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투자에 푹 빠진 개미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로지 숫자에 기반해 '나만의 투자공식' 만든다
숫자로 된 모든 것 퀀트 분석
PER·PBR 등 지표 조합해 투자전략 수립
백테스팅으로 과거 수익률 확인 후 실전투자
인텔리퀀트 등 서비스 업체 가입자 급증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 '긍정적'
장기적 관점서 접근해야 효과
숫자로 된 모든 것 퀀트 분석
PER·PBR 등 지표 조합해 투자전략 수립
백테스팅으로 과거 수익률 확인 후 실전투자
인텔리퀀트 등 서비스 업체 가입자 급증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 '긍정적'
장기적 관점서 접근해야 효과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던 ‘퀀트 투자(계량 투자)’가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퀀트 투자란 오로지 ‘숫자’에만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선 자신이 찾은 ‘퀀트 전략(공식)’을 수익률 시뮬레이션 결과와 함께 올린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퀀트 투자를 도와주는 서비스에는 개인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에이서투자자문 퀀트주식운용총괄 출신인 이종권 인텔리퀀트 대표는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는데 한 달에 100~200명씩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가 퀀트 전략을 무료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텔리퀀트는 최근 가입자가 1600여 명으로 늘었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퀀트 데이터를 무료로 쓸 수 있는 네이버 카페 ‘퀀트킹’의 회원 수는 6000명에 가깝다. 시장 수익률 웃도는 전략
숫자로 된 모든 것이 퀀트의 분석 대상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퀀트 투자 자회사인 SAE는 직장 평가 사이트인 ‘글라스도어’의 기업 평판 점수도 주가 전망에 활용한다. 개인이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퀀트 투자법은 기업의 각종 투자지표를 활용해 종목을 발굴하는 것이다. 지난해 《할 수 있다! 퀀트 투자》라는 책을 펴낸 강환국 씨는 “몇 가지 투자지표만 조합해도 훌륭한 퀀트 전략을 짤 수 있다”며 “중학교 수준의 수학 실력과 기초적인 엑셀 사용법만 알면 충분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저(低)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 순이익)과 저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 순자산)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종목에만 투자해도 시장 수익률을 거뜬히 앞선다. 인텔리퀀트에 따르면 저PER과 저PBR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종목에만 지난 5년간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105.6%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27.72%를 크게 앞선다.
이 밖에 주가매출액비율(PSR·주가/주당 매출), 주가현금흐름비율(PCR·주가/주당 영업현금흐름) 등을 조합해 투자자 자신만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투자자 조엘 그린블라트가 ‘마법 공식’이라고 이름 붙인 전략도 있다. 영업이익(EBIT) 대비 기업가치(EV)가 낮고, 자본수익률(ROC·영업이익/투자자본)이 높은 20~30개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각종 지표를 조합해 자신만의 ‘마법 공식’을 찾아내는 일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서비스업체도 늘어
개인들이 퀀트 투자에 빠져드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찾아낸 전략의 과거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백테스팅’이라 불리는 시뮬레이션 과정이다. 과거 5~10년 동안 자신의 퀀트 전략이 시장 수익률을 앞섰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백테스팅을 돌려 내가 짠 퀀트 전략이 1000% 수익률을 낸 거로 나올 때면 짜릿하다”며 “앞으로 비슷한 성과를 낼 것으로 믿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인이 자신이 짠 전략을 검증하려면 엑셀에 투자 종목의 과거 주가,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 등을 넣어 직접 수익률을 계산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엔 클릭 몇 번으로 백테스팅을 해주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다. 핀테크업체 뉴지스탁의 젠포트는 재무적 지표, 모멘텀지표, 기술적 지표, 시장지표 등을 골라 전략을 짜면 백테스팅을 무료로 해준다.