를린에서 귀국하자 '일타스캔들' 시청률을 확인하며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시청률 20%를 돌파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면서 시청률에 '진심'이었다는 전도연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로맨스가 사라진 부분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서도 "복합장르라는 걸 알고 작품에 들어갔고, 저희도 '이렇게까지 반응이 안 좋나' 걱정도 됐지만, 다음날 시청률은 항상 올라가 있었다"면서 "제가 덜 나와서 그런가 생각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1990년 화장품 광고 모델로 데뷔해 30년 넘게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지만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엄청 있다"고 답하는 전도연이었다. 그렇지만 흥행이 연기자로 활동하는 것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흥행 작품에 출연하고 싶고, 흥행에 대한 갈증도 있어요. 그렇지만 흥행이 잘되고 안되고가 저를 어떻게 하진 못하는 거 같아요. 전 지금까지 제가 했던 모든 작품이 좋아요. 흥행이 안 됐다고 해서 그게 바뀌진 않아요. '일타스캔들'이 잘됐고, 사랑받았지만, 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해요."

'일타스캔들'로 좀 더 대중적으로 가까워진 전도연은 대학 동기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출연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 ③]에서 계속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