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兆 딜' 너무 컸나…김정주, 넥슨 매각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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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價 기대 밑돌아 결국 무산
美 디즈니의 인수 기대했는데…
넷마블 자금조달 능력에 의구심
회사 되팔 PEF엔 팔기 싫어해
美 디즈니의 인수 기대했는데…
넷마블 자금조달 능력에 의구심
회사 되팔 PEF엔 팔기 싫어해
▶마켓인사이트 6월 26일 오전 9시36분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 거래로 주목받은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이 무산됐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사진)는 넥슨 지주회사 NXC 매각을 보류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매각가는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24일 이뤄진 본입찰에는 카카오, 넷마블 등 국내 게임 관련 업체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국내외 사모펀드(PEF)가 참여했다.
김 대표가 공을 들인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이 불참하고 유력 후보도 기대를 밑도는 가격을 제시하자 매각 철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넷마블과 PEF 운용사로 구성된 최종 인수후보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매각이 무산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가 1994년 넥슨을 설립하면서 내건 창업이념은 ‘창의성과 세계화’였다. 창업 3년 만에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2011년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넥슨을 상장한 것도 ‘넥슨을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에 따른 것이었다.
김 대표가 회사를 미국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팔기 위해 공을 들인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는 국내 경쟁사인 카카오와 넷마블이었다. 인수를 희망한 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는 투자 회수를 위해 몇 년 뒤 회사를 되팔 것이란 점이 마뜩잖았다는 후문이다.
매각 측은 먼저 넷마블을 최종 협상 대상에 올리고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MBK와 KKR의 제시 가격을 더 올리려 했다. 기대와 달리 MBK와 KKR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넷마블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번주 들어 넷마블이 넥슨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발행까지 두 달 이상 걸리고 발행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GDR에 의존한다는 것은 넷마블의 자금조달 능력을 의심케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후보 중에는 인수가로 10조원 이상을 제시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 대표가 매각 보류 결정을 내린 건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거래를 본입찰까지 갔다가 철회한 만큼 넥슨의 평판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5일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MBK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7000억원을 공동 투자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번 매각 무산으로 김 대표가 게임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2013년부터 명품 유모차업체 스토케,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등을 사들이면서 본업인 게임사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이번 매각 실패로 시장과의 온도 차를 경험한 김 대표가 당분간 넥슨 매각을 재개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넥슨 관계자는 “신규 인기 게임을 적극 발굴해 넥슨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넥슨 매각이 무산되면서 관계사인 넥슨지티와 넷게임즈 주가는 이날 각각 24.96%, 8.49% 급락했다.
이동훈/정영효/김주완 기자 leedh@hankyung.com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 거래로 주목받은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이 무산됐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사진)는 넥슨 지주회사 NXC 매각을 보류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매각가는 1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달 24일 이뤄진 본입찰에는 카카오, 넷마블 등 국내 게임 관련 업체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국내외 사모펀드(PEF)가 참여했다.
김 대표가 공을 들인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이 불참하고 유력 후보도 기대를 밑도는 가격을 제시하자 매각 철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넷마블과 PEF 운용사로 구성된 최종 인수후보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매각이 무산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가 1994년 넥슨을 설립하면서 내건 창업이념은 ‘창의성과 세계화’였다. 창업 3년 만에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2011년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넥슨을 상장한 것도 ‘넥슨을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에 따른 것이었다.
김 대표가 회사를 미국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팔기 위해 공을 들인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는 국내 경쟁사인 카카오와 넷마블이었다. 인수를 희망한 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는 투자 회수를 위해 몇 년 뒤 회사를 되팔 것이란 점이 마뜩잖았다는 후문이다.
매각 측은 먼저 넷마블을 최종 협상 대상에 올리고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MBK와 KKR의 제시 가격을 더 올리려 했다. 기대와 달리 MBK와 KKR은 버티기로 일관했다. 넷마블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번주 들어 넷마블이 넥슨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발행까지 두 달 이상 걸리고 발행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GDR에 의존한다는 것은 넷마블의 자금조달 능력을 의심케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후보 중에는 인수가로 10조원 이상을 제시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김 대표가 매각 보류 결정을 내린 건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거래를 본입찰까지 갔다가 철회한 만큼 넥슨의 평판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5일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MBK가 넥슨을 인수할 경우 7000억원을 공동 투자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번 매각 무산으로 김 대표가 게임사업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2013년부터 명품 유모차업체 스토케,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등을 사들이면서 본업인 게임사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이번 매각 실패로 시장과의 온도 차를 경험한 김 대표가 당분간 넥슨 매각을 재개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넥슨 관계자는 “신규 인기 게임을 적극 발굴해 넥슨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넥슨 매각이 무산되면서 관계사인 넥슨지티와 넷게임즈 주가는 이날 각각 24.96%, 8.49% 급락했다.
이동훈/정영효/김주완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