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인회계사들의 몸값이 쑥쑥 오르고 있다. 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은 지난해 회계사들의 연봉을 일제히 올렸다. 신입 회계사의 초임은 4000만원대에서 5000만원대까지 올랐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빅4’ 회계사 채용 규모가 1300명 정도였는데 신규 회계사가 900여 명 배출돼 경쟁이 치열했다”며 “일부 회계법인은 신입 회계사들을 대상으로 사이닝 보너스(특별 보너스) 지급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회계법인 5년차는 수당 등을 합하면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한다. 과거에는 7년차 정도 돼야 받던 연봉이다. 4대 회계법인 연봉 수준이 오르면서 중견 회계법인의 회계사 대우도 나아지고 있다. 3000만원 후반대였던 중견 회계법인들의 초임도 최근 4000만원 중반대까지 올랐다.

회계사 처우 개선은 작년 11월 감사인의 책임을 강화한 신외감법 도입으로 회계법인의 수익성이 좋아진 영향이 컸다. 개정된 외감법에 따라 ‘감사 품질’이 강조되면서 만년 ‘을(乙)’의 입장이던 회계법인이 ‘갑(甲)’의 지위로 바뀌면서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각종 수당도 늘어났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52시간제 도입 전엔 포괄적 임금 형태로 시간 외 수당을 따로 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정상근무보다 1.5배의 수당을 더 주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회계사 인력 수요도 더 증가했다. 처우가 확 개선되면서 젊은 회계사들의 회계법인 퇴사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하지만 파트너 회계사는 울상이다. 연봉은 그대로인데 업무량만 늘었다는 불만이 많다. 한 파트너 회계사는 “주니어 회계사의 퇴사를 막기 위해 처우를 대폭 개선해주다 보니 파트너급 연봉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관리나 영업 업무보단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실무에 직접 투입되는 일이 잦아 오히려 업무량만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