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크로스 나온 후 주가 내린 날 더 많았다
주가의 단기 추세선인 20일 이동평균선(이평선)이 장기 추세인 60일 이평선을 돌파할 때 나타나는 ‘골든크로스’. 증권가에서는 대표적인 중장기 주가 상승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작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보면 사실과 다르다. ‘황금교차’라는 호들갑스런 이름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히 확률만 놓고 봐도 그렇다. 지난 11년간 국내 증시에서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횟수는 3만6천건. 30일 이후 주가가 골든크로스 발생 시점 대비 상승해 있을 확률은 45.66%에 불과했다. 하락해 있을 확률이 53.41%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추세 상승을 의미하는 지표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증시 평균에도 못미치는 적중률

문제는 이같은 수치가 국내증시의 평균과 비교해도 나은 점이 없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임의의 종목을 무작위로 고른 뒤 30일 이후 상승해 있을 확률이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종목보다 높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11년간 410만건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국내 상장종목이 15거래일 뒤 주가가 올라 있을 가능성은 47%다. 60일 뒤 상승해 있을 확률은 46%, 120일 후 상승 확률은 45%다.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후 15일 이후 주가 상승 확률은 47%로 평균치와 동일하며, 60일 이후 가능성은 45%로 오히려 낮다. 120일 이후에는 46%로 1% 포인트 높을 뿐이다. 아무 주식을 골라 ‘찍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

20일 이평선이 60일 이평선 밑으로 떨어지는 ‘데드크로스’ 역시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데드크로스는 11년간 3만6천건 발생했다. 중장기 하락신호로 여겨지지만 데드크로스 발생 뒤 15일 이후의 주가 하락 확률은 52%로, 증시 평균과 동일했다. 60일 이후에도 차이가 없었으며, 120일 이후 떨어져 있을 확률은 55%로 평균(54%) 대비 1%포인트 정도 더 높을 뿐이었다.

◆이평선 분석도 의미 없어

주가가 이평선을 뚫고 올라오거나 내려오는 것을 바탕으로 한 분석도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주가가 20일 이평선을 뚫고 올라온 것은 23만5천건. 종목 당 대략 17일에 한번 정도 발생했다. 이같은 이평선 상향 돌파 뒤 5일 후 주가가 상승해 있을 확률은 43%. 증시 평균인 46%에도 못 미쳤다. 15일 이후는 45%, 30일 이후는 46%로 각각 47%, 46%인 증시 평균을 밑돈다.

물론 여기에는 다양한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짧은 시일 내에 이평선 상향돌파와 하향돌파가 중첩되며 신호의 의미를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이평선이 상승하는 추세에 있을 때 상향돌파한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게 제한해 검증해봐도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평선의 상향돌파 직전 5일간 상·하향 돌파가 없거나, 돌파일 거래량이 직전 5~10일간의 평균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경우로 사례를 제한해도 별 차이없다.

20일 이평선이 추세를 하향돌파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5일 뒤 하락 확률은 50%로 평균(51%)과 비교해 낮고, 15일 뒤 하락확률 역시 53%로 52%인 증시 일반의 평균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과거의 그림자로 미래를 해석하는 오류

그럼에도 이같은 ‘신화’가 증시를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평선의 상향돌파가 일어난 당일의 상황을 검토해보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상향돌파가 일어난 날의 주가가 5일 전 대비 상승해 있을 확률은 75%다. 증시 평균(46%) 대비 현저히 높다. 상승폭에 있어서도 평균 4.3%로 일반적인 경우(0.35%)보다 크게 높다. 20일 이평선 상향돌파는 이러한 돌파 전 상승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이지 미래의 상승을 예고하지 않는다. 이런 문맥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같은 것이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골든크로스와 데드크로스, 이평선 상·하향 돌파를 근거로 투자를 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지난 11년간의 데이터가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에 작동하지 않은 이론이 앞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처럼 주식시장은 여러 가지 유용한 데이터로 가득 차 있지만 투자자의 눈을 가리는 ‘노이즈’도 그에 못지않게 공존한다. 수많은 수치 중에는 투자에 유용한 것도 많지만 개인 투자자가 이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앞으로 수주에 걸쳐 주식시장에 떠도는 통념을 하나하나 검증하려 한다. 컴퓨터 공학적 분석과 통계를 중요시 하는 필자는 ‘계량투자’를 추구한다. 모든 투자는 확률과 수치에 근거해 행해야 하며, 수치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은 믿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투자에 유용한 혜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