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핫 100' 뚫은 피프티 피프티…중소 기획사의 반란 [연계소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피프티 피프티, 빌보드 '핫 100' 진입
중소 기획사 아티스트로는 '최초'
뉴진스보다 빠른 속도에 업계 관심 집중
이지 리스닝·미국 현지 공략 등 통해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피프티 피프티, 빌보드 '핫 100' 진입
중소 기획사 아티스트로는 '최초'
뉴진스보다 빠른 속도에 업계 관심 집중
이지 리스닝·미국 현지 공략 등 통해
"노래 좋다는 말이 계속 나오긴 했었는데, 그래도 데뷔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중소기획사 아이돌이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다니요. 이게 가능하긴 하네요."
최근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그룹이 있다. 바로 4인조 여자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이들이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100위를 차지하자 많은 관계자들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트랙트라는 이름마저 생소한 회사에서 나온 피프티 피프티가 어떻게 대형 기획사들만의 영광으로 여겨지던 빌보드 '핫 100'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한 K팝 그룹은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 등 전부 대형 기획사(JYP·YG·하이브) 소속이었다. 팬덤형으로 성장한 K팝 아이돌은 앨범 판매량에서 두각을 보이며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연이어 호성적을 거뒀지만, 디지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핫 100'은 현지에서의 대중성을 필요로 해 진입 장벽이 다소 높았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는 대형 기획사의 물량 공세, 두터운 팬들의 화력 없이도 이번 성과를 내 많은 이들이 더욱 특별하다고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하이브의 레이블에서 나온 뉴진스보다도 2개월이나 앞당겨 '핫 100'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 요인을 좋은 음악과 현지 전략 두 가지로 축약하고 있다.
'큐피드(Cupid)'는 미니멀한 디스코 비트와 펑키한 베이스라인 기반의 곡으로 샹송을 연상케 하는 레트로풍 감성의 선율이 인상적이다. 강렬함을 주는 러프한 사운드, 중독성을 자아내기 위한 단순하고 반복적인 후렴구 등 보편화된 K팝 스타일과 달리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 가능하다. 이는 멜로디를 중시하는 팝 스타일과 맞닿아있다. 그렇게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평이 나오며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의 순위 상승도 가능했다.
한 엔터 종사자는 "데뷔 전에 특별한 프로젝트를 했던 것도 아니고, 팬덤형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체 콘텐츠에 주력한 것도 아니었다. 음악 그 자체에 매력을 느낀 해외 네티즌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높아진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래가 좋다는 단순한 감상에서 끝나는 게 아닌, 공감과 확산까지 가능했다. 결국 좋은 원천 콘텐츠를 가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팝 시장의 분위기를 영리하게 읽었다는 평을 내놨다. 그는 "미국의 중·고등학생, 하이틴층이 특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빌보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인기 팝들이 대부분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큐피드' 역시 틱톡에서의 파급력이 컸다"고 전했다.
아울러 "'큐피드' 영어 버전을 함께 낸 것도 신의 한 수였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 음악이 좋아서 들었는데 알고 보니 K팝 그룹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장형 제작', '비주얼·퍼포먼스 위주' 등의 이미지로 대표되던 K팝이 음악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피프티 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는 미국향을 활동 전략으로 세운 게 맞지만, 턱없이 부족한 자금력 때문에 대형 기획사들에 견줄 만한 프로모션을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빌보드는 생각도 못 했다. 글로벌 마케팅 비용이 없어서 현지 레이블 사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음악을 한 번만 들어봐 달라고 말하고 다녔다. 미국 내 팝 소비층들이 대부분 중·고등·대학생들이고, 그들이 휴대폰으로 음악을 많이 들으니 오로지 스포티파이 순위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틱톡 챌린지에서 '큐피드'가 터졌다"고 말했다.
