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미끼' 같은 사기 피해? 주식도 안하는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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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오리지널시리즈 '미끼'
구도한 역 배우 장근석
5년 공백 깨고 완벽한 변신
"그동안의 제 타이틀을 깬 느낌"
구도한 역 배우 장근석
5년 공백 깨고 완벽한 변신
"그동안의 제 타이틀을 깬 느낌"
처음엔 궁금함이 더 컸다. 5년 만의 복귀작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미끼'에서 배우 장근석이 연기한 구도한은 이전까지 그를 생각하면 떠올리던 모든 것들과 정반대 지점에 있었다. 화려하지도, 돋보이지도 않는 캐릭터지만 그 안에서 섬세한 내공을 빛내던 장근석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30년 활동 내공을 이번 작품을 통해 발산했다.
장근석의 별명은 '아시아 프린스'. 배우이지만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투어가 가능할 만큼 규모도 상당하다. 또 다른 타이틀은 '꽃미남'이었다. 그의 대표작 중 일부인 KBS 2TV '미남이시네요', '예쁜남자' 등의 제목과 이질감이 없었던 것도 그가 장근석이기 때문었다. 하지만 '미끼'에서 장근석은 덥수룩한 수염에 종묘 시장에서 구입한 의상 10벌을 돌려 입었다. 그나마도 하나의 의상으로 보일 정도로 무채색에 무미건조했다. 여기에 세기의 사기꾼 노상천(허성태 분)을 쫓는 분노 역시 절제되고 응축된 감정이었다. 장근석은 5년 만의 복귀작으로 '미끼'를 택한 이유로 이 지점을 꼽았다.
"노상천은 항상 뭘 하고 발산해요. 사기를 치고, 등쳐먹고, 도망가고. 그런데 구도한은 뭘 안 하죠. 개인의 삶도 그렇고, 쓸데없는 말도 안하고요. 사람들이 생각할 때 '쟤는 절대가 없는 애야'라고 할 정도로 전 바쁘게 살았어요. 그런 부분이 저에게 있어서 못 보여준 부분이었고, '뽑아내지 않으려는 절제'가 제가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었어요."
6살이던 1993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한 장근석은 이후 아역 배우로 쉼 없이 활동했고, 2006년 스무살이 되던 해 KBS 2TV '황진이'에서 황진이와 애틋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도령 김은호 역을 맡으며 성공적으로 성인 연기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장근석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배우가 됐다. 그랬던 그가 5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2년간은 군대, 나머지 3년은 하고 싶은 것을 하던 시기"라고 했다.
"하고 싶던 것을 하는 시간도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것'과 나머지 하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었어요. 계획이 없이 살았어요. 평생을 스스로 다음을 위해 채찍질하며 살았거든요. 사실 군에 있을 때도 '전역 후 1년 동안 이런 것들을 해야겠다' 계획을 만들기도 했죠. 그러다 코로나도 생겼고, 스스로 스트레스도 받다가 '나는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며 살까'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계획 없이, 자신을 놔 주면서 살았던 거 같아요."
"아무것도 안 했다"고 했지만, 캠핑하러 다니고,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를 해주고, 지인들과 밴드를 결성해 곡을 쓰는 등 나름대로 알차고 바쁜 시간을 보낸 듯해 보이는 장근석이었다. '미끼' 출연이 결정된 후에는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연기 레슨까지 받으며 열정적으로 몰입했던 장근석은 "지난 5년의 브레이크타임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거 같다"면서 "제가 갑자기 '미끼'를 한다고 절제되고 성숙해지는 건 아니지 않냐"면서 웃음을 보였다.
"있는 척하고, 허세 부리는 건 어릴 때나 한 거고. 요즘은 그런 '거짓말들은 다 걸려요. 저의 흐름에 맞게 작품을 선택하고, 그 분위기에 맞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가장 진정성 있는 무기가 아닌가 싶어요." 긴 공백기 속에서도 "배우 말고 다른 걸 해볼까"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은 있었다고. 장근석은 "쫓기며 사는 삶이었고, '기분파'이면서 '예스맨'이라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니 내가 나를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 많았다"면서 "그래서 과감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산과 바다로 다녔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공백기가 길어지다 보니 "장근석이 작품을 안 한다고 하더라"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장근석도 "저도 그런 얘기 들었다"면서 웃었다.
