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젤란펀드의 영웅'은 말한다…주가가 아닌 기업 이익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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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의 시대 - 투자 대가에게 길을 묻다
(3) 피터 린치 GARP 전략
성장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라
책상 앞 분석 말고 현장 찾아라
(3) 피터 린치 GARP 전략
성장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라
책상 앞 분석 말고 현장 찾아라
피터 린치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역사상 최고의 펀드매니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77~1990년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며 연평균 29.2%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전략은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성장하는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것’이다. 그는 시장상황보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에 주목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예측할 수 없으며, 또 시장을 예측한다고 해서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발로 뛰는 투자를 강조했다. 책상에 앉아 거시경제를 분석하기보다는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 성장성 있는 저평가 종목 투자
린치는 대학교 2학년이던 1963년 플라잉 타이거 항공을 주당 7달러에 매수했다. 2년도 채 안 돼 주가가 32.75달러까지 올랐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대박주’의 가능성을 믿게 됐다. 린치가 가장 강조한 것은 기업의 성장성이다. 그는 “주식 투자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이익”이라며 “주가가 아니라 최근의 이익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증가율을 강조하는 투자법이다.
린치는 1969년 피델리티에서 기업분석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1977년 5월 마젤란펀드를 맡으며 인생 최고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등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지표가 높더라도 성장성이 충분하다면 그 주식의 가격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으면 성장성이 있더라도 사지 않았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그가 만들어낸 개념이 주가이익성장비율(PEG: PER/EPS증가율)이다. 그는 PEG가 0.5 이하인 종목을 아주 유망한 종목으로 분류했다.
16년간 394% 수익률
그가 지금까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최고의 순간에 은퇴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 마젤란펀드를 140억달러(약 16조원)까지 키운 뒤 시장을 떠났다. 이 때문에 1980년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주 중심의 그의 전략이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이 각광받는 지금, 특히 한국시장에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린치의 전략을 토대로 그가 한국에서 관심을 가졌을 만한 종목을 선정해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 이후 누적수익률 기준으로 코스피200지수의 수익률을 두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린치 포트폴리오’는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PEG 0.5 이하(PER/3년 평균 EPS증가율)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50배 이하 △과거 3년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증가율 25%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 △최근 3년 매출 증가율이 최근 3년 재고자산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 중 PEG가 낮은 순으로 20개 종목을 추렸다.
그 결과 2002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린치 전략의 누적 수익률은 394%였다. 연평균 19.1%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연평균 14.0% 올랐다. 연간수익률로도 코스피200지수를 웃돈 경우가 많았다. 2003년엔 코스피200지수가 34.9% 오르는 동안 132.2%의 수익을 냈다. 반면 2004년과 2008년, 2015~2018년에는 코스피200지수보다 성과가 낮았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린치의 투자전략은 이익증가세가 보이는 기업을 아주 비싸지 않을 때 매수해 보유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만성적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많거나, 다시 불황이 시작될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익이 급증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도주가 뚜렷한 대형주 장세에서도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진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
린치의 전략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거시경제보다 개별 기업의 가치에 주목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정보 부족도 있지만 주식 연구에 쏟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개인투자자도 기관이나 외국인이 투자하지 않지만 내재 가치가 있는 종목을 ‘연구’해 투자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개인들은 선진국보다 신흥국 시장에서 ‘린치식 종목’을 발굴할 기회가 더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홍규 삼성자산운용 투자리서치센터장은 “개별 기업 연구를 통해 높은 성과를 볼 수 있는 시장은 애널리스트의 관심이 적은 곳”이라며 “개인들은 대형주보다 소형주,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린치의 전략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수익률 분석 결과에서도 2012년 이후 급격히 코스피200지수와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한국 시장에서 담아야 할 종목은
린치의 전략을 따를 경우 올해 한국 시장에서 담아야 할 종목으로는 금호석유 한화케미칼 한솔케미칼 롯데케미칼 태광산업 등 정유·소재주와 LG CJ 등 지주사, 엔씨소프트 등 게임주가 꼽혔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재주와 지주사 등은 지난해까지 실적개선 속도는 빨랐는데 주가가 많이 빠져 PEG가 낮아졌다”며 “성장성 대비 주가가 싼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그의 전략은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성장하는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것’이다. 그는 시장상황보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에 주목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예측할 수 없으며, 또 시장을 예측한다고 해서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발로 뛰는 투자를 강조했다. 책상에 앉아 거시경제를 분석하기보다는 현장을 찾아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 성장성 있는 저평가 종목 투자
린치는 대학교 2학년이던 1963년 플라잉 타이거 항공을 주당 7달러에 매수했다. 2년도 채 안 돼 주가가 32.75달러까지 올랐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대박주’의 가능성을 믿게 됐다. 린치가 가장 강조한 것은 기업의 성장성이다. 그는 “주식 투자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이익”이라며 “주가가 아니라 최근의 이익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증가율을 강조하는 투자법이다.
