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링 오르는 윤형빈 "격투기는 인생과 비슷하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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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겸 격투기 선수 윤형빈 인터뷰
개그맨 윤형빈이 '파이터'로 9년 만에 링에 오른다.
윤형빈은 오는 21일 일본의 반 나카무라와 격투기 대결을 펼친다. 일본의 유명 격투기 프로그램 '브레이킹 다운'을 통해 진행되는 한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그는 추성훈의 지도 아래 시합을 준비해 왔다.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윤형빈은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당장 정식 시합은 부담스러웠다.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9년 전인 2014년 윤형빈은 츠쿠다 타카야를 상대로 로드FC 데뷔전을 치러 승리를 거두며 '격투기 선수'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우연히 멋있게 이겼다"고 운을 뗀 그는 "이번 대회 자체가 진흙탕 싸움이다. 그 안에서 튀려면 멋있게 이기는 수밖에 없겠더라. 이번에도 멋있게 이기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평소 좋아했던 운동인 격투기에 '도전'이라는 두 글자를 붙이니 어느덧 '선수'가 돼 있었다고 했다. 윤형빈은 "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도 링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로드FC 대표님께서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바로 '좋다'고 했다. 승리하고 세리머니 하는 날만큼은 스스로 메이웨더, 타이슨 못지않은 거다. 그걸 즐기고 싶었다"며 웃었다.
링 위에 오른 모습은 분명 위풍당당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터. 윤형빈은 "가족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며 아내 정경미를 떠올렸다. 그는 "아내에게 늘 고맙다. 묵묵하게 지지해 주는 편이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불안해하지 않고 '잘 갔다 와라'고 한다. 무패 파이터가 아니겠느냐"라며 웃었다.
또 "격투기를 함으로써 본업인 개그에도 도움이 된다. 격투기를 하기 때문에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거다. 7~8개의 관련 프로그램 MC를 봤다"고 덧붙였다.
윤형빈은 콘텐츠 제작사 윤소그룹을 이끌고 극장을 운영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개그 무대를 유지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본업으로도 충분히 바쁜 그에게 '왜 격투기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윤형빈은 "약간 허세스러울 수 있는데 격투기는 인생이랑 비슷하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링에 들어가는 순간 내가 얼마나 연습하고 정신 수련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결국 승부가 판가름 난다"면서 "개그계 현실은 약육강식인데 난 생존 본능이 약한 편이다. 이기려고 아등바등하는 성격이 아닌데 격투기를 통해 마음을 많이 다잡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격투기를 하고 나서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 여전히 배울 게 많다"고 덧붙였다.
윤형빈은 "'무패 파이터'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몸이 허락하는 한 격투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이제 마흔다섯인데 아직은 괜찮지 않나요?" '개그맨 윤형빈'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본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관한 코미디 전용 공연장인 '윤형빈 소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뚫고 여전히 많은 관객과 웃음을 나누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윤형빈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한 달에 3000만원씩 적자가 났다. 머리를 굴려보겠다면서 집에 일주일 정도 안 들어가기도 했다. 결론은 우리는 그냥 계속 가자는 거였다. 대신 다른 곳에 가서 더 벌어오겠다고 했다.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영상 촬영, 광고 등을 통해 공연장 적자를 메꿨다. 스스로 '대견하다'고 말했다. 평소 술을 거의 안 먹는데 그때 처음으로 '혼술'도 해봤다. 코로나19 때는 버티기만 해도 잘한 거라고 하지 않느냐. 정말 잘 지나왔다. 다행이다"고 털어놨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결국 '개그 무대'였다. 윤형빈은 "개그계에서 우리만큼 신인 육성에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면서 "내가 잘돼야 후배들한테도 해줄 게 있고, 이들도 맞는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따라온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한국 개그의 글로벌화에 도전하고 있다. K팝과 개그를 접목한 '개그 아이돌'로 새 경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미 일본·호주 등에서 반응을 확인한 개그 아이돌 코쿤과 함께 오는 8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석한다.
윤형빈은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며 "개그는 나라마다 다른 부분이 있고, 또 같은 부분이 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조금씩 추가한다. 영어권도 우리의 시스템대로 하면 먹힐 것 같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종 목표는 미국이다.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일본에서 공연장을 열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전 계속 일할 거고, 또 성공할 겁니다. 하반기부터 승부수를 거는 일들이 많아요. 개그 아이돌도 리부트할 거고, 일본에서 아이돌 공연장도 열어야죠. 개그로 다시 궤도에 올라가느냐, 아니면 다 빼고 돌아가느냐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윤형빈은 오는 21일 일본의 반 나카무라와 격투기 대결을 펼친다. 일본의 유명 격투기 프로그램 '브레이킹 다운'을 통해 진행되는 한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그는 추성훈의 지도 아래 시합을 준비해 왔다.
