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투자증권의 김 모 대리는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 지난달 중순부터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증권주가 따라 상승,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다.

이달 보호예수기간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중순께 우리투자증권 주가가 우리사주 취득 가격(9530원) 부근인 9940원까지 떨어졌을 땐 마음이 답답했지만, 이후 주가가 재차 반등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번주 우리투자증권의 우리사주의 보호예수가 풀리면서 언제 팔 지를 가늠하고 있다.

김 대리는 "우리사주 청약 당시에는 다소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나마 성과가 좋아 다행이다"면서 "거래대금이 줄고 업계 분위기도 좋지 않아 특별 보너스를 기대하기 힘들었는데 우리사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시 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여의도 증권가가 '추운 연말'을 맞을 전망인 가운데 일부 대형 증권사 직원들에게 지난해 받은 우리사주가 '보너스'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 대우 우리 현대 한국 등 5개 대형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프라임브로커 자기자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한국금융지주가 전액 출자한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네 개의 증권사는 모두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신주 일부를 배정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유상증자가 제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증시가 반등을 한 덕에 일부 직원이 수혜를 보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현대증권을 제외한 삼성 대우 우리 등 증권사 주가가 지난해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우증권 직원이 당시 유상증자에 우리사주를 받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단순 수익률 기준으로 발행가(8230원) 대비 40.34%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는 상태다. 삼성증권(21.41%)과 우리투자증권(20.14%)도 20%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샀더라도 이익구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우선주(현대증권2우B)를 발행한 현대증권은 발행가(8500원)를 만회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7.29%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우선주의 특성상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아 증권주 주가 회복기에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당시 우리사주를 받은 현대증권 직원은 "다른 증권사 직원들과 수익률이 비교되는데다가 대출 이자도 내고 있어 부담"이라며 "2007년 당시 발행가 1만6400원에 받은 우리사주 물량을 포함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난해 받은 우리사주는 발행가 대비 연 6.5%인 주당 552원이 우선 배당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손실이 나지는 않았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