린치는 1969년 피델리티에서 기업분석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1977년 5월 마젤란펀드를 맡으며 인생 최고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등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지표가 높더라도 성장성이 충분하다면 그 주식의 가격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으면 성장성이 있더라도 사지 않았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그가 만들어낸 개념이 주가이익성장비율(PEG: PER/EPS증가율)이다. 그는 PEG가 0.5 이하인 종목을 아주 유망한 종목으로 분류했다.
16년간 394% 수익률
그가 지금까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최고의 순간에 은퇴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 마젤란펀드를 140억달러(약 16조원)까지 키운 뒤 시장을 떠났다. 이 때문에 1980년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주 중심의 그의 전략이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이 각광받는 지금, 특히 한국시장에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린치의 전략을 토대로 그가 한국에서 관심을 가졌을 만한 종목을 선정해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 이후 누적수익률 기준으로 코스피200지수의 수익률을 두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린치 포트폴리오’는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PEG 0.5 이하(PER/3년 평균 EPS증가율)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50배 이하 △과거 3년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증가율 25%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 △최근 3년 매출 증가율이 최근 3년 재고자산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 중 PEG가 낮은 순으로 20개 종목을 추렸다.
그 결과 2002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린치 전략의 누적 수익률은 394%였다. 연평균 19.1%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연평균 14.0% 올랐다. 연간수익률로도 코스피200지수를 웃돈 경우가 많았다. 2003년엔 코스피200지수가 34.9% 오르는 동안 132.2%의 수익을 냈다. 반면 2004년과 2008년, 2015~2018년에는 코스피200지수보다 성과가 낮았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린치의 투자전략은 이익증가세가 보이는 기업을 아주 비싸지 않을 때 매수해 보유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만성적 저성장의 늪에 빠져든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많거나, 다시 불황이 시작될 것이라는 공포를 느끼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익이 급증하는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주도주가 뚜렷한 대형주 장세에서도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진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
린치의 전략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거시경제보다 개별 기업의 가치에 주목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정보 부족도 있지만 주식 연구에 쏟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개인투자자도 기관이나 외국인이 투자하지 않지만 내재 가치가 있는 종목을 ‘연구’해 투자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개인들은 선진국보다 신흥국 시장에서 ‘린치식 종목’을 발굴할 기회가 더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홍규 삼성자산운용 투자리서치센터장은 “개별 기업 연구를 통해 높은 성과를 볼 수 있는 시장은 애널리스트의 관심이 적은 곳”이라며 “개인들은 대형주보다 소형주,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린치의 전략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수익률 분석 결과에서도 2012년 이후 급격히 코스피200지수와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한국 시장에서 담아야 할 종목은
린치의 전략을 따를 경우 올해 한국 시장에서 담아야 할 종목으로는 금호석유 한화케미칼 한솔케미칼 롯데케미칼 태광산업 등 정유·소재주와 LG CJ 등 지주사, 엔씨소프트 등 게임주가 꼽혔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재주와 지주사 등은 지난해까지 실적개선 속도는 빨랐는데 주가가 많이 빠져 PEG가 낮아졌다”며 “성장성 대비 주가가 싼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