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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 무엇을 위한 ESG 정보 공시인가?
[한경ESG] 편집장 레터 국내 ESG 공시제도 도입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당초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표준만 확정되면 국내 시행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린 택소노미, 탄소국경조정제도, 공급망 실사 등 ESG와 관련한 글로벌 규제가 밀려오고 있어 늦출 여유가 없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ESG 정보 공시 의무화 시간표를 확정하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기업의 ESG 활동과 데이터 관리, 각종 규제 대응은 긴밀하게 연동되고 결국 공시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6월 말 ISSB 표준이 나왔는데도 웬일인지 금융위원회는 국내 도입 로드맵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3분기라던 공개 시점이 4분기로 연기됐지만, 이마저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로드맵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알 수 없는 상태라 기업들은 미리 준비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시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확보 등을 고려하면 금융위가 예고한 2025년 의무화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당장 나올 것 같던 로드맵이 이처럼 늦어지는 건 뒤늦게 반대 의견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꼭 공시 의무화에 나서야 하느냐부터 논란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면 공시 의무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과 기업 현실을 고려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모든 상장사를 대상으로 할지, 스코프 3 배출량을 포함할지, 사업보고서에 공시할지, 법정 공시로 할지, 제3자 인증을 필수로 할지 등 많은 쟁점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옵니다. 정광화 강원대 교수는 이처럼 혼란이 빚어지는 원인은 ESG 공시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2023.09.06 06:05 -
[칼럼] 디지털과 ESG 혁명
[한경ESG] 칼럼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통합적으로 추진하려는 시도로, 2021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본격화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트윈 전환은 그린 전환을 달성하는 수단으로서 디지털 기술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하지만 그린 전환을 위한 여러 수단 중 디지털 기술이 포함된다고 해서 이를 굳이 트윈 전환으로 명명한다면 이는 거창한 포장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트윈 전환은 ESG 및 디지털 전환이 별도 과제가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두 활동의 목표, 전략 및 과제를 통합적으로 수립‧실행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는 인식을 출발점으로 한다. 그렇다면 ESG와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시너지를 낼까? ESG 목표는 이윤과 사회적가치를 모두 높이는 것인데, 이는 혁신 없이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다. 디지털 혁신의 영향력을 염두에 두면, 이 지점이 바로 ESG가 디지털 전환과 만나는 곳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ESG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커피를 생산하는 전 과정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커피 농장의 탄소배출량과 인권침해 발생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다음으로 ESG가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측면을 보자. 디지털 전환은 당초 기대와 달리 진척이 부진한 상황이다. 그런데 ESG 경영이 대두되고, 특히 환경 분야에 자금이 몰리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성공 사례가 늘고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될 수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이 창출할 경제적가치는 주로 공장·도시 등에서 발생하는데, 공장과 도시는 환경문제가 가장 심각한 영역이기도 하다. 면적이 2%에 불
2023.09.06 06:00 -
[ESG 용어 1분 해설] 중대성
한마디로 말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중대성(materiality)은 기업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 예상이 가능한,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중요 정보를 의미합니다. 기업은 중대성 평가를 통해 지속가능성 문제를 식별하고 우선 과제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중대성’과 ‘중요성’이라는 표현이 모두 사용되고 있습니다. 회계(K-IFRS)에서는 ‘materiality’를 중요성으로 번역해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도 ‘materiality’를 ‘정보 이용자가 특정 보고 기업에 대해 재무 정보를 기초로 내리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합리적 예상 가능한 정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주목받는 배경 중대성은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와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일률적 중대성 평가 방식은 없으며, 광범위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로 중대성 사안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ISSB와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중대성 평가를 통해 정보공시 항목을 결정하도록 권고합니다. 최근 동향 ESG 공시 기준은 단일 또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와 CSRD는 이중 중대성 보고, ISSB는 단일 중대성(재무 중대성) 보고 원칙을 공시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중 중대성은 지속가능성 사안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재무 중대성)과 기업의 경영활동이 경제·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임팩트 중대성)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2023.09.06 06:00 -