최근 한경닷컴과 만난 윤형빈은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당장 정식 시합은 부담스러웠다.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9년 전인 2014년 윤형빈은 츠쿠다 타카야를 상대로 로드FC 데뷔전을 치러 승리를 거두며 '격투기 선수'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우연히 멋있게 이겼다"고 운을 뗀 그는 "이번 대회 자체가 진흙탕 싸움이다. 그 안에서 튀려면 멋있게 이기는 수밖에 없겠더라. 이번에도 멋있게 이기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평소 좋아했던 운동인 격투기에 '도전'이라는 두 글자를 붙이니 어느덧 '선수'가 돼 있었다고 했다. 윤형빈은 "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도 링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로드FC 대표님께서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바로 '좋다'고 했다. 승리하고 세리머니 하는 날만큼은 스스로 메이웨더, 타이슨 못지않은 거다. 그걸 즐기고 싶었다"며 웃었다.
링 위에 오른 모습은 분명 위풍당당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터. 윤형빈은 "가족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며 아내 정경미를 떠올렸다. 그는 "아내에게 늘 고맙다. 묵묵하게 지지해 주는 편이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불안해하지 않고 '잘 갔다 와라'고 한다. 무패 파이터가 아니겠느냐"라며 웃었다.
또 "격투기를 함으로써 본업인 개그에도 도움이 된다. 격투기를 하기 때문에 격투 오디션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거다. 7~8개의 관련 프로그램 MC를 봤다"고 덧붙였다.
윤형빈은 콘텐츠 제작사 윤소그룹을 이끌고 극장을 운영하며 후배들을 양성하고, 개그 무대를 유지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본업으로도 충분히 바쁜 그에게 '왜 격투기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윤형빈은 "약간 허세스러울 수 있는데 격투기는 인생이랑 비슷하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링에 들어가는 순간 내가 얼마나 연습하고 정신 수련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결국 승부가 판가름 난다"면서 "개그계 현실은 약육강식인데 난 생존 본능이 약한 편이다. 이기려고 아등바등하는 성격이 아닌데 격투기를 통해 마음을 많이 다잡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격투기를 하고 나서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 여전히 배울 게 많다"고 덧붙였다.
윤형빈은 "'무패 파이터'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몸이 허락하는 한 격투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이제 마흔다섯인데 아직은 괜찮지 않나요?" '개그맨 윤형빈'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본업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였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개관한 코미디 전용 공연장인 '윤형빈 소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뚫고 여전히 많은 관객과 웃음을 나누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윤형빈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한 달에 3000만원씩 적자가 났다. 머리를 굴려보겠다면서 집에 일주일 정도 안 들어가기도 했다. 결론은 우리는 그냥 계속 가자는 거였다. 대신 다른 곳에 가서 더 벌어오겠다고 했다.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영상 촬영, 광고 등을 통해 공연장 적자를 메꿨다. 스스로 '대견하다'고 말했다. 평소 술을 거의 안 먹는데 그때 처음으로 '혼술'도 해봤다. 코로나19 때는 버티기만 해도 잘한 거라고 하지 않느냐. 정말 잘 지나왔다. 다행이다"고 털어놨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결국 '개그 무대'였다. 윤형빈은 "개그계에서 우리만큼 신인 육성에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면서 "내가 잘돼야 후배들한테도 해줄 게 있고, 이들도 맞는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따라온다"고 밝혔다. 현재 그는 한국 개그의 글로벌화에 도전하고 있다. K팝과 개그를 접목한 '개그 아이돌'로 새 경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미 일본·호주 등에서 반응을 확인한 개그 아이돌 코쿤과 함께 오는 8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석한다.
윤형빈은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며 "개그는 나라마다 다른 부분이 있고, 또 같은 부분이 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조금씩 추가한다. 영어권도 우리의 시스템대로 하면 먹힐 것 같다는 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종 목표는 미국이다.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일본에서 공연장을 열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전 계속 일할 거고, 또 성공할 겁니다. 하반기부터 승부수를 거는 일들이 많아요. 개그 아이돌도 리부트할 거고, 일본에서 아이돌 공연장도 열어야죠. 개그로 다시 궤도에 올라가느냐, 아니면 다 빼고 돌아가느냐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