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
미국에는 시장을 이기려고 하는, 혹은 이기고 있는 다양한 전략이 있다. 그중에서도 일반투자자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상장지수펀드(ETF)다. 그중 AIEQ(AI Powered Equity ETF)는 인공지능(AI)이 운용하는 ETF로 거의 대부분 기간에 S&P500지수를 두 배 이상 초과하는 수익률을 자랑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AIEQ가 거꾸로 시장보다 두 배 이상 떨어지고 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기계적으로 설계된 로직에 의해 많은 매매가 실행되고 있었다. 급락하면 과감하게 손절을 실행하고 급등하면 무리하게 매수했다.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니 오죽했겠는가.

미국 주식시장에는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이 통계를 말씀드리기 전에 ‘주식시장은 신도 모른다’라는 간단한 명제에 동의해야 한다. 차트로 일봉·분봉과 현란한 기술적 분석으로 시장의 고점과 저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하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의 통계이고, 이 기간을 분석한 이유는 닷컴버블과 금융위기가 있었기에 충분히 시장의 속성을 반영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섣불리 주식을 매도하고 시장을 떠나 있을 때 하필 시장의 고점이 찾아온 상황을 가정한 것인데, 시장의 고점을 단 10일 동안만 누리지 못해도 25년간의 연평균 수익률은 4.50%로 계산됐다. 고점을 20일 동안 누리지 못하면 연평균 수익률은 2.10%로 줄어들고, 30일 동안 떠나 있었다면 수익률은 제로다. 40일로 그 기간이 늘어나면 오히려 연평균 2.00%의 손실을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25년 동안 그냥 시장에 머물렀던 투자자는 연평균 8.20%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시장이 어려워지면 친구도 만나고 가족들과 여행도 떠나고, 그래도 할 게 없으면 TV를 보라고 조언한 워런 버핏의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