억대 비용이 드는 아이돌 제작은 중소 기획사들에겐 회사의 명운이 걸릴 정도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어렵게 투자를 받는다 하더라도 견고해진 대형 엔터 위주의 K팝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악순환이 반복되곤 한다. 전 대표 역시 "피프티 피프티 1집 이후 차도 팔고, 밥도 싼 것만 먹으면서 제작비를 충당했다. 녹음도 지인의 녹음실에 가서 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식대·의상비 등을 아끼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단 한 가지는 음악이었다고 했다. 1집 준비 때만 무려 300곡을 수집해 들어봤다고 한다. 전 대표는 시각적인 요소를 배제하고도 듣기 좋은 음악이 1순위라고 했다. 그는 "팝 같은 이지 리스닝 곡인데 나중에 영상을 보니 퍼포먼스도 좋고, 또 그게 K팝이라면 더없이 매력이 커지는 거다"면서 "피프티 피프티의 목표는 여자 BTS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최근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그룹이 있다. 바로 4인조 여자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이들이 미국 빌보드 '핫 100'에서 100위를 차지하자 많은 관계자들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트랙트라는 이름마저 생소한 회사에서 나온 피프티 피프티가 어떻게 대형 기획사들만의 영광으로 여겨지던 빌보드 '핫 100'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한 K팝 그룹은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 등 전부 대형 기획사(JYP·YG·하이브) 소속이었다. 팬덤형으로 성장한 K팝 아이돌은 앨범 판매량에서 두각을 보이며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연이어 호성적을 거뒀지만, 디지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핫 100'은 현지에서의 대중성을 필요로 해 진입 장벽이 다소 높았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는 대형 기획사의 물량 공세, 두터운 팬들의 화력 없이도 이번 성과를 내 많은 이들이 더욱 특별하다고 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하이브의 레이블에서 나온 뉴진스보다도 2개월이나 앞당겨 '핫 100'에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 요인을 좋은 음악과 현지 전략 두 가지로 축약하고 있다.
'큐피드(Cupid)'는 미니멀한 디스코 비트와 펑키한 베이스라인 기반의 곡으로 샹송을 연상케 하는 레트로풍 감성의 선율이 인상적이다. 강렬함을 주는 러프한 사운드, 중독성을 자아내기 위한 단순하고 반복적인 후렴구 등 보편화된 K팝 스타일과 달리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이 가능하다. 이는 멜로디를 중시하는 팝 스타일과 맞닿아있다. 그렇게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평이 나오며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의 순위 상승도 가능했다.
한 엔터 종사자는 "데뷔 전에 특별한 프로젝트를 했던 것도 아니고, 팬덤형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체 콘텐츠에 주력한 것도 아니었다. 음악 그 자체에 매력을 느낀 해외 네티즌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높아진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래가 좋다는 단순한 감상에서 끝나는 게 아닌, 공감과 확산까지 가능했다. 결국 좋은 원천 콘텐츠를 가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팝 시장의 분위기를 영리하게 읽었다는 평을 내놨다. 그는 "미국의 중·고등학생, 하이틴층이 특히 좋은 반응을 보였다. 빌보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인기 팝들이 대부분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큐피드' 역시 틱톡에서의 파급력이 컸다"고 전했다.
아울러 "'큐피드' 영어 버전을 함께 낸 것도 신의 한 수였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 음악이 좋아서 들었는데 알고 보니 K팝 그룹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장형 제작', '비주얼·퍼포먼스 위주' 등의 이미지로 대표되던 K팝이 음악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피프티 피프티 소속사 어트랙트는 미국향을 활동 전략으로 세운 게 맞지만, 턱없이 부족한 자금력 때문에 대형 기획사들에 견줄 만한 프로모션을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빌보드는 생각도 못 했다. 글로벌 마케팅 비용이 없어서 현지 레이블 사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음악을 한 번만 들어봐 달라고 말하고 다녔다. 미국 내 팝 소비층들이 대부분 중·고등·대학생들이고, 그들이 휴대폰으로 음악을 많이 들으니 오로지 스포티파이 순위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틱톡 챌린지에서 '큐피드'가 터졌다"고 말했다.
억대 비용이 드는 아이돌 제작은 중소 기획사들에겐 회사의 명운이 걸릴 정도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어렵게 투자를 받는다 하더라도 견고해진 대형 엔터 위주의 K팝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악순환이 반복되곤 한다. 전 대표 역시 "피프티 피프티 1집 이후 차도 팔고, 밥도 싼 것만 먹으면서 제작비를 충당했다. 녹음도 지인의 녹음실에 가서 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식대·의상비 등을 아끼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단 한 가지는 음악이었다고 했다. 1집 준비 때만 무려 300곡을 수집해 들어봤다고 한다. 전 대표는 시각적인 요소를 배제하고도 듣기 좋은 음악이 1순위라고 했다. 그는 "팝 같은 이지 리스닝 곡인데 나중에 영상을 보니 퍼포먼스도 좋고, 또 그게 K팝이라면 더없이 매력이 커지는 거다"면서 "피프티 피프티의 목표는 여자 BTS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