배출권 가격 정상화, 2026년이면 너무 늦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한국의 탄소배출권(KAU22) 가격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8월 11일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7770원에 불과하다.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1톤당 10만원을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염가나 다름없다. 이대로라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도 요원해 보인다. 한국의 느긋한 상황과 달리 이상기온과 자연재해로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최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0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입힌 하와이 산불도 기후변화가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 7월 기준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6.9℃라고 발표했다. WMO는 지구 온도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꼽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한 온도’에 거의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경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보고서는 대규모로 신속하게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이전에 전 세계 온실가스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해야 하고, 2030년까지 43%를 감축한다는 과학적 목표도 제시했다. 짐 스키 IPCC 제3작업반 공동의장은 “지구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것은 모든 부문에 걸친 즉각적이고 심도 있는 배출량 감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경로 벗어난 한국 그러나 한국은 감축 경로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국은 2018년 국가 온실가스배출량이 7억2760만 톤으로 전 세계 10위권 내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다. 파리협정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배출 허용량은 4억3660만 톤이다. 2018년 대
2023.09.06 06:00 -
ESG 내재화 비상…사내 연수용 ‘ESG 경영 패키지’ 나와
한경미디어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문 매거진 가 임직원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ESG 경영 입문 패키지’를 선보였다. 최근 ESG와 관련된 글로벌 규제가 가시화되면서 ESG 역량 강화를 위한 사내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ISSB)가 글로벌 ESG 공시 표준이 확정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금융위원회가 이를 기반으로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3분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ESG는 수출을 좌우하는 무역 장벽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생산 과정에 탄소를 많이 배출한 상품에 일종의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10월부터 시행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한국 부품사의 납품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ESG가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 참여의 필수 자격 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ESG 경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ESG 경영 도입 붐이 일면서 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전담팀을 신설했다. 하지만 ESG팀 가동만으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ESG 경영을 제대로 실행하고 성과를 내려면 각 사업 부문 임직원의 적극적 참여를 바탕으로 한 전사적 추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롯데그룹·신한카드 등 앞선 기업들은 현업 부서의 ESG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 담당 직원뿐만 아니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 교육에 나서고 있다. ‘ESG 경영 입문 패키지’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ESG 교육에 최적화된 연수 프로그램이다. ESG 기본 개념과 각 부문별 핵심 포인트를 담은 기
2023.08.07 09:57 -
24시간 무탄소 전력, CFE가 뭐길래
[한경ESG] 이슈 브리핑 최근 재생에너지 조달과 관련해 RE100과 함께 24/7 CFE(Carbon Free Energy)가 주목받고 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어로 규모가 큰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 등 비즈니스 활동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중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결성된 자발적 이니셔티브다. 다국적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그룹과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연합해 2014년 뉴욕 기후주간 행사에서 출범했다. RE100은 에너지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인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 변화를 촉구해 재생에너지 수요 기반의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과거 대비 크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비용 면에서 화석에너지 대비 경쟁력을 지니기 어렵기에 비용적으로 다소 열위에 있더라도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전력 사용량이 큰 기업들이 수요 기반 확대에 앞장서달라는 요구다.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지만, 공급망 상위 기업이나 해외 금융기관의 RE100 가입 요구가 커지고 있다. 365일 24시간 무탄소 전력 사용 24/7 CFE는 24시간 일주일 내내 모든 소비 전력을 무탄소 전력원을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대체하고 정책 설계 및 전력 조달, 공급 등 전반적 전력 그리드 혁신을 통해 전력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결성된 이니셔티브다. 2021년 9월 구글과 유엔 에너지(UN Energy), 지속가능에너지기구(SE4ALL)가 발족했다. RE100이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의 가입을 통한 재생에너지 수요 기반 확대를 목표로 하는데 비해 24/7 CFE는 전력 공급 기업, 전력 시스템 운영 및 기술 솔루션 기업이 주가 돼 그리드의 탈탄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결성된 이니셔티브다. 구글은 2017년부터 100% 재생에너지 사
2023.08.07 09:56 -
기업의 저탄소 전환 돕는 ‘탄소차액계약’
[한경ESG] 이슈 브리핑 온실가스배출을 둘러싼 무역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유럽연합(EU)은 오는 10월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전력 등 6개 업종에 우선 적용하고, 2030년에는 EU 배출권거래제(ETS) 전 업종을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뿐 아니라 애플, 머스크, 오스테드 등 글로벌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스틸제로(SteelZero), 퍼스트 무버 연합(First Movers Coalition)같이 저탄소 제품 구매를 선언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이 국내 수출 기업에 큰 도전인 것과 유사한 양상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7월 현재 국내 배출권 가격은 약 1만원 수준이며,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1만~5만원 사이에서 변동했다. 즉 지금까지 배출권거래제는 한계감축비용이 5만원을 넘는 기술을 시장에 진입시킬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지 못했다. 배출저감 소요 비용 일부 정부 지원 다양한 탄소중립 기술의 한계감축비용은 이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법인 넥스트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한계감축비용은 약 22만원으로 추산된다. 배출권 가격의 높은 변동성과 배출권 시장에 대한 정책 리스크 역시 기업의 저탄소 전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소다. 이러한 배출권 시장의 한계를 보완하고 기업의 저탄소 혁신 기술 투자 유인을 제고하기 위해 최근 탄소차액계약제도(Carbon Contract for Difference, CCfD)가 주목받고 있다. 탄소차액계약제도는 기업과 정부 간 10년 이상 장기 고정가격계약 체결을 통해 기업이 온실가
2023.08.07 09:34 -
속도 내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최종 무대는 한국
