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보호자' 정우성 브로맨스? '브로크백마운틴' 다시 봤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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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호자' 우진 역 배우 김남길
"미쳤다."
영화 '보호자'를 본 관객이라면, 김남길의 연기를 봤다면 공통으로 터져 나왔을 반응이다. 김남길의 캐릭터 우진도 미쳤지만, 이를 연기하는 그의 연기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행하는 '찢었다'는 표현대로 그야말로 스크린을 찢어 놓았다. 김남길은 작품마다 신뢰감을 줬던 배우였지만, '보호자'에서는 더더욱 이를 입증했다는 평이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딸을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던 조직의 이인자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영화다. 배우 정우성이 주인공 수혁 역뿐 아니라 연출까지 맡으며 이목을 끌었다. 김남길이 연기한 우진은 일명 '세탁기'라 불리는 해결사다. "수혁을 제거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자신의 방식대로 무자비하게 처리하려다 어찌할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리고 만다.
"어릴 적 형들이 괴롭혔다"는 고백으로 자신이 제거할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우진은 천진난만함과 잔혹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그야말로 '맑은 눈의 광인'인 셈. 몇몇 관객들은 "'조커'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남길은 "우진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릴 적의 상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상처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고 자신이 해석한 우진을 소개했다. 자신의 유일한 동료인 진아(박유나 분)에게는 무한 애교를 발산하는 우진을 보며, 정우성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 "그냥 형한테 하던 대로 하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다는 김남길이었다. 그는 "제가 형, 누나들에게 애교를 잘 부린다"면서도 "그래도 우진처럼 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실제로는 극의 5% 정도만 보여드리고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평소 '수다쟁이'로 불릴 만큼 말도 많고, 유쾌하다고 알려진 김남길이다. 하지만 작품의 캐릭터로 그의 유쾌함과 광기를 동시에 선보인 적은 없었다. 김남길은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나온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내가 뛰어넘을 순 없겠더라"라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면서 어디서 봤을 법한, 하지만 조금은 비틀어진 우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출자인 정우성 감독에게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말고, 네가 생각하는 우진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주문받았지만, "저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나온 영화는 다 봤다"며 "극 중 (정)우성 형이 연기한 수혁과의 관계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 동성애 코드까진 아니지만, 존중, 존경의 태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하며 웃었다.
"배우 정우성과 감독 정우성은 비슷한 거 같아요. 연기도, 연출도, 모두 사람에게서 시작하는 거잖아요. 연기를 할 때도, 연출을 할 때도 배려와 이해의 태도가 있었어요."
이어 "촬영할 땐 '두 번 다시 선배님들이 연출하는 작품에는 출연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는데, 또 출연하고 싶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남길은 "연기적인 호흡을 알고 연출을 하니, 좋으면서도 연기를 할 때 도망갈 구석이 없었다"며 "배우가 왜 숨기고 싶어 하는지, 그런 부분들을 너무 잘 아니까 그 부분이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또 잘 알고 배려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정우성 감독님이라면 또 흔쾌히 함께하고 싶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김남길은 '보호자'에 앞서 정우성과 '청담부부'로 불릴 만큼 돈독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정재가 연출한 '헌트'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다. 김남길은 정우성과 이정재가 오랫동안 우정을 이어오고 있지만, "연출 스타일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이)정재 형은 자유롭게, 모든 걸 스태프에게 맡기고 본인은 큰 산을 보며 컨트롤하는 스타일이라면, 우성이 형은 정말 디테일하게 본인이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자신이 생각한 것에서 벗어난 것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결론적으로 둘 다 힘들다"고 폭로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도 정우성 감독의 세심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진이 수혁에게 차에서 머리채를 붙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 앵글에 어떻게 해야 수혁이 잘 보일 수 있을지 머리를 내밀고 이리저리 돌려봤어요. 그걸 모니터로 보고 계시던 우성이 형이 '너무 상대 배우와 상황에, 스태프에게 맞추면서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연기를 해왔지만, 이렇게 말해주던 연출자가 없었어요. '너를 위해, 이기적으로 연기하라'고 하시는데, 그렇게 말해도 제가 못 할 거 아니까(웃음) 그러시는 것도 알겠는데, 그 말이 정말 고맙고 감동적이더라고요." 김남길 역시 제작과 연출에 관심이 많은 배우로 알려졌다. 이미 10년 전인 2013년 정우성 뿐 아니라 구혜선, 양익준 감독 등과 함께 '삶의 동반자'라는 주제로 각각 옴니버스 단편영화를 제작해 함께 선보인 이력도 있다. 때문에 김남길 역시 정우성의 뒤를 이어 배우 출신 연출자의 길을 걷게 될 지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전까지 '연출이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생각했다면, 단편 프로젝트를 하면서 '와 진짜 힘들다' 싶었어요. 경험적인 것들도 많아야 하고, 해야 할 것들도 많더라고요. 연출하시는 분들은 정말 다 대단한 거 같아요. 그래서 욕심을 내기보단,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해보고 싶다는 고민은 해봐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영화 '보호자'를 본 관객이라면, 김남길의 연기를 봤다면 공통으로 터져 나왔을 반응이다. 김남길의 캐릭터 우진도 미쳤지만, 이를 연기하는 그의 연기력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유행하는 '찢었다'는 표현대로 그야말로 스크린을 찢어 놓았다. 김남길은 작품마다 신뢰감을 줬던 배우였지만, '보호자'에서는 더더욱 이를 입증했다는 평이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딸을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했던 조직의 이인자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영화다. 배우 정우성이 주인공 수혁 역뿐 아니라 연출까지 맡으며 이목을 끌었다. 김남길이 연기한 우진은 일명 '세탁기'라 불리는 해결사다. "수혁을 제거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자신의 방식대로 무자비하게 처리하려다 어찌할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리고 만다.
