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롱디' 5년된 커플의 영상통화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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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소재가 새로운 형식을 만나니 색다른 매력의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 '롱디'는 인디밴드 '연신굽신'의 메인 보컬과 팬으로 만나 5년 동안 만난 사랑을 이어온 태인(박유나)과 도하(장동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신굽신은 '수능금지송'이라고 불릴 만큼 인지도 있는 음악을 발표하며 나름 인디신에서도 승승장구했지만, 많은 밴드들이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서 팀이 자연스럽게 와해됐다. 같이 밴드를 하던 멤버가 탈퇴 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조명을 받는 와중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태인은 부모님이 계신 거제도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외제차 딜러로 취업에 성공한 도하는 서울에 남으면서 두 사람의 장거리 연애는 시작된다.
'롱디'라는 물리적 거리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건 디지털 기기들이다.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카카오톡과 영상통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고, 확인한다. SNS에 올리지 못하는 사진, 영상들은 클라우드 계정 공유 폴더에 넣어 놓으면서 서로를 추억한다.
떨어지는 게 두렵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도하는 장거리 연애에도 변함없는 애정을 확인하며 5주년 커플 기념일을 맞이해 깜짝 프러포즈를 준비한다. 초등학교 동창이자 'SS급'으로 특별 관리했던 '금수저' 유튜버 제임스한(고건한 분)이 초대한 핼러윈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그 동영상을 찍지 않았다면 큰 이벤트 없이 결혼까지 골인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도하는 제임스한의 핼러윈파티에서 술에 취해 광란의 밤을 보내고, SNS에서 '파티남'으로 불리게 된다. 여기에 다른 여자와 스킨십을 하는 장면까지 공개되면서 태인에게 이별 통보까지 받는다. 전반부가 태인과 도하의 달달함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핼러윈 파티 이후 부터는 태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도하의 고군분투가 '롱디'를 이끄는 중심 축이다.
이 모든 과정들은 스크린 기기 속 화면만으로 구성된 스크린라이프(Screenlife) 기법으로 선보여진다. ‘스크린라이프’는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만 영화를 구성하는 형식. 관객들이 보는 도하, 태인의 모습은 모두 영상 통화를 하거나 SNS 라이브 방송 등 온라인 게시물, 이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이다.
스크린이 곧 영화 화면이기 때문에 실제 촬영이 아이폰과 고프로 등 디지털 기기로만 진행됐다. 특히 배우가 직접 카메라를 들 때도 있어 연기와 함께 화면 이해도까지 요구하는데 장동윤, 박유나 모두 새로운 시도들을 매끄럽게 진행했다. 장동윤은 "처음엔 기기 조작도 낯설었는데, 익숙해지니 색다른 재미였다"면서 촬영기를 전했다. 누군가의 상황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 보는 것이 아닌, 직접 대화에 참여하고, 직접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보는 느낌을 주는 스크린라이프 기법은 '롱디'의 몰입도를 최고점까지 끌어올리는 요소다. 때론 지질하고, 때론 우유부단한 도하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도, 그래서 다소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것도 스크린라이프 기법 덕분이다.
'롱디'에서 구현되는 화면들은 내가 휴대폰이나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후반 작업에만 1년 이상 공을 들였다. 임재완 감독은 "열심히 디자인 작업을 해 놓으면 업데이트가 돼 다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을 만큼, 꼼꼼하고 세심한 후반작업으로 사실적인 스크린 세상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영화 '서치'를 통해 스크린라이프 기법을 전세계에 알리며 신선한 충격을 줬던 제작사 바젤레브스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공동 제작으로 참여하며 노하우를 전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후문이다. '서치'에서는 스크린라이프가 극강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기법으로 사용됐다면, '롱디'에서는 연인들 사이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에 한걸음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이용됐다.
이 기법 때문인지 모든 갈등과 해결 상황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등장하고, 영상 통화 카메라를 꺼 놓지 않고 생활하는 등 몇몇 장면에서 '정말 이럴까' 싶은 부분들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형식으로 101분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끌고가는 부분은 '롱디'의 성과라 할 수 있다.
