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유주식 관련 IFRS17 해석 바뀌어…삼성생명 '9兆 손실'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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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손 들어준 국제회계기준委
IASB "보험사 보유 계열사 지분, 손익 아닌 자본 처리 가능"
IFRS17 원안대로라면…
주식가치 반영 기준 변경
IASB "보험사 보유 계열사 지분, 손익 아닌 자본 처리 가능"
IFRS17 원안대로라면…
주식가치 반영 기준 변경
삼성생명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로부터 2022년 도입되는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에 대한 유리한 해석을 이끌어내 약 9조~10조원대로 추정되는 손실을 방어해냈다. 변경된 해석의 골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평가액을 ‘손익’이 아니라 ‘자본’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파급 효과는 크다. 주식 가치 변동으로 실적이 요동치는 리스크가 줄고, 배당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됐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노린 ‘보험업법 개정안’을 방어할 수 있는 논리도 보강됐다는 평가다.
삼성 손 들어준 IASB
8일 회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IASB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계약자 배당과 관련한 미래 현금흐름을 ‘금융가정 변동’으로 본다는 해석을 ‘IFRS17 기준서’에 추가했다. 주식가치 상승으로 유배당 계약 상품에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간주돼도 보험사가 이를 손익에 곧바로 반영하는 대신 자본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준서’는 IFRS17의 실제 적용방식을 규정하는 ‘시행령’에 해당한다.
국내 보험업계에선 2022년 IFRS17과 IFRS9(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보유주식의 가치변동을 회계상 손익으로 곧바로 반영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주식가치가 바뀔 때마다 실적이 요동치는 ‘변동성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의 실제 경영상황과는 별개로 회사의 안정성이 보유 주식의 가격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생명은 23조원어치(8.51%)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해 가장 걱정이 컸다. 주식의 가격 변화를 매년 손익으로 환산하면 변동성과 더불어 막대한 배당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이 이런 ‘배당 리스크’에 직면한 이유는 과거 ‘유배당 보험’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유배당 보험이란 투자 이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하기로 약속한 보험이다. 보험회계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이 이번에 IASB의 기준서를 수정하면서 막아낸 계약자 배당금만 9조원을 넘는다고 추산한다.
보험업법 바뀌어도 ‘방어’ 가능
기존 IFRS17 해석대로라면 삼성생명은 유배당 계약자에게 보유주식 가치 변동에 따라 배당금을 나눠줘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이유가 매각 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보유목적’이라는 논리를 마련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 OCI)’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부담이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이 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지분증권의 평가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보험업법에선 보험사가 총자산의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계적으로 16조~17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 주식이 회계상 ‘팔아야 할 주식’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 주식 처분에 따른 계약자 배당금을 가정해 보험부채를 계산해야 한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삼성생명 손익계산서가 요동칠 공산이 컸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준서 변경은 결과적으로 IASB가 삼성그룹에 큰 선물을 안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는 ‘불만’
이번 기준서 변경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국회에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작년 5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은 시대적 요구”라고 말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삼성생명은 아직까지 계약자 배당의 현금흐름에 대한 IFRS17의 확정된 기준이 없다는 데 착안했다. IFRS17 해석을 위한 전문가그룹인 TRG에 계약자 배당 이슈를 질의해 IASB를 설득했고, 보험사가 보유한 지분증권을 자본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는 기준서 변경을 이끌어냈다.
일부 보험사는 “삼성생명이 IASB를 움직여 모든 해석을 자사에 유리하게 끌고 갔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삼성생명은 이번에 국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충돌한 ‘보험 계약의 경계’ 이슈도 TRG를 통해 유리한 해석을 이끌어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IFRS17 대응을 위해 회계 및 계리 시스템에 투자한 일부 대형 보험사는 기준서가 다시 바뀌면서 수십억원의 추가 비용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배당 보험
보험사가 주식 및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주주처럼 투자 이익을 나눠 받을 수 있는 보험. 무배당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높지만 배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1990년대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다.
김대훈/이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삼성 손 들어준 IASB
8일 회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IASB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계약자 배당과 관련한 미래 현금흐름을 ‘금융가정 변동’으로 본다는 해석을 ‘IFRS17 기준서’에 추가했다. 주식가치 상승으로 유배당 계약 상품에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간주돼도 보험사가 이를 손익에 곧바로 반영하는 대신 자본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준서’는 IFRS17의 실제 적용방식을 규정하는 ‘시행령’에 해당한다.
국내 보험업계에선 2022년 IFRS17과 IFRS9(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보유주식의 가치변동을 회계상 손익으로 곧바로 반영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주식가치가 바뀔 때마다 실적이 요동치는 ‘변동성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의 실제 경영상황과는 별개로 회사의 안정성이 보유 주식의 가격에 따라 휘둘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생명은 23조원어치(8.51%)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해 가장 걱정이 컸다. 주식의 가격 변화를 매년 손익으로 환산하면 변동성과 더불어 막대한 배당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이 이런 ‘배당 리스크’에 직면한 이유는 과거 ‘유배당 보험’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유배당 보험이란 투자 이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하기로 약속한 보험이다. 보험회계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이 이번에 IASB의 기준서를 수정하면서 막아낸 계약자 배당금만 9조원을 넘는다고 추산한다.
보험업법 바뀌어도 ‘방어’ 가능
기존 IFRS17 해석대로라면 삼성생명은 유배당 계약자에게 보유주식 가치 변동에 따라 배당금을 나눠줘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이유가 매각 차익을 얻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보유목적’이라는 논리를 마련했다. 이 경우 삼성전자 주식을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 OCI)’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부담이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이 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지분증권의 평가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보험업법에선 보험사가 총자산의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계적으로 16조~17조원어치의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 주식이 회계상 ‘팔아야 할 주식’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 주식 처분에 따른 계약자 배당금을 가정해 보험부채를 계산해야 한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삼성생명 손익계산서가 요동칠 공산이 컸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 기준서 변경은 결과적으로 IASB가 삼성그룹에 큰 선물을 안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는 ‘불만’
이번 기준서 변경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국회에선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작년 5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은 시대적 요구”라고 말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삼성생명은 아직까지 계약자 배당의 현금흐름에 대한 IFRS17의 확정된 기준이 없다는 데 착안했다. IFRS17 해석을 위한 전문가그룹인 TRG에 계약자 배당 이슈를 질의해 IASB를 설득했고, 보험사가 보유한 지분증권을 자본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는 기준서 변경을 이끌어냈다.
일부 보험사는 “삼성생명이 IASB를 움직여 모든 해석을 자사에 유리하게 끌고 갔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삼성생명은 이번에 국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가 충돌한 ‘보험 계약의 경계’ 이슈도 TRG를 통해 유리한 해석을 이끌어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IFRS17 대응을 위해 회계 및 계리 시스템에 투자한 일부 대형 보험사는 기준서가 다시 바뀌면서 수십억원의 추가 비용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배당 보험
보험사가 주식 및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주주처럼 투자 이익을 나눠 받을 수 있는 보험. 무배당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높지만 배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1990년대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다.
김대훈/이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