"어릴 적 형들이 괴롭혔다"는 고백으로 자신이 제거할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우진은 천진난만함과 잔혹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그야말로 '맑은 눈의 광인'인 셈. 몇몇 관객들은 "'조커'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남길은 "우진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릴 적의 상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상처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고 자신이 해석한 우진을 소개했다. 자신의 유일한 동료인 진아(박유나 분)에게는 무한 애교를 발산하는 우진을 보며, 정우성 감독에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 "그냥 형한테 하던 대로 하면 되겠네요"라고 말했다는 김남길이었다. 그는 "제가 형, 누나들에게 애교를 잘 부린다"면서도 "그래도 우진처럼 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실제로는 극의 5% 정도만 보여드리고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평소 '수다쟁이'로 불릴 만큼 말도 많고, 유쾌하다고 알려진 김남길이다. 하지만 작품의 캐릭터로 그의 유쾌함과 광기를 동시에 선보인 적은 없었다. 김남길은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나온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내가 뛰어넘을 순 없겠더라"라며 "다른 방식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사라지고 편안해졌다"면서 어디서 봤을 법한, 하지만 조금은 비틀어진 우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출자인 정우성 감독에게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말고, 네가 생각하는 우진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주문받았지만, "저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나온 영화는 다 봤다"며 "극 중 (정)우성 형이 연기한 수혁과의 관계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 동성애 코드까진 아니지만, 존중, 존경의 태도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하며 웃었다.
"배우 정우성과 감독 정우성은 비슷한 거 같아요. 연기도, 연출도, 모두 사람에게서 시작하는 거잖아요. 연기를 할 때도, 연출을 할 때도 배려와 이해의 태도가 있었어요."
이어 "촬영할 땐 '두 번 다시 선배님들이 연출하는 작품에는 출연하지 말아야겠다' 싶었는데, 또 출연하고 싶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남길은 "연기적인 호흡을 알고 연출을 하니, 좋으면서도 연기를 할 때 도망갈 구석이 없었다"며 "배우가 왜 숨기고 싶어 하는지, 그런 부분들을 너무 잘 아니까 그 부분이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또 잘 알고 배려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정우성 감독님이라면 또 흔쾌히 함께하고 싶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김남길은 '보호자'에 앞서 정우성과 '청담부부'로 불릴 만큼 돈독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이정재가 연출한 '헌트'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다. 김남길은 정우성과 이정재가 오랫동안 우정을 이어오고 있지만, "연출 스타일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이)정재 형은 자유롭게, 모든 걸 스태프에게 맡기고 본인은 큰 산을 보며 컨트롤하는 스타일이라면, 우성이 형은 정말 디테일하게 본인이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 자신이 생각한 것에서 벗어난 것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결론적으로 둘 다 힘들다"고 폭로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도 정우성 감독의 세심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우진이 수혁에게 차에서 머리채를 붙잡히는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 앵글에 어떻게 해야 수혁이 잘 보일 수 있을지 머리를 내밀고 이리저리 돌려봤어요. 그걸 모니터로 보고 계시던 우성이 형이 '너무 상대 배우와 상황에, 스태프에게 맞추면서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연기를 해왔지만, 이렇게 말해주던 연출자가 없었어요. '너를 위해, 이기적으로 연기하라'고 하시는데, 그렇게 말해도 제가 못 할 거 아니까(웃음) 그러시는 것도 알겠는데, 그 말이 정말 고맙고 감동적이더라고요." 김남길 역시 제작과 연출에 관심이 많은 배우로 알려졌다. 이미 10년 전인 2013년 정우성 뿐 아니라 구혜선, 양익준 감독 등과 함께 '삶의 동반자'라는 주제로 각각 옴니버스 단편영화를 제작해 함께 선보인 이력도 있다. 때문에 김남길 역시 정우성의 뒤를 이어 배우 출신 연출자의 길을 걷게 될 지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전까지 '연출이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생각했다면, 단편 프로젝트를 하면서 '와 진짜 힘들다' 싶었어요. 경험적인 것들도 많아야 하고, 해야 할 것들도 많더라고요. 연출하시는 분들은 정말 다 대단한 거 같아요. 그래서 욕심을 내기보단, 민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해보고 싶다는 고민은 해봐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