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유증때 우리사주 의무 배정…전세계서 한국에만 있는 규정
우리사주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 원인은 제도 도입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사주제도는 1968년 자본시장육성법 제정과 함께 도입됐다. 미국의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ERISA)과 같이 선진국들은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한 법률을 만들면서 우리사주를 활성화했지만, 한국은 자본시장 육성 수단으로 우리사주 제도를 들여온 것이다.

기업이 상장하거나 유상증자에 나설 때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는 규정도 이때 마련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규정이다. 도입 초기 전체 신주 발행 규모의 10%로 책정됐던 의무 배정 비율은 현재 20%로 높아졌다. 우리사주는 도입 초기엔 신주 할인율이 높아 근로자 복지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대박’보다는 ‘쪽박’을 차는 사례가 더 많아졌다.

도입 초기에는 임직원이 퇴직할 때까지 우리사주를 팔 수 없도록 규제했지만 재산권 침해 논란이 빚어지면서 의무보유 기간이 7년으로 줄어든 데 이어 1999년 1년으로 단축됐다.

우리사주제도는 2001년 제정된 근로자복지기본법으로 이관되면서 회사가 직접 출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는 2005년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와 ‘차입형 우리사주제’ 등을 도입하면서 임직원들의 장기 보유를 유도했지만 실제 활용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선 한국의 우리사주제도는 세계적인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우리사주를 연금과 연계하고 있다. 퇴직까지 팔지 못하는 대신 다양한 세제혜택을 통해 직원 복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사주 1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은 우리사주를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 기업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우리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국의 우리사주제도는 장기투자,분산투자,무차입투자 원칙에 모두 배치된다”며 “직원 복지를 위한 투자 수단으로 거듭나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