[한경ESG] 이슈 브리핑 한국은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으로, 2019년에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의 4.1%를 담당했다. 소수 대기업이 플라스틱 원료를, 다수 중소기업이 플라스틱 가공품을 생산한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의 환경영향을 고려해 2022년 10월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플라스틱 순환경제라는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국제사회 역시 플라스틱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정부간협상위원회를 구성해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2024년까지 성안하자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그간 다양한 국제협약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대한 직간접 규제를 포함했으나,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목표로 하는 구속력 있는 단일한 국제협약은 없었다. 플라스틱 오염 논의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환경위원회(CTE), ‘플라스틱 오염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무역에 관한 비공식 대화(IDP)’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WTO는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성안하겠다는 유엔환경총회 결의를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밖에 G7, G20,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은행 등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유입 감소 등 문제를 중대하게 다루고 있다. 구속력 있는 협약 준비 2022년 11월 28일, 제1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가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코로나19로 대면·비대면 방식으로 동시 개최됐다. 1차 회의에서는 플라스틱에 대한 국제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국가와 국가별 자발적 조치가 우선
2023.08.07 09:34 -
[편집장 레터] 극한 폭염과 탄소배출 비용
[한경ESG] 편집장 레터 여름철 지구 온도가 치솟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더웠던 6월과 7월을 지나 8월에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북미와 유럽, 아시아를 덮친 ‘극한 폭염’은 기후변화가 몰고 올 기상이변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중국 신장이 52℃를 기록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는 110년 전 기록한 세계 최고기온인 56.7℃에 육박했습니다. 그리스와 캐나다에서는 수천 건의 산불이 이어졌습니다. 1940년 이후 데이터를 추적해온 유럽연합(EU)의 지구 관측 기관인 코페르니쿠스는 지난 7월 6일 세계 평균기온이 관측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간 지평을 넓히면 상황이 좀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기후학자들은 올해를 과거 12만5000년 이래 가장 더운 해로 추정합니다. 물론 지구의 긴 역사로 보면 기후 방어선인 1.5℃나 2℃ 상승은 그리 대단치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45억 년 전 탄생한 지구의 원시대기는 이산화탄소로 가득했고, 지구는 뜨거운 마그마의 바다였습니다. 그 후 산소가 만들어지고 인간이 살기 적당한 온도로 냉각된 이후 인류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과 함께 인간이 암석화돼 땅속에 묻혀 있던 이산화탄소를 캐내 연소를 통해 대기 중으로 다시 풀어놓으면서 생긴 것입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2℃ 또는 3℃ 상승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류가 적응할 수 있는 임계점이 어디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인과 현대문명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온난화는 복잡한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이상기후 현상 빈도와 강도를 예상치 못하게
2023.08.07 06:02 -
[ESG 용어 1분 해설] LCA
[한경ESG] ESG 용어 1분 해설 - LCA 한마디로 말하면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는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 채취 단계에서부터 제조, 유통, 사용 및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친 환경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평가하는 방법론입니다. LCA는 기업의 환경경영 경계를 사업장 내부에서 공급망 전체로 확장하는 도구입니다. 주목받는 배경 LCA는 제품 및 서비스의 환경성과를 향상하기 위한 기초가 됩니다. 또 원료의 사용과 활용뿐 아니라 직간접 온실가스배출량 분석 등도 포함해 환경부하를 줄이는 것은 물론 공급망의 공정·원료별 온실가스배출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최종적으로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동향 1997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LCA와 관련한 국제표준인 ISO14040을 발표한 이후 평가 방식은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환경파괴, 자원 부족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LCA는 현재 투입물 및 산출계수 등 과학적 검증 자료가 늘고 있어 전과정 지속가능성 평가(Life Cycle Sustainability Assessment, LCSA)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2023.08.07 06:02 -
전기요금 정상화는 ESG의 첫 단추
[한경ESG] 칼럼 지난 6월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간한 보고서 하나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제목은 ‘디톡스(detox) 개발’이고, 부제는 ‘환경유해보조금의 방향 돌리기’였다. 보고서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경제개발을 목적으로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에 제공하는 약 6조 달러(약 7700조원) 규모 보조금의 해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조금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정부의 직접적 재정 보조를 포함해 가격 체계를 왜곡하는 무역장벽, 가격 상·하한제 같은 명시적(explicit) 보조금이다. 둘째, 화석연료가 야기하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비용 지출은 물론, 인간의 생명 및 건강 피해 비용을 의미하는 암묵적(implicit) 보조금이다.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보조금을 철폐함으로써 화석연료 소비를 줄일 뿐 아니라 매년 수십만 명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보조금 개혁 정책은 에너지 가격을 올려 서민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고소득층에게 더 큰 금전적 부담을 지움으로써 건강 피해에 훨씬 취약한 빈곤층을 지지하는(pro-poor) 바람직한 정책임을 강조한다. 얼마 전 ‘디톡스 개발’ 보고서를 작성한 세계은행 박사들이 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나도 주제 발표를 위해 이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의 전기요금 현황과 전력시장 구조를 설명하면서 2022년 한국전력공사 적자 규모가 33조6000억원에 달했음을 지적했다. 내가 그들에게 물었다. 보고서의 정의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기요금 통제로 인한 한전 적자는 명시적 보조금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그들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명
2023.08.07 06:01 -
[알립니다] ‘ESG 정보를 편리하게’…홈페이지 전면 리뉴얼
