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사진=넷플릭스
변성현 감독/사진=넷플릭스
변성현 감독이 '일베' 논란에 입을 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이하 '일베') 논란으로 최근 곤욕을 치렀다. 변성현 감독은 "저 때문에 이런 논란이 생긴 거 같아서 사람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당황스러웠던 게, 그럴 의도 자체가 없었는데,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네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길복순'은 킬러가 직업인 '워킹맘' 길복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지난 3월 3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규모의 킬러 회사가 있다는 '길복순'의 세계관과 화려한 캐스팅, 여기에 베를린영화제 공식 초청 후 호평받았다는 보도는 '길복순'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길복순'에서 국내파 하급 킬러에게는 '전라-순천' 봉투를 전달하고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A급 킬러에게는 '서울-코리아', '블라디보스크-러시아'라는 봉투를 주는 장면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변성현 감독/사진=넷플릭스
변성현 감독/사진=넷플릭스
변성현 감독은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A급, B급은 글로벌이라 해외 일을 하고, C급은 국내 일을 하는 거였다"며 "제가 그런 부분까지 하나하나 컨펌할 순 없어서, 미술감독님이나 연출팀이 너무 미안해하셨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 외에도 김구, 안중근과 같은 독립운동가들을 '살인자'라고 언급하고, 길복순의 행위와 위인들의 독립운동을 '살인'이라고 연결 지어 도덕성을 뒤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구, 안중근 역시 일베에서 '킬구' 등으로 불리며 비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변성현 감독은 '길복순'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직접 썼다. 변성현 감독은 배우 전도연과 엄마 전도연의 간극을 보고 '길복순'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 부분 때문에 '길복순'의 일베 의혹이 더 짙어지기도 했다. 변성현 감독이 이전에도 일베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

변성현 감독은 "그쪽 정치 성향의 맞은편에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자꾸 얽히고 있다"며 "전작인 '킹메이커'에서는 지역감정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다뤘고, '길복순'에서는 모순에 대한 얘길 하는데, 그냥 '영화 따라 가나' 싶었다"고 말했다.

변성현 감독은 논란이 불거진 후 타이틀롤 길복순 역을 맡은 전도연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 미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변성현 감독은 "선배님이 어마어마한 도전을 한 건데, 그 도전을 물거품으로 만드나 싶어서 죄송한 마음에 연락을 드렸다"며 "선배님에게는 아무래도 작품에 제 의도와 관련 없이 폐를 끼친 거 같았다"고 전했다.

논란 속에도 '길복순'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인기 콘텐츠 1위에 등극해서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가 5일 발표한 주간 시청 시간 순위를 보면, '길복순'은 지난달 27일~지난 2일 시청 시간 1961만 시간을 기록해 비영어 영화 부문 최상단에 자리했다. '길복순' 시청 시간은 영어 영화 부문까지 통합해서 보면 1위 '머더 미스테리2'(6442만 시간), 2위 '머더 미스테리'(2469만 시간)에 이은 3위였다.

변성현 감독은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들었다"며 "제가 집에만 있고, 실감이 안 났는데, 미국에서 작업 제안이 오더라. '할리우드 갈 준비해야지' 이런 느낌이 들어 좋았다기보단, '아 그래도 지금 잘되고 있구나'라는 반응 같아서 안도했다"고 설명했다.

'길복순'은 독특한 설정,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외에 화려한 미장센으로도 호평받았다. 변성현 감독은 "배우들이 가장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 조명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찍다 보니 자꾸 욕심이 나서 점점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도연에 대해 "모니터 앞에서 계속 감탄했다"고 찬양을 이어갔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킹메이커'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설경구에 대해서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정말 큰 노력이 필요하고, 엄청 신경 썼지만, 전도연 선배님은 욕심이었다"며 "막 찍어도 각이 나왔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이어 "배우가 생각하는 것과 제가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는데, 결국엔 제가 생각한 대로 하게 해주셨다"면서 감사함을 전했다.
변성현 감독/사진=넷플릭스
변성현 감독/사진=넷플릭스
설경구에 대해 "페르소나는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변성현X설경구' 조합 그만 봤으면 좋겠다는 글을 보니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더 해볼까' 싶다"면서 미래 계획을 전했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 선배님의 영화 중에 좋아하는 건 '박하사탕'이지만, '오아시스'에서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 연기와 캐릭터를 좋아한다"면서 "'오아시스' 같은 영화가 아니라 그런 캐릭터, 멋있는 것과는 반대편에 있는 인물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길복순'의 스핀오프나 후속작에 대해서 "제가 또 액션 연출을 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시나리오 작업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