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는 “젠포트에 계좌를 연결해 퀀트 투자를 하는 금액이 작년 1월 5억6000만원에서 올 1월 120억원으로 늘었다”며 “백테스팅만 젠포트로 하고 매매는 다른 곳에서 하는 금액까지 합하면 개인 투자자의 퀀트 투자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퀀트 투자가 생각만큼 쉬운 투자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퀀트는 자신의 전략을 믿고 장기 투자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개인 투자자가 주가 등락과 수익률 부침을 견디며 오랫동안 투자하기가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에 좋은 성과를 냈던 전략이라도 단기적으로는 저조한 수익률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테스팅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고 너무 많은 지표를 가져다 쓰면 과거 데이터에만 지나치게 최적화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퀀트담당 연구원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퀀트 투자는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인 퀀트 지식을 숙지하고 전략을 짜야 예상치 못한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에이서투자자문 퀀트주식운용총괄 출신인 이종권 인텔리퀀트 대표는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는데 한 달에 100~200명씩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가 퀀트 전략을 무료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텔리퀀트는 최근 가입자가 1600여 명으로 늘었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퀀트 데이터를 무료로 쓸 수 있는 네이버 카페 ‘퀀트킹’의 회원 수는 6000명에 가깝다. 시장 수익률 웃도는 전략
숫자로 된 모든 것이 퀀트의 분석 대상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퀀트 투자 자회사인 SAE는 직장 평가 사이트인 ‘글라스도어’의 기업 평판 점수도 주가 전망에 활용한다. 개인이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퀀트 투자법은 기업의 각종 투자지표를 활용해 종목을 발굴하는 것이다. 지난해 《할 수 있다! 퀀트 투자》라는 책을 펴낸 강환국 씨는 “몇 가지 투자지표만 조합해도 훌륭한 퀀트 전략을 짤 수 있다”며 “중학교 수준의 수학 실력과 기초적인 엑셀 사용법만 알면 충분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저(低)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 순이익)과 저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 순자산)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종목에만 투자해도 시장 수익률을 거뜬히 앞선다. 인텔리퀀트에 따르면 저PER과 저PBR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종목에만 지난 5년간 투자했다면 수익률이 105.6%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27.72%를 크게 앞선다.
이 밖에 주가매출액비율(PSR·주가/주당 매출), 주가현금흐름비율(PCR·주가/주당 영업현금흐름) 등을 조합해 투자자 자신만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투자자 조엘 그린블라트가 ‘마법 공식’이라고 이름 붙인 전략도 있다. 영업이익(EBIT) 대비 기업가치(EV)가 낮고, 자본수익률(ROC·영업이익/투자자본)이 높은 20~30개 종목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렇게 각종 지표를 조합해 자신만의 ‘마법 공식’을 찾아내는 일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서비스업체도 늘어
개인들이 퀀트 투자에 빠져드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찾아낸 전략의 과거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백테스팅’이라 불리는 시뮬레이션 과정이다. 과거 5~10년 동안 자신의 퀀트 전략이 시장 수익률을 앞섰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백테스팅을 돌려 내가 짠 퀀트 전략이 1000% 수익률을 낸 거로 나올 때면 짜릿하다”며 “앞으로 비슷한 성과를 낼 것으로 믿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개인이 자신이 짠 전략을 검증하려면 엑셀에 투자 종목의 과거 주가,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 등을 넣어 직접 수익률을 계산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엔 클릭 몇 번으로 백테스팅을 해주는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다. 핀테크업체 뉴지스탁의 젠포트는 재무적 지표, 모멘텀지표, 기술적 지표, 시장지표 등을 골라 전략을 짜면 백테스팅을 무료로 해준다.
문경록 뉴지스탁 대표는 “젠포트에 계좌를 연결해 퀀트 투자를 하는 금액이 작년 1월 5억6000만원에서 올 1월 120억원으로 늘었다”며 “백테스팅만 젠포트로 하고 매매는 다른 곳에서 하는 금액까지 합하면 개인 투자자의 퀀트 투자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퀀트 투자가 생각만큼 쉬운 투자법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퀀트는 자신의 전략을 믿고 장기 투자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개인 투자자가 주가 등락과 수익률 부침을 견디며 오랫동안 투자하기가 심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에 좋은 성과를 냈던 전략이라도 단기적으로는 저조한 수익률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테스팅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고 너무 많은 지표를 가져다 쓰면 과거 데이터에만 지나치게 최적화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퀀트담당 연구원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퀀트 투자는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인 퀀트 지식을 숙지하고 전략을 짜야 예상치 못한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