[한경ESG] 알립니다 국내 유일의 ESG 전문 매거진 〈한경ESG〉가 창간 2주년을 맞아 홈페이지(hankyung.com/esg)를 전면 개편했다. 독자들이 온라인에서 필요한 콘텐츠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UI(User Interface)를 대폭 개선하고 메뉴를 다양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면 편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e매거진 서비스를 도입해 몰입감 높은 기사 읽기 경험을 제공한다. 창간 이후 축적된 인기 연재물 중 꼭 필요한 것을 골라 따로 소개하는 ‘에디터’s Pick’ 코너도 신설했다. 개편된 홈페이지는 ‘커버 스토리’ 등 8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커버 스토리와 이슈 섹션에서는 〈한경ESG〉가 매월 준비한 주력 기획물과 주요 이슈 분석을 볼 수 있고 ESG 전문가 칼럼과 인터뷰, 좌담을 만날 수 있다. 글로벌 섹션은 해외 제휴 매체인 미국 〈블룸버그 그린〉과 일본 〈니케이ESG〉에서 선별한 기사를 통해 최신 글로벌 동향을 전한다. 스페셜 섹션에는 주요 기업 케이스 스터디와 ESG 임원 인터뷰, 국내 기후 기술 탐방이 실린다. 러닝 섹션은 ESG 각 분야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각종 연재물로 구성된다. 투자 섹션에서는 ESG 투자 트렌드와 유망 종목, 투자상품을 살펴볼 수 있다. 매일 쏟아지는 ESG 관련 최신 뉴스는 ESG NOW 섹션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경ESG〉는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인다. 구독자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기존 단일 요금제를 디지털·매거진·패키지 요금제로 세분화했다. 이번에 신설한 디지털 요금제는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다. 기타 요금제보다 요금을 낮게 책정해 구독 부담을 낮췄다. 잡지 배송을 기다릴 필요 없이 매달 발간 즉시 기
2023.08.04 16:33 -
‘자율에서 의무로’…ISSB 공시 대응 핵심 포인트
[한경ESG] 이슈 브리핑 2022년 말 기준 글로벌 S&P500 기업의 95%, KOSPI 200 기업의 64%가 ESG 정보를 자율 공시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1월 5일 EU의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이 발효되고, 지난 6월 26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IFRS S1·S2가 최종 확정 발표되며 ESG는 자율 공시 단계에서 의무공시 단계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IFRS S1·S2 주요 쟁점 사항은 무엇이며,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IFRS S1, 중요 정보 자체 판단해야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은 단기·중기·장기적으로 재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material) 정보를 스스로 결정해 공시해야 한다. ESG 공시는 원칙 기준은 제시되어 있으나, 정확히 어떤 정보를 공시할지는 기업이 결정해야 한다. IFRS S1 일반 요구사항은 기업이 단기·중기·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위험 및 기회 요소에 대한 4가지 핵심 정보(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관리 지표 및 목표)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하지만, 그 정보가 어떤 정보인지는 중대성 평가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요구한다. IFRS S1·S2뿐 아니라 EU CSRD를 비롯해 대부분의 ESG 공시 표준 혹은 가이드라인은 동일하게 정보 공시 기업이 중대성 평가를 통해 어떤 정보를 공시할지 결정하도록 요구한다. 동일한 산업에 속하는 기업일라도 중대 이슈가 다를 수 있어 관리 지표와 목표를 일괄적으로 결정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산업에 속한 2개의 정유 기업이라 할지라도 A사의 경우 시추·운송·정유·판매 사업을, B사의 경우 정유·판매 사업만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동일한 산업에 속하는 기업일지라도 각기 다른 ESG 현안에 노출되어 있어 비즈니스모델이 기업의 지속가
2023.08.04 16:27 -
[Editor's Letter] 자본주의 다시 그리기
[한경ESG] Editor's Letter오랫동안 기다려온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이 발표되었습니다. 이제 세계 모든 지역의 기업이 동일한 기준으로 ESG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었습니다. 투자자 역시 기업을 비교하고 투자 결정에 참고할 만한 더 확실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종 혼란과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ESG가 마침내 역사적 이정표를 통과한 것입니다.지난달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표준 확정은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경계를 다시 그리는 출발점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ISSB 표준은 20년 전 국제회계기준(IFRS)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경영과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ESG는 환경, 인권, 다양성 같은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인정하고 중시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경영자의 경영 판단에서 우선순위에 들지 못하던 것들입니다. 확정된 표준에 따른 공시가 의무화되면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재무정보와 동일하게 비재무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공개해야 합니다. 자본주의의 경계가 재무적 가치에서 비재무적 가치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ESG 공시 도입이 환경과 사회에 실제로 얼마나 긍정적 효과를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경영자들이 ESG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ISSB 표준은 18개월 이상 이어진 국제적 논의의 결과물입니다.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최종안에서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1년 유예되었습니다. 스코프 3는 협력사 등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을 모두 포함해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습니다. 1년 유예보다는 스코프 3 보고 원칙을 유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
2023.08.04 10:11 -
‘ESG 공시 혁명’…ISSB S1·S2 기준서 상세 해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6월 26일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첫 번째 기준서인 국제회계기준(IFRS) S1 ‘일반 공시 요구사항’과 IFRS S2 ‘기후 관련 공시’를 발표하면서 지속가능성 공시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이는 IFRS 재단이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ISSB 설립을 발표한 지 1년 7개월 만이며, ISSB가 전 세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IFRS S1·S2 공개 초안을 발표한 지 불과 10개월 만의 일이다. ISSB는 이 기준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개선해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시급한 글로벌 어젠다인 기후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기 위한 최초의 ‘공통언어’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영국·일본 등 도입 검토...나이지리아 첫 도입 선언 ISSB는 새로운 기준서 발표와 함께 IFRS 재단 본부가 위치한 영국 런던, ISSB 본부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미국 뉴욕, 칠레, 싱가포르 등에서 기준 발표를 기념하는 행사를 일주일 동안 진행하며 전 세계 이해관계자에게 ISSB 기준의 주요 내용, 의의, 글로벌 기준선 접근법 그리고 ISSB 도입 이후 전망 등을 알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에서 ISSB 기준 발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준에 대한 국문 번역본 제공 및 기준 적용을 위한 국내 이해관계자의 역량 강화 지원 계획 등을 발표했다. 에마뉘엘 파베르 ISSB 위원장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영국·일본·캐나다·싱가포르·브라질·나이지리아·칠레·
