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에 '유령 회사'?…행동주의펀드 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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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의 수상한 거래
음악자문 등 불분명한 명목
李회장, 10년간 816억원 빼가
배당은 전무…주주들 불만 커져
라이크기획의 수상한 거래
음악자문 등 불분명한 명목
李회장, 10년간 816억원 빼가
배당은 전무…주주들 불만 커져
소녀시대 엑소 동방신기 등의 소속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스엠)에는 ‘유령 회사’가 있다. 창업자 이수만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크기획이란 곳이다. 음악 자문 등의 명목을 내세워 에스엠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을 받아간다. 최근 5년간 에스엠 영업이익의 44%가 이 회사로 흘러들어갔다. 수년 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지만 빠져나가는 돈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이른바 ‘승리 사태’를 계기로 연예기획사의 불투명한 사업 구조가 드러나면서 에스엠의 내부거래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분을 사모으면서 에스엠에 소명을 요구하고 나설 태세다. 상장 이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등기임원도 아닌 이 회장의 개인회사로 자산을 유출하는 것은 부당 지원일 가능성이 높다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칼 뽑은 행동주의 펀드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조만간 에스엠에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라이크기획 계약과 관련한 투명한 정보 공개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사유 등에 대해 소명과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작년 행동주의 펀드 ‘KB주주가치포커스’를 설정한 뒤 공모운용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컴투스, 효성티앤씨, 인선이엔티, 광주신세계 등에 수차례 주주서한을 보냈고 골프존을 상대로는 소송을 걸어 굴복시키기도 했다.
KB자산운용은 올해 초부터 에스엠 주식을 사들이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초 에스엠 주식 5.06%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후 지분율을 6.59%까지 늘려 3대 주주에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이 KB자산운용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에스엠 지분 5.06%를 보유한 4대 주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KB자산운용의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이 운용사는 작년 행동주의 펀드 ‘한국밸류주주행복펀드’를 설정하고 주주환원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8.07%)도 올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통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세 곳의 지분 합계는 19.72%로 이 회장 측의 지분(19.08%)을 넘어선다.
3년째 매년 100억원 넘게 유출
라이크기획으로 유출되는 금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에스엠의 실적에는 큰 부담이다. 에스엠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은 2017년에는 에스엠의 전체 영업이익 109억원과 맞먹는 108억원을 가져갔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34.4% 늘어난 145억원을 챙겼다. 10년간 빠져나간 돈만 816억원에 이른다.
배당은 2000년 상장 이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경쟁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배당을 해왔고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JYP엔터테인먼트도 작년부터 배당을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주환원은 하지 않으면서 최대 주주의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에스엠의 라이크기획 부당 지원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에스엠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익편취 규제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다만 라이크기획과의 거래가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7호에서 명시하고 있는 ‘부당한 자금·자산·인력의 지원 행위’에 해당하는지 의심해볼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대형 로펌 공정거래 담당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으로 충분히 조사할 만한 사안”이라며 “라이크기획이 담당하는 음원 프로듀싱이 에스엠 내부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배임죄까지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듀싱 비용이 업계의 추정된 정상가격에서 집행됐는지, 용역 과정에서 다른 경쟁 사업자와 충분히 비교했는지 여부가 사안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프로듀싱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 약 40%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라이크기획을 무상 증여 형태로 에스엠에 흡수 합병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 방향”이라고 말했다. 에스엠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전날과 같은 3만765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28.01% 떨어졌다.
최만수/고윤상 기자 bebop@hankyung.com
최근 이른바 ‘승리 사태’를 계기로 연예기획사의 불투명한 사업 구조가 드러나면서 에스엠의 내부거래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분을 사모으면서 에스엠에 소명을 요구하고 나설 태세다. 상장 이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등기임원도 아닌 이 회장의 개인회사로 자산을 유출하는 것은 부당 지원일 가능성이 높다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칼 뽑은 행동주의 펀드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조만간 에스엠에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라이크기획 계약과 관련한 투명한 정보 공개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사유 등에 대해 소명과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작년 행동주의 펀드 ‘KB주주가치포커스’를 설정한 뒤 공모운용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컴투스, 효성티앤씨, 인선이엔티, 광주신세계 등에 수차례 주주서한을 보냈고 골프존을 상대로는 소송을 걸어 굴복시키기도 했다.
KB자산운용은 올해 초부터 에스엠 주식을 사들이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초 에스엠 주식 5.06%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후 지분율을 6.59%까지 늘려 3대 주주에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이 KB자산운용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에스엠 지분 5.06%를 보유한 4대 주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KB자산운용의 움직임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이 운용사는 작년 행동주의 펀드 ‘한국밸류주주행복펀드’를 설정하고 주주환원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8.07%)도 올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통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세 곳의 지분 합계는 19.72%로 이 회장 측의 지분(19.08%)을 넘어선다.
3년째 매년 100억원 넘게 유출
라이크기획으로 유출되는 금액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에스엠의 실적에는 큰 부담이다. 에스엠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은 2017년에는 에스엠의 전체 영업이익 109억원과 맞먹는 108억원을 가져갔다. 2018년에는 전년 대비 34.4% 늘어난 145억원을 챙겼다. 10년간 빠져나간 돈만 816억원에 이른다.
배당은 2000년 상장 이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경쟁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배당을 해왔고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JYP엔터테인먼트도 작년부터 배당을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주환원은 하지 않으면서 최대 주주의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에스엠의 라이크기획 부당 지원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에스엠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사익편취 규제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다만 라이크기획과의 거래가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7호에서 명시하고 있는 ‘부당한 자금·자산·인력의 지원 행위’에 해당하는지 의심해볼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대형 로펌 공정거래 담당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 직권으로 충분히 조사할 만한 사안”이라며 “라이크기획이 담당하는 음원 프로듀싱이 에스엠 내부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배임죄까지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듀싱 비용이 업계의 추정된 정상가격에서 집행됐는지, 용역 과정에서 다른 경쟁 사업자와 충분히 비교했는지 여부가 사안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프로듀싱 업무를 직접 수행하면 약 40%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라이크기획을 무상 증여 형태로 에스엠에 흡수 합병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 방향”이라고 말했다. 에스엠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전날과 같은 3만765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28.01% 떨어졌다.
최만수/고윤상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