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다운로드 2000만건 직방… 글로벌 IB가 점찍은 '차세대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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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유니콘과 모험자본의 길 (5) '직방'과 든든한 지원군 VC
첫 제품 출시 반년도 안됐는데…
창업자 "사업모델 전환할 것"
폭탄선언에도 VC들 계속 지원
발로 뛰며 부동산 매물 확보
고비때마다 VC들 자금 수혈
2년만에 다운로드 100만건 돌파
골드만삭스서 380억 투자
사업영역 확대·공격적 M&A로
지난해 매출 345억 '급성장'
SL인베스트 17배 '대박'
초기 7억 투자…작년 120억 회수
첫 제품 출시 반년도 안됐는데…
창업자 "사업모델 전환할 것"
폭탄선언에도 VC들 계속 지원
발로 뛰며 부동산 매물 확보
고비때마다 VC들 자금 수혈
2년만에 다운로드 100만건 돌파
골드만삭스서 380억 투자
사업영역 확대·공격적 M&A로
지난해 매출 345억 '급성장'
SL인베스트 17배 '대박'
초기 7억 투자…작년 120억 회수
“사업 모델을 피보팅(방향 전환)하겠습니다.”
2012년 1월 서울 대치동 채널브리즈(현 직방) 사무실. 이사회 참석을 위해 모인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은 이 회사 창업자인 안성우 대표의 폭탄 선언에 귀를 의심했다. 채널브리즈의 첫 작품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포스트딜’이 공식 출시된 지 불과 반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포스트딜은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 인터넷 공간 어디라도 마치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처럼 매물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였다. 아이디어는 신선했지만 좀처럼 매물이 모이지 않자 과감하게 방향 전환을 선택한 것이다.
VC들과 안 대표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그럼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는 VC들 질문에 안 대표는 “소비자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답했다. “좋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 이전에 좋은 매물이 있어야 사람이 몰린다는 걸 깨달았다”는 안 대표 설명에 VC들은 그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승헌 SL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지금의 직방이 시작된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진짜 매물의 힘, 가능성을 확인하다
그날 이후 안 대표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전 8시30분 서울 신림동 고시촌으로 출근했다. 직원들과 갓 제대한 아르바이트생, 안 대표까지 15명이 각자 카메라를 들고 고시촌 일대 원룸 건물과 부동산 중개업소를 샅샅이 돌았다. 정확한 원룸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방이 잘 나가게 도와주겠다”며 원룸 건물주를 설득해 방 구석구석 사진을 찍었다. 건물 입지부터 채광 상태, 냄새까지 꼼꼼히 수첩에 적었다.
어느 정도 매물이 모이자 2012년 3월 채널브리즈는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 플랫폼 ‘직방’을 내놨다. 직방은 ‘직접 찍은 방 사진’이란 뜻. 서비스 론칭 이후에도 안 대표는 매물 수집을 계속했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확보한 매물이 건물 수로 2만 곳, 방 개수로는 30만 개였다.
한겨울 방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은 직방에 열광했다. 속임수 없이 찍은 사진으로 미리 방을 볼 수 있었고, 건물 주인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임대료 협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직방 앱(응용프로그램)은 출시한 지 1년이 안 돼 30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고비마다 지원 아끼지 않은 VC들
사업이 본격화하자 직원들이 직접 매물을 구하러 다니는 데 한계가 찾아왔다. 건물 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소가 자발적으로 매물을 등록하도록 해야 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다. 2011년 7월 SL인베스트먼트, 블루런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받은 15억원의 초기 투자금은 이미 바닥난 상태. 안 대표는 이들 세 곳에 추가 투자를 요청했고 VC들은 2013년 7월 15억원을 투입했다. 이 돈으로 직방은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영업망과 서버를 구축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양질의 매물이 폭증했고 2013년 말 직방 앱 다운로드 수는 100만 건을 돌파했다.
2014년 3월 직방은 그전까지 무료였던 중개업소의 매물 광고비를 유료화했다. 우려와 달리 1000여 곳의 회원 중개업소가 광고를 냈다.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자 VC들이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2014년 6월엔 스톤브릿지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30억원을, 2014년 8월엔 알토스벤처스가 30억원을 투자했다.
직방은 투자받은 돈을 지상파 방송 광고에 투입했다. 유사 경쟁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기. ‘직방이 대세’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서였다. 2014년 12월 톱스타 주원을 모델로 기용한 첫 광고가 나간 후 500만 건으로 증가한 직방 앱 다운로드 수는 2015년 10월 1000만 건을 돌파했다.
골드만삭스 선택받은 직방…유니콘으로 간다
2015년 초 직방은 블루런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세 곳의 VC로부터 210억원의 대형 투자를 유치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세계 1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 골드만PIA 컨소시엄으로부터 380억원을 투자받는다. 기업 가치는 최소 3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 골드만삭스가 직방을 차세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점찍은 셈이다.
이후 직방은 기존 원룸·오피스텔시장에서 아파트시장으로 영역 확대에 나섰다. 인수합병(M&A)에도 과감히 나섰다. 2017년 6월 실내 파노라마 사진을 바탕으로 3차원(3D)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큐픽스에 투자했다. 2018년 4월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서비스 호갱노노를 인수했다.
