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작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개한 지난 15일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김범석 쿠팡 대표의 말이었다. 쿠팡이 적자를 내더라도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물류창고주가 수혜주로 꼽힌다.
물류창고株 훨훨…"쿠팡 적자나도 우리는 뜬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물류업체 동방은 150원(6.79%) 오른 2360원에 마감했다. 그저 그런 실적에 2016년부터 3년 연속 주가가 하락했지만 올 들어선 72.3% 급등했다. 동방은 지난해 12월 쿠팡과 운송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4년 동안 총 52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

동방은 쿠팡을 통해 물건을 파는 업체들을 돌며 판매할 제품을 수거한 뒤 쿠팡 물류센터에 전달해주는 일을 한다. 전문 용어로 ‘밀크런’이라고 하는 방식이다. 쿠팡 물류창고가 가득 차면 동방 소유의 창고에 잠시 보관해주기도 한다.

항만물류 사업 위축에 한동안 부진했던 실적도 개선세로 돌아섰다. 동방의 지난해 매출은 5264억원으로 12.7% 늘었다. 영업이익은 142억원으로 2.7% 줄었지만 순이익은 158억원으로 전년 93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쿠팡 외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인 덕분이다.

다른 물류창고주도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방은 올해 24.4%, KTCT는 28.4% 올랐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수석연구원은 “택배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자체 물류센터 구축과 함께 제3자 물류 업체와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며 “신선식품 배송 등으로 물류 시장이 더욱 커질 전망인 만큼 물류창고주가 주목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세방은 수도권에 냉장·냉동 시설을 갖춘 물류창고가 있어 신선식품 배송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주로 꼽힌다. 현재 시가총액이 2905억원에 불과해 보유한 자회사 세방전지 지분 가치(지분율 37.95%·약 2600억원)만으로도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지분율 12.03%)과 국민연금이(7.78%)이 세방의 주요 주주다.

물류창고 투자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 새로 등록된 물류창고 면적은 역대 최대인 198만㎡로 전년보다 66% 증가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체스터톤스코리아가 집계한 지난해 4분기 물류창고 임대료는 3.3㎡당 2만8800원으로 전분기(2만9100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