2023.07.07 09:10 -
국민연금, 증권사 평가에서 ESG 배점 늘린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거래 증권사 선정 평가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평가 배점 비중을 2배로 늘려 중소 증권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평가를 잘 받으려면 ESG 관련 보고서를 발간하고 ESG 경영 정보도 공개해야 하기에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 증권사는 국민연금과의 거래가 B2B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해 선정 평가에서 탈락하면 경영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민연금이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 주식거래 증권사 수를 줄이기로 예고한 터라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매년 두 차례 주식거래 증권사를 선정해 국내 주식을 매매한다. 100점 만점 중 85점은 정량 평가, 15점은 정성 평가다. 정량 평가 항목은 재무 안전성, 감독기관 조치 사항, 리서치 능력, 수수료, 책임투자 및 ESG 경영 등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6월 1일 국내 주식 일반 거래 증권사 평가에서 5점을 배점한 ‘책임투자 및 사회적책임’ 항목을 ‘책임투자 및 ESG 경영’으로 변경하고 10점을 배점했다. 기존 사회 공헌 활동에 초점을 맞추던 평가 항목을 ESG에 맞게 수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변경 내역은 내년 상반기 선정 평가에 반영된다. 책임투자 및 ESG 경영 항목 세부 평가 기준을 보면, 책임투자 보고서가 4점, ESG 경영이 6점이다. 책임투자 보고서는 ESG 관련 보고서 발간 건수를 평가하고, ESG 경영은 증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정보공개를 평가한다. 100점 만점에 불과 5점이 늘어났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평가에서 5점은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국민연금은 선정 평가 결과에 따라
2023.07.07 06:00 -
[ESG 용어 1분 해설] PRI
[한경ESG] ESG 용어 1분 해설 - PRI 한마디로 말하면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PRI)은 투자자가 책임투자를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을 높이고 위험을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민간 이니셔티브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투자를 통합하기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코피 아난 전 UN 사무총장의 지지로 200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주목받는 배경 설립 당시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최초 서명 기관으로 캐나다 공적연금(CPP),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CalPERS) 등 국제적 자산운용사가 참여하며 주목받았습니다. 2023년 1분기까지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금융기관은 5381곳으로, 이들의 운용자산은 121조 달러에 달합니다. 최근 동향 PRI는 서명 기관이 책임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후 위기와 인권 등 현실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플랫폼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2021년부터는 ESG 공시, 평가와 관련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UN 산하 국제기구로 오해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영국에 본부를 둔 별도 민간 조직으로 UNEP FI와 UNGC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2023.07.07 06:00 -
거세지는 RE100 요구…녹색 보호주의에 궁지 몰린 차 부품사
[한경ESG] 이슈 브리핑 BMW와 볼보 등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국내 기업에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요구하면서 한국 부품사와 맺은 계약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국내 부품사들은 RE100을 실천할 방도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녹색보호주의를 앞세운 유럽발(發) RE100의 공습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대책을 만들고, 국제표준 전쟁에서 한국의 입장을 관철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궁지에 몰린 국내 자동차 부품사 한국경제신문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의뢰해 코트라(KOTRA)에서 입수한 ‘해외 기업의 RE100 이행 요구 실태 및 피해 현황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섀시와 모터 부품을 제조하는 D사는 최근 스웨덴 볼보로부터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을 재생에너지로만 생산해 납품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D사가 이를 충족하지 못했고, 중국 볼보 공장 수출로 방향을 틀어야 했다. 앞으로 볼보에 납품하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도입 실천 방안을 담은 ‘RE100 목표 이행 계획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D사는 자체 공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노력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D사 관계자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H사도 최근 BMW로부터 프로젝트 수주 막바지에 앞으로 2~3년 내 양산 제품에 대해 RE100 요청을 받았다. 아직 계약이 최종 무산되지는 않았지만, 2025년까지 RE100을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심이 가득하다. 회사 관계자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 다임러-벤츠도
2023.07.07 06:00 -
[칼럼] 탄소중립 이끄는 기후테크와 녹색금융
[한경ESG] 칼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정부는 지난 6월 22일 ‘기후테크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0개의 기후테크 유니콘을 육성하고, 100조원 규모로 수출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1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투자 확대, 시장 개척 지원, 산업 기반 강화 등 3대 전략과 9개 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 기후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녹색금융과의 협력 전략을 내세운 것이 단연 눈에 띈다. 우선 기후테크 투자 확대를 위해 4000억원 이상 정책 펀드를 조성하고, 4조4000억원의 보증 지원을 추진하며, 채권 발행과 대출,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등 135조원 규모의 민간 금융투자를 확대한다.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는 기후테크와 녹색금융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K-택소노미를 기초로 기후테크 산업에 대한 인증을 진행하고, 탄소 가치 평가 보증과 연계한다. 그러면 민간에서는 인증 또는 보증을 받은 기후테크 스타트업과 벤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여신 지원이 가능해진다. 정부의 기후테크 산업 육성 전략이 발표되기 이틀 전인 지난 6월 20일 탄녹위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녹색금융컨퍼런스 논의 내용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도 탄소중립과 녹색금융을 위해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론 고도화, ESG 투자 확대, 기후테크 산업을 위한 간접 여신 지원, 대국민 소통 확대 등에 나서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기후테크 산업에 대한 은행의 여신 지원 시 이를 녹색채권 등으로 증권화하면 한국은행이 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