투자자들 지원에 힘입어 직방은 급성장하고 있다. 2014년까지 미미하던 직방 매출은 2015년 120억원, 2016년 275억원, 2017년 345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 기준 직방 앱 다운로드 수는 2000만 건, 회원 중개업소는 2만 곳에 이른다. 호갱노노를 필두로 한 아파트시장 공략은 현재 진행형이다. 매년 쌓이는 수천만 건의 매물 데이터를 통해 직방은 부동산시장 경기를 보여주는 정밀한 지표(인덱스)를 개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17년 지분을 매각한 초기 투자자 SL인베스트먼트는 약 120억원을 회수했다. 7억원을 투자해 17배 ‘대박’을 쳤다. 제2의 대박은 기업공개(IPO)지만 투자자들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원룸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한국 부동산의 핵심인 아파트시장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직방은 분명 유니콘으로 갈 수 있는 DNA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기사 전문은 마켓인사이트(marketinsight.hankyung.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12년 1월 서울 대치동 채널브리즈(현 직방) 사무실. 이사회 참석을 위해 모인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은 이 회사 창업자인 안성우 대표의 폭탄 선언에 귀를 의심했다. 채널브리즈의 첫 작품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포스트딜’이 공식 출시된 지 불과 반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포스트딜은 물건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 인터넷 공간 어디라도 마치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처럼 매물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였다. 아이디어는 신선했지만 좀처럼 매물이 모이지 않자 과감하게 방향 전환을 선택한 것이다.
VC들과 안 대표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그럼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는 VC들 질문에 안 대표는 “소비자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답했다. “좋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 이전에 좋은 매물이 있어야 사람이 몰린다는 걸 깨달았다”는 안 대표 설명에 VC들은 그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승헌 SL인베스트먼트 전무는 “지금의 직방이 시작된 날이었다”고 회고했다. 진짜 매물의 힘, 가능성을 확인하다
그날 이후 안 대표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전 8시30분 서울 신림동 고시촌으로 출근했다. 직원들과 갓 제대한 아르바이트생, 안 대표까지 15명이 각자 카메라를 들고 고시촌 일대 원룸 건물과 부동산 중개업소를 샅샅이 돌았다. 정확한 원룸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방이 잘 나가게 도와주겠다”며 원룸 건물주를 설득해 방 구석구석 사진을 찍었다. 건물 입지부터 채광 상태, 냄새까지 꼼꼼히 수첩에 적었다.
어느 정도 매물이 모이자 2012년 3월 채널브리즈는 부동산 매물 정보 제공 플랫폼 ‘직방’을 내놨다. 직방은 ‘직접 찍은 방 사진’이란 뜻. 서비스 론칭 이후에도 안 대표는 매물 수집을 계속했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확보한 매물이 건물 수로 2만 곳, 방 개수로는 30만 개였다.
한겨울 방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던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은 직방에 열광했다. 속임수 없이 찍은 사진으로 미리 방을 볼 수 있었고, 건물 주인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임대료 협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직방 앱(응용프로그램)은 출시한 지 1년이 안 돼 30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고비마다 지원 아끼지 않은 VC들
사업이 본격화하자 직원들이 직접 매물을 구하러 다니는 데 한계가 찾아왔다. 건물 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소가 자발적으로 매물을 등록하도록 해야 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다. 2011년 7월 SL인베스트먼트, 블루런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받은 15억원의 초기 투자금은 이미 바닥난 상태. 안 대표는 이들 세 곳에 추가 투자를 요청했고 VC들은 2013년 7월 15억원을 투입했다. 이 돈으로 직방은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영업망과 서버를 구축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양질의 매물이 폭증했고 2013년 말 직방 앱 다운로드 수는 100만 건을 돌파했다.
2014년 3월 직방은 그전까지 무료였던 중개업소의 매물 광고비를 유료화했다. 우려와 달리 1000여 곳의 회원 중개업소가 광고를 냈다.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자 VC들이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2014년 6월엔 스톤브릿지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30억원을, 2014년 8월엔 알토스벤처스가 30억원을 투자했다.
직방은 투자받은 돈을 지상파 방송 광고에 투입했다. 유사 경쟁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기. ‘직방이 대세’라는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서였다. 2014년 12월 톱스타 주원을 모델로 기용한 첫 광고가 나간 후 500만 건으로 증가한 직방 앱 다운로드 수는 2015년 10월 1000만 건을 돌파했다.
골드만삭스 선택받은 직방…유니콘으로 간다
2015년 초 직방은 블루런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세 곳의 VC로부터 210억원의 대형 투자를 유치한다. 같은 해 12월에는 세계 1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계열 사모펀드 골드만PIA 컨소시엄으로부터 380억원을 투자받는다. 기업 가치는 최소 3000억원대로 평가받았다. 골드만삭스가 직방을 차세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점찍은 셈이다.
이후 직방은 기존 원룸·오피스텔시장에서 아파트시장으로 영역 확대에 나섰다. 인수합병(M&A)에도 과감히 나섰다. 2017년 6월 실내 파노라마 사진을 바탕으로 3차원(3D)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큐픽스에 투자했다. 2018년 4월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서비스 호갱노노를 인수했다.
투자자들 지원에 힘입어 직방은 급성장하고 있다. 2014년까지 미미하던 직방 매출은 2015년 120억원, 2016년 275억원, 2017년 345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1분기 기준 직방 앱 다운로드 수는 2000만 건, 회원 중개업소는 2만 곳에 이른다. 호갱노노를 필두로 한 아파트시장 공략은 현재 진행형이다. 매년 쌓이는 수천만 건의 매물 데이터를 통해 직방은 부동산시장 경기를 보여주는 정밀한 지표(인덱스)를 개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17년 지분을 매각한 초기 투자자 SL인베스트먼트는 약 120억원을 회수했다. 7억원을 투자해 17배 ‘대박’을 쳤다. 제2의 대박은 기업공개(IPO)지만 투자자들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원룸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한국 부동산의 핵심인 아파트시장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직방은 분명 유니콘으로 갈 수 있는 DNA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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