"제가 원하는 작품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었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미지대로 사는 삶이 별로였어요. 전역 후 들어온 대본들이 이전과 크게 변화가 없었어요. '또 가벼운 거 한다', '쉬운 거 한다' 이런 얘길 하실 거 같았죠. '이젠 졸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전 기회를 기다렸어요. 그 기회의 결정선이 '미끼'였고요."
'미끼' 김홍선 감독은 "특정 실화, 특정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종교에 가까운 다단계 사기 피해와 그 가해자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죽음을 위장했다가 살아 돌아온다는 콘셉트는 조희팔을 떠올리게 한다. 사기를 전면에 다루는 작품인 만큼 장근석에게 "'미끼'와 같은 사기 피해를 본 적이 없냐"고 묻자, "투자를 한 적이 없어서 사기를 당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돈을 쓸 줄 몰라요. 저는 주식도 안 하고, 코인도 안 하거든요. 자산관리를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그분께서 관리해주시죠. 작품을 할 땐 작품에만 몰두하고 달려가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미끼'가 공개된 후, 그만의 타이틀을 깨고, 보여주지 않은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장근석의 바람은 어느 정도 이뤄진 듯 보인다. "10개월 동안 준비했다"는 그의 말이 '허세'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연기에 임한 덕분에 "저에게 들어오는 대본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졌다"고.
"이전엔 시청률이나 이런 수치를 궁금해하고, 제가 나서서 안달 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저에게 오는 이런 변화 자체가 너무 좋아요. 파트 2에서는 숨겨놓은 장치들이 더 많은데, 그걸 발견하면서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고, 저 역시 그 안에 한 덩어리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긴 시간 활동했지만, 장근석이 얻고 싶은 타이틀 역시 화려한 수식어가 아닌, 그냥 '배우' 장근석이라고 했다. '미끼'를 선택했을 때의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게 쉽지만 어려운 건데, 저 스스로 '배우'라고 칭하기보단, '배우 장근석'이라고 불리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제 지금 저의 궁극적인 목표에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장근석의 별명은 '아시아 프린스'. 배우이지만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투어가 가능할 만큼 규모도 상당하다. 또 다른 타이틀은 '꽃미남'이었다. 그의 대표작 중 일부인 KBS 2TV '미남이시네요', '예쁜남자' 등의 제목과 이질감이 없었던 것도 그가 장근석이기 때문었다. 하지만 '미끼'에서 장근석은 덥수룩한 수염에 종묘 시장에서 구입한 의상 10벌을 돌려 입었다. 그나마도 하나의 의상으로 보일 정도로 무채색에 무미건조했다. 여기에 세기의 사기꾼 노상천(허성태 분)을 쫓는 분노 역시 절제되고 응축된 감정이었다. 장근석은 5년 만의 복귀작으로 '미끼'를 택한 이유로 이 지점을 꼽았다.
"노상천은 항상 뭘 하고 발산해요. 사기를 치고, 등쳐먹고, 도망가고. 그런데 구도한은 뭘 안 하죠. 개인의 삶도 그렇고, 쓸데없는 말도 안하고요. 사람들이 생각할 때 '쟤는 절대가 없는 애야'라고 할 정도로 전 바쁘게 살았어요. 그런 부분이 저에게 있어서 못 보여준 부분이었고, '뽑아내지 않으려는 절제'가 제가 도전하고 싶은 부분이었어요."
6살이던 1993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한 장근석은 이후 아역 배우로 쉼 없이 활동했고, 2006년 스무살이 되던 해 KBS 2TV '황진이'에서 황진이와 애틋하고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도령 김은호 역을 맡으며 성공적으로 성인 연기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장근석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배우가 됐다. 그랬던 그가 5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2년간은 군대, 나머지 3년은 하고 싶은 것을 하던 시기"라고 했다.