2023.07.07 06:00 -
그리닛 인증 제품 첫 출시…저탄소 철강 시대 연 포스코
[한경ESG] 이슈 브리핑 지난 6월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탄소저감 철강 브랜드 ‘그리닛서티파이드스틸(Greenate certified steel, 이하 그리닛 인증 철강)’을 출시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1월 ‘친환경 소재 포럼 2022’에서 ‘Greenate(그리닛)’ 브랜드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그리닛’은 포스코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브랜드다. 앞으로 출시하는 탄소저감 강재에는 모두 그리닛이라는 이름이 붙을 예정이다. 사실상 패밀리 브랜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포스코는 그리닛의 성공을 위해 앞서 출시한 3대 친환경 브랜드 제조 노하우, 저탄소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생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한데 모았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그리닛을 활용해 2017~2019년(기준연도) 평균 탄소배출량인 7880만 톤을 2040년까지 50% 줄인다는 계획이다.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020만 톤으로 기준연도 대비 10.9% 감소했다. 지난해 포항제철소에서 스크랩, 펠릿 등 저탄소 원료의 사용 비율을 높여 철강 1톤 생산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9톤(tCO2)에서 2.05톤으로 2.1% 줄었다. 기존 고로는 저탄소 조업 기술을 향상하고, 2026년부터는 전기로 신설을 통해 용강을 직접 생산하거나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용선)을 합탕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할 예정이다. 2026년 하이렉스(HyREX) 수소환원제철 시험설비를 준공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개발을 끝내는 등 생산설비를 전환해나갈 예정이다.f 탄소중립 핵심 브랜드, 그리닛 온실가스 감축은 곧 그리닛 판매 물량 확보로 이어진다. 그리닛 인증 철강은 제조 공정을 개선해 감축한 탄소배출량의 합계를 철강 제품에 할당하는 매스 밸런스(mass balance) 방식으로 판매된다. 온실가스 감축
2023.07.07 06:00 -
[편집장 레터] ‘사람’이 유일한 자원이던 나라
[한경ESG] 편집장 레터 ESG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업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들이라는 점입니다. 기후변화가 그렇고, 생물다양성과 공급망 인권이 그렇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적자본, 즉 직원입니다. 인재는 기업가치의 원천입니다. ‘인적자본’이라는 말 자체가 직원을 부가가치를 낳는 자본으로 파악하는 개념입니다. 인재는 기업의 위기 회복력과 변화 대응력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모든 시스템이 멈춰버린 팬데믹 위기 속에서 많은 기업이 경험으로 얻은 교훈입니다. 그동안 인적자본 문제는 기후변화 등 다른 주제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보공개라는 형태로 논의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4월부터 기업의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한 일본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합니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 문화에 비쳐보면 놀라운 변화입니다. 인적자본 공시 의무화를 먼저 시작한 곳은 미국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상장기업의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했습니다. SEC는 투자자 권익 보호와 투명한 기업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업가치에서 인적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투자자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필수 정보라고 본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인재를 통한 일본 기업의 기업가치와 경쟁력 제고라는 정책적 목적도 담겨 있습니다. 인적자본 공시는 미국과 일본 기업만의 문제에 그칠 것 같지 않습니다. 국제기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기후변화에 이어 공시 표준 개발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로 인적자본을 점찍고 있습니다. 인적자본에 관한 국제적인 공시 표준이 만들어질
2023.06.05 08:23 -
겉도는 탄소배출권 시장…활성화 위한 8가지 과제
[한경ESG] 이슈 브리핑 2015년 1월 12일 개장한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은 2023년 4월 28일 현재 거래일 수 기준으로 2045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개장 이후 수급 불안 요인이 배출권 가격 급등락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에 대해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는 뼈대만 갖췄을 뿐 실제로 기업들이 탄소감축 이행 방안을 도입·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장려하거나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시장구조는 완전히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은 탄소배출권 수요 우위의 가격 급등세를 보인 반면, 이후에는 공급 우위의 가격 급락세를 보이면서 할당배출권(KAU22년물) 가격은 연이어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투자자별 매매 패턴의 변화도 있었다. 팬데믹 이전에는 산업 부문의 매도를 전환(발전) 부문에서 소화하는 매매 행태를 보였으나, 이후에는 산업 부문의 매도를 시장 조성자(금융사)들이 매입했다. 전환 부문의 매입은 경매시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현물시장과 경매시장으로 이원화되는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 하드웨어만 갖춘 배출권시장 올해 10월부터는 유럽의 대표적 환경규제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된다. 이 제도의 시행은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15년 1월 개장 이후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은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완비되었으나 ‘시장다움’의 소프트웨어는 부족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 참여자의 제한과 무위험 매
2023.06.05 06:01 -
발등에 불 ‘탄소 다이어트’…제품별 배출량 파악 필수
