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30일 오후 3시5분

정부가 약 20년 만에 공인회계사(CPA) 선발인원 증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회계업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주 52시간과 ‘신(新)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 시행에 따라 회계사 수요가 늘고 있긴 하지만, 품질 관리와 휴업 회계사 등을 감안하면 “인원을 늘려선 안 된다”는 게 회계업계의 주장이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1월 초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위원회’를 열고 2019년 공인회계사 선발 예정 수를 결정키로 했다. 위원회에서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최저 선발인원 수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 52시간 체제가 가동된 데다 11월부터 시행되는 신외감법에 따라 표준감사시간 등이 적용되면 회계사 인력난이 벌어질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최저 선발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CPA 선발인원은 2000년 500명대에서 2001년 1000명으로 두 배 증가한 뒤 18년 동안 850~1000명 사이에서 결정됐다. 2009년부터는 최저 선발인원이 850명으로 유지돼 왔다.

회계업계는 정부의 CPA 증원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단기적인 인력 수요만 생각해 증원했다가는 기업 감사의 품질이 떨어지고 중장기적으로 구직난이 심해진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휴업 중인 회계사 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회계사 2만75명 중 휴업 신고를 한 회계사는 7256명으로 36.1%를 차지한다. CPA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서 근무하지 않고 기업, 금융회사 등에 취직한 경우엔 휴업 회계사로 집계된다.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은 CPA 증원엔 반대하면서도 올해 합격한 CPA 인력을 ‘싹쓸이’해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대 회계법인의 CPA 신규 채용은 1198명으로 지난해보다 21.5% 증가했다. 4대 회계법인은 올해 CPA 합격자 904명 중 792명(87.6%)을 데려갔다. 대학 1~3학년 합격자가 227명인 것을 감안하면 취업 의향이 있는 합격자는 대부분 4대 회계법인에 채용됐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한 회계학과 교수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신입 CPA를 싹쓸이해 가면서 증원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의 일환”이라고 꼬집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