"하고 싶던 것을 하는 시간도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하는 것'과 나머지 하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었어요. 계획이 없이 살았어요. 평생을 스스로 다음을 위해 채찍질하며 살았거든요. 사실 군에 있을 때도 '전역 후 1년 동안 이런 것들을 해야겠다' 계획을 만들기도 했죠. 그러다 코로나도 생겼고, 스스로 스트레스도 받다가 '나는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며 살까'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계획 없이, 자신을 놔 주면서 살았던 거 같아요."
"아무것도 안 했다"고 했지만, 캠핑하러 다니고,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를 해주고, 지인들과 밴드를 결성해 곡을 쓰는 등 나름대로 알차고 바쁜 시간을 보낸 듯해 보이는 장근석이었다. '미끼' 출연이 결정된 후에는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연기 레슨까지 받으며 열정적으로 몰입했던 장근석은 "지난 5년의 브레이크타임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거 같다"면서 "제가 갑자기 '미끼'를 한다고 절제되고 성숙해지는 건 아니지 않냐"면서 웃음을 보였다.
"있는 척하고, 허세 부리는 건 어릴 때나 한 거고. 요즘은 그런 '거짓말들은 다 걸려요. 저의 흐름에 맞게 작품을 선택하고, 그 분위기에 맞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가장 진정성 있는 무기가 아닌가 싶어요." 긴 공백기 속에서도 "배우 말고 다른 걸 해볼까"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만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은 있었다고. 장근석은 "쫓기며 사는 삶이었고, '기분파'이면서 '예스맨'이라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니 내가 나를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 많았다"면서 "그래서 과감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산과 바다로 다녔다"고 고백했다.
그렇지만 공백기가 길어지다 보니 "장근석이 작품을 안 한다고 하더라"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장근석도 "저도 그런 얘기 들었다"면서 웃었다.
"제가 원하는 작품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시간이었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미지대로 사는 삶이 별로였어요. 전역 후 들어온 대본들이 이전과 크게 변화가 없었어요. '또 가벼운 거 한다', '쉬운 거 한다' 이런 얘길 하실 거 같았죠. '이젠 졸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전 기회를 기다렸어요. 그 기회의 결정선이 '미끼'였고요."
'미끼' 김홍선 감독은 "특정 실화, 특정인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종교에 가까운 다단계 사기 피해와 그 가해자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죽음을 위장했다가 살아 돌아온다는 콘셉트는 조희팔을 떠올리게 한다. 사기를 전면에 다루는 작품인 만큼 장근석에게 "'미끼'와 같은 사기 피해를 본 적이 없냐"고 묻자, "투자를 한 적이 없어서 사기를 당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돈을 쓸 줄 몰라요. 저는 주식도 안 하고, 코인도 안 하거든요. 자산관리를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그분께서 관리해주시죠. 작품을 할 땐 작품에만 몰두하고 달려가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미끼'가 공개된 후, 그만의 타이틀을 깨고, 보여주지 않은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장근석의 바람은 어느 정도 이뤄진 듯 보인다. "10개월 동안 준비했다"는 그의 말이 '허세'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연기에 임한 덕분에 "저에게 들어오는 대본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졌다"고.
"이전엔 시청률이나 이런 수치를 궁금해하고, 제가 나서서 안달 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저에게 오는 이런 변화 자체가 너무 좋아요. 파트 2에서는 숨겨놓은 장치들이 더 많은데, 그걸 발견하면서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고, 저 역시 그 안에 한 덩어리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긴 시간 활동했지만, 장근석이 얻고 싶은 타이틀 역시 화려한 수식어가 아닌, 그냥 '배우' 장근석이라고 했다. '미끼'를 선택했을 때의 마음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게 쉽지만 어려운 건데, 저 스스로 '배우'라고 칭하기보단, '배우 장근석'이라고 불리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제 지금 저의 궁극적인 목표에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