[한경ESG] 이슈 브리핑 기업들이 지구에 찍힌 탄소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란 개인이나 기업 등이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탄소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2006년 영국 의회 과학 기술처(POST)가 제안한 개념으로, 제품 하나를 생산하기 위한 원료 채취, 유통, 생산, 판매, 사용, 폐기까지 전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을 빗댄 용어다. 제품의 생애주기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무게 단위인 킬로그램(kg)이나 광합성을 통해 상쇄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양을 나무 수로 환산해 표기한다. 탄소발자국은 제품 생산이나 시스템의 모든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전과정평가(LCA)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흔히 LCA와 탄소발자국을 혼용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LCA가 좀 더 넓은 개념이다. LCA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에너지, 대기, 토양 등 환경에 대한 기업이나 개인의 영향을 평가한다. 이를 통해 산출된 결과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수치화한 것이 탄소발자국이다. 허탁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탄소발자국의 경우 탄소배출에 대한 데이터만 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탄소는 줄였으나 산성화, 에너지 사용량 증가가 나타날 수도 있어 탄소발자국 인증이 모든 환경적 영향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증 취득부터 자체 시스템 구축까지 기업들은 탄소발자국 인증을 탄소감축을 입증하는 일종의 ‘라벨’로 활용하고 있다. 탄소발자국 인증이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환경 성적을 드러내는 인증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2023.06.05 06:01 -
시총 50대 기업, 기후 대응 1.5℃ 달성 가능 기업 ‘0’
[한경ESG] 이슈 브리핑 국내 시가총액 상위 주요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와 경로를 분석한 결과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목표에 대부분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ESG〉가 국내 시가총액 50대 기업의 온도 상승 전망치를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모닝스타 서스테이널리틱스로부터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내재 온도 상승(Implied Temperature Rise, ITR)은 평균 2.93℃로 나타났다. 이는 〈한경ESG〉 5월호에서 국내 97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ITR 평균 전망치(2.16℃)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지구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로 억제한다는 ‘1.5℃ 목표’ 달성이 가능한 곳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IPCC의 이후 글로벌 기후 대응 목표는 2℃에서 1.5℃로 강화됐다. 조사 대상 20%만 2℃ 억제 목표 충족 시가총액 50대 기업 중 현대모비스, 삼성SDI,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한국전력, 삼성전기, 에쓰오일, LG디스플레이 등 8개 기업(16%)의 ITR이 2℃ 이하를 기록했다. 이어 ITR 2℃인 KB금융지주, 삼성화재를 포함하면 10개 기업(20%)만이 ‘2℃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서스테이널리틱스 조사에서 ITR 전망치가 4℃ 이상을 기록한 곳은 HD현대중공업, 대한항공, SK이노베이션, 삼성엔지니어링, 한국조선해양, 포스코홀딩스, 포스코케미칼, 현대차, 넷마블, 기아 등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중 자동차 부품 공급사인 현대모비스가 ITR 1.8℃로 가장 낮았고, 삼성SDI,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등이 1.9℃로 뒤를 이었다. 정유사 중에는 에쓰오일(1.9℃)이 유일하게 선두 그룹에 들었으며,
2023.06.05 06:01 -
[칼럼] 애덤 스미스와 공감의 기업가정신
[한경ESG] 칼럼 올해는 애덤 스미스가 태어난 지 300년이 되는 해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일컫는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 ‘이기적 인간’으로 유명하지만, 본질적인 도덕 철학자로서 그의 고민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2권의 책 중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1759년 이 1776년 집필한 보다 상대적으로 묻혀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오늘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특히 사회(S)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사람의 중요성,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통해 단순 자본이 아닌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년 이상 애덤 스미스를 연구해온 이몬 버틀러 애덤스미스연구소장의 말에 따르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며, 기업은 사람의 본성, 공감에 기초해 도덕적이어야 한다. 기업가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공감’을 중요시해야 한다. 공감을 통해 사람은 더 도덕적 활동을 하게 된다. 이처럼 그는 ‘애덤 스미스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공감’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은 인간 본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인간은 공감 능력을 본성으로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도덕 감정의 출발이 된다. 애덤 스미스가 의 앞부분을 공감으로 시작한 것은 이러한 이유였을 것이다. 이 공감이 그의 도덕철학의 출발점이 되었고, 기업 경영의 성공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애덤 스미스의 사람과 공감 기반의 기업가정신은 한국의 ESG 경영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애덤 스미스의 기업가정신은 단순 자본보다 공감과 사람을 강조한다. 기업은 사람의 본성, 공감에 기초해 도덕적이어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기업가의
2023.06.05 06:00 -
[ESG 용어 1분 해설] GRI
[한경ESG] ESG 용어 1분 해설 - GRI 한마디로 말하면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 GRI)는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입니다. GRI 가이드라인은 경제·환경·사람 3대 핵심에 대한 조직의 대응 방안을 보고서에 담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주목받는 배경 GRI 가이드라인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에 대한 최초의 글로벌 표준입니다. 컨설팅 회사 KPMG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매출 상위 250대 기업 중 78%가 GRI 표준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GRI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보고해야 할 기준과 함께 산업, 특정 주제 보고 기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기업은 물론 정부와 NGO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향 GRI는 2000년 최초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뒤 2011년 G3.1, 2013년 G4, 2016년 GRI 표준, 2021년에 개정판 GRI 표준 2021을 발표했습니다. GRI 표준은 투자자 중심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과 달리 다중 이해관계자에게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ISSB 기준 제정 이후에도 지속가능성 공시의 양대 축으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2023.06.05 06:00 -
[Editor's Letter] 기후 과학의 섬뜩한 경고