5월 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한줄평: 그러니까, 친구를 잘 사귀자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익숙한 소재가 새로운 형식을 만나니 색다른 매력의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 '롱디'는 인디밴드 '연신굽신'의 메인 보컬과 팬으로 만나 5년 동안 만난 사랑을 이어온 태인(박유나)과 도하(장동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연신굽신은 '수능금지송'이라고 불릴 만큼 인지도 있는 음악을 발표하며 나름 인디신에서도 승승장구했지만, 많은 밴드들이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서 팀이 자연스럽게 와해됐다. 같이 밴드를 하던 멤버가 탈퇴 후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조명을 받는 와중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태인은 부모님이 계신 거제도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외제차 딜러로 취업에 성공한 도하는 서울에 남으면서 두 사람의 장거리 연애는 시작된다.
'롱디'라는 물리적 거리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건 디지털 기기들이다.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카카오톡과 영상통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고, 확인한다. SNS에 올리지 못하는 사진, 영상들은 클라우드 계정 공유 폴더에 넣어 놓으면서 서로를 추억한다.
떨어지는 게 두렵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도하는 장거리 연애에도 변함없는 애정을 확인하며 5주년 커플 기념일을 맞이해 깜짝 프러포즈를 준비한다. 초등학교 동창이자 'SS급'으로 특별 관리했던 '금수저' 유튜버 제임스한(고건한 분)이 초대한 핼러윈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그곳에서 그 동영상을 찍지 않았다면 큰 이벤트 없이 결혼까지 골인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도하는 제임스한의 핼러윈파티에서 술에 취해 광란의 밤을 보내고, SNS에서 '파티남'으로 불리게 된다. 여기에 다른 여자와 스킨십을 하는 장면까지 공개되면서 태인에게 이별 통보까지 받는다. 전반부가 태인과 도하의 달달함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핼러윈 파티 이후 부터는 태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도하의 고군분투가 '롱디'를 이끄는 중심 축이다.
이 모든 과정들은 스크린 기기 속 화면만으로 구성된 스크린라이프(Screenlife) 기법으로 선보여진다. ‘스크린라이프’는 디지털 기기의 화면으로만 영화를 구성하는 형식. 관객들이 보는 도하, 태인의 모습은 모두 영상 통화를 하거나 SNS 라이브 방송 등 온라인 게시물, 이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이다.
스크린이 곧 영화 화면이기 때문에 실제 촬영이 아이폰과 고프로 등 디지털 기기로만 진행됐다. 특히 배우가 직접 카메라를 들 때도 있어 연기와 함께 화면 이해도까지 요구하는데 장동윤, 박유나 모두 새로운 시도들을 매끄럽게 진행했다. 장동윤은 "처음엔 기기 조작도 낯설었는데, 익숙해지니 색다른 재미였다"면서 촬영기를 전했다. 누군가의 상황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 보는 것이 아닌, 직접 대화에 참여하고, 직접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보는 느낌을 주는 스크린라이프 기법은 '롱디'의 몰입도를 최고점까지 끌어올리는 요소다. 때론 지질하고, 때론 우유부단한 도하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오롯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도, 그래서 다소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것도 스크린라이프 기법 덕분이다.
'롱디'에서 구현되는 화면들은 내가 휴대폰이나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후반 작업에만 1년 이상 공을 들였다. 임재완 감독은 "열심히 디자인 작업을 해 놓으면 업데이트가 돼 다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을 만큼, 꼼꼼하고 세심한 후반작업으로 사실적인 스크린 세상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영화 '서치'를 통해 스크린라이프 기법을 전세계에 알리며 신선한 충격을 줬던 제작사 바젤레브스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공동 제작으로 참여하며 노하우를 전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후문이다. '서치'에서는 스크린라이프가 극강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기법으로 사용됐다면, '롱디'에서는 연인들 사이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에 한걸음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요소로 이용됐다.
이 기법 때문인지 모든 갈등과 해결 상황에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이 등장하고, 영상 통화 카메라를 꺼 놓지 않고 생활하는 등 몇몇 장면에서 '정말 이럴까' 싶은 부분들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형식으로 101분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끌고가는 부분은 '롱디'의 성과라 할 수 있다.
5월 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한줄평: 그러니까, 친구를 잘 사귀자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