[한경ESG] Editor's Letter“인류는 살얼음 위에 서 있고,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종합 보고서 공개 기자회견에 나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목소리에선 단호함이 느껴졌습니다. IPCC는 기후변화 연구를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인 유엔 산하 기구로 1990년부터 대략 7년마다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초반에는 데이터의 정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후변화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 결과라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6차 보고서 역시 5만 건의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합니다.IPCC 보고서는 인류 과학사에 비춰보면 놀랍고 감동적인 면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헌신하며 30년 넘게 하나의 주제를 탐구한 사례는 없습니다. 이번 호 커버 스토리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의 기본 텍스트인 6차 종합 보고서를 해설합니다. IPCC가 공개한 36페이지 보고서는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 보고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정책 담당자만이 아니라 기업과 투자자는 물론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필수 교재입니다.현재 IPCC를 이끄는 이회성 의장은 6차 종합 보고서의 핵심 중 하나로 ‘탄소예산’을 꼽았습니다. 기후 과학의 발달로 지구 온도 상승을 특정 온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허용되는 최대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하로 묶어두려면 남아 있는 허용 배출량, 즉 탄소예산은 500GT입니다. 500GT을 초과해 배출하면 1.5℃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현재 가동중인 화석
2023.05.08 09:45 -
자원순환 길 여는 태양광 폐패널 시장
[한경ESG] 이슈 브리핑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생산한 초기 태양광 설비의 수명이 곧 만료될 예정이다. 태양광 패널의 기대수명은 약 20~25년이다. 그 기간이 지나면 발전효율이 85%대로 떨어져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교체한 노후 태양광 시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현재 노후 또는 훼손을 이유로 교체된 태양광 시설은 대부분 폐기 대상이다. 소형 태양광의 경우 생활폐기물로 분류되고, 5톤 이상 대형 태양광은 건설·산업 폐기물로 분류된다. 본격적으로 태양광 폐패널이 급증하는 시기는 2027년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 설치한 태양광부터 차례로 재활용 대상이다. 태양광 패널에 들어간 각종 광물은 물리적·화학적 가공을 통해 새로운 용도를 찾을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태양광 폐기물 재활용 기술은 태양광 모듈의 원자재 확보 측면만 고려해도 2030년까지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정질 실리콘 위주 시장 성장 자원순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폐패널 재활용 관련 정책을 내놓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은 2014년부터 폐전기·전자기기 처리 지침(WEEE)에 태양광 모듈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EU 국가들은 자국법에 태양광 폐모듈을 처리할 규정을 마련 중이며, 태양광 생산자(제조업체)에게 폐기물 재활용 및 처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부터 태양광 폐패널 관리 강화 방안의 하나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비롯한 자원순환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킬로그램당 회수 부과금 94원, 재활용 부과금 727원 등 단위 비용 규정을 신설했다. 폐패
2023.05.08 09:16 -
기후 위기 비상…보험사 위협하는 ‘3대 리스크’
[한경ESG] 이슈 브리핑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자연재해는 그 빈도가 증가할 뿐 아니라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 사무소(UNDRR)에 따르면, 재해 관련 손실 중 기후 위기 손실 비중이 78%에 달한다. 급격한 지구온난화와 함께 유럽, 미국에서 정책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면서 국내 기업과 금융권에서 기후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가 직면한 제반 리스크를 인수해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자산을 운용하는 사업모델을 영위한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기관에 물리적(physical) 리스크와 전환(transition)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상 패턴 변화나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와 홍수·가뭄 같은 자연재해 발생 빈도 증가로 보험사의 손실이 증가하는데, 이것이 바로 물리적 리스크다. 반면,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하는 정책 전환 과정에서 초래되는 사업 위험이 전환 리스크다. 기후 관련 배상책임 리스크 부상 마지막으로, 다른 금융업과 달리 보험업에만 발생하는 기후 관련 배상책임 리스크가 있다. 보험계약자인 기업체 임원, 기업들이 기후 위험 관리를 소홀히 함에 따라 야기되는 배상책임금 지급 또는 관련 소송 제기로 보험사가 부담하게 되는 손실이다. 이러한 3개 범주의 기후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국내 보험사의 당면 과제다. 보험사에 미치는 기후 리스크는 사업모델의 두 기둥인 보험계약 인수(underwriting)와 자산운용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보험계약 인수 측면에서는,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 빈도나 액수가 증가하는 것을 계약 인수에 반영해야 한다. 생명보
2023.05.08 09:10 -
[칼럼] ESG 위기 직면한 중소기업
[한경ESG] 칼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2005년 UN ‘Who Cares Wins’ 콘퍼런스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지속가능한 투자 방안으로 처음 제시된 이후 전 세계 금융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돼왔다. 탄생한 지 10년 이상 된 자본시장의 투자 개념이 비교적 최근, 정확히는 2020년 말부터 국내에서 급부상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ESG 관련 규제 도입 움직임이 거세진 것과 관련이 있다. 본래 유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ESG 의무 공시를 비롯한 지속가능성 규제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적 경향으로 확산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ESG가 민간 자본시장의 투자 요인이 아닌 기업경영 규제 요소로 붐 업된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민간 경제주체,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ESG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ESG를 잘 관리하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유리하고, 경영상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인식보다는 일방적으로 들어온 규제 또는 비용 요소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 비상장기업인 중소기업의 이러한 인식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우수한 ESG 성과에 따라오는 기업가치와 자금조달 용이성 제고 효과는 주로 상장기업에 국한되는 인센티브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ESG 확산 속에서 상장 대기업만큼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거세게 밀려오는 지속가능경영 글로벌 규제가 공급망 단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2021년 EU 집행위원회는 ‘지속가능한 기업 공급망 실사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는데, 이는 EU 역내 기업에 공급망 전체에 대한 실사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EU
2023.05.0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