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株 '에이치엘비 쇼크'…글로벌 임상 3상 실패에 줄줄이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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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투자심리 '급랭'
기관·외국인들 매물 쏟아지며
에이치엘비, 하한가로 직행
메지온도 '난관' 루머에 28%↓
기관·외국인들 매물 쏟아지며
에이치엘비, 하한가로 직행
메지온도 '난관' 루머에 28%↓
시가총액 10조원에 달하는 바이오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신약 임상 결과와 관련해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경구용 항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나오면서 개발사인 에이치엘비가 하한가로 추락했다.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바이오주들도 급락세를 타면서 코스닥시장 전체가 휘청거렸다.
“리보세라닙, FDA 허가 신청 못해”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27일 장중에 긴급 간담회를 열고 “최종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수치로 분석한 결과 전날 발표한 글로벌 임상 3상이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은 말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무리한 뒤 연내 FDA에 신약 허가(NDA)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overall survival)이 최종 임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전체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 시작 후부터 사망에 이르는 기간을 뜻한다.
리보세라닙이 신약으로 인정받으려면 BMS의 ‘옵디보’, 일본 다이호약품의 ‘론서프’ 등 경쟁 약물보다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려야 했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은 플라세보 대조군(가짜약 투약 집단)보다 더 좋은 OS 중간값을 보였고,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과는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면서도 “이번 임상 결과로는 FDA 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리보세라닙의 임상 실패를 놓고 제약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진출은 무산됐지만 다른 의약품과 병용 임상으로 재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암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생존하는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값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부작용도 경미한 수준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에이치엘비는 추가 데이터와 생존 환자를 분석해 9월 말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진 회장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오후 2시께부터 에이치엘비는 코스닥시장에서 급락세를 타기 시작해 결국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5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코스닥에서 가장 많은 196억원과 102억원 규모의 매물폭탄을 쏟아냈다. 에이치엘비는 이날에만 8474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해 코스닥 시총 순위도 전날 5위에서 7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메지온은 루머에 충격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메지온도 이날 장중에 “임상 3상에 실패했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장 초반 0.26% 상승하면서 출발한 메지온은 오전부터 퍼진 루머에 ‘직격탄’을 맞고 하루 종일 휘청거렸다.
진 회장의 간담회 내용이 알려진 이후 낙폭을 키워 3만2200원(28.02%) 하락한 8만2700원에 장을 마쳤다. 박동현 메지온 대표는 “유데나필의 임상 3상과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이 시장에 퍼졌다”며 “지난해 12월 마지막 환자에 대한 투약을 마친 3상은 현재 자료 수정 단계를 밟고 있으며 최종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메지온은 총 40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여름 환자 등록을 시작해 2018년 12월 마지막 환자 투약을 마쳤다. 박 대표는 “투약 이후에도 3개월 동안 안전성을 확인한다”며 “마지막 환자에 대한 안전성 확인이 끝났고, 3상 자료를 검토하던 중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나와 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상의 주요 결과(탑라인) 발표는 몇 주 뒤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헬릭스미스·신라젠도 불안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헬릭스미스와 신라젠도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이날 헬릭스미스는 5.01%, 신라젠은 8.25% 하락했다. 헬릭스미스는 VM-202(당뇨병성신경병증 신약물질)의 미국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0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제제 ‘펙사벡’의 임상 3상 데이터를 관찰하고 통제하는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를 앞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올 3분기 중 안전성 및 종양반응률 등의 데이터를 확인하는 무용성 진행 평가를 발표한다.
임상 3상 관련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코스닥시장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에이치엘비(시가총액 1조9775억원)를 비롯해 신라젠(3조6887억원) 헬릭스미스(3조827억원) 메지온(7157억원)의 시총은 총 9조4646억원에 달한다.
이날 오후 2시 이전까지 상승세를 타던 코스닥지수는 에이치엘비와 메지온이 동반 급락한 뒤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11.16포인트(1.57%) 떨어진 698.2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 7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3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임상 3상 관련 바이오주들이 코스닥 시총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어 이들이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부진이 일부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메지온은 KB자산운용이 지난 5월 15일 기준으로 3.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B운용은 ‘간판’ 펀드인 ‘KB중소형주포커스’ 등에 메지온을 담고 있다.
전예진/양병훈 기자 ace@hankyung.com
“리보세라닙, FDA 허가 신청 못해”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27일 장중에 긴급 간담회를 열고 “최종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수치로 분석한 결과 전날 발표한 글로벌 임상 3상이 최종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은 말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무리한 뒤 연내 FDA에 신약 허가(NDA)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overall survival)이 최종 임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전체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 시작 후부터 사망에 이르는 기간을 뜻한다.
리보세라닙이 신약으로 인정받으려면 BMS의 ‘옵디보’, 일본 다이호약품의 ‘론서프’ 등 경쟁 약물보다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려야 했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은 플라세보 대조군(가짜약 투약 집단)보다 더 좋은 OS 중간값을 보였고,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과는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면서도 “이번 임상 결과로는 FDA 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리보세라닙의 임상 실패를 놓고 제약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진출은 무산됐지만 다른 의약품과 병용 임상으로 재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암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생존하는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값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부작용도 경미한 수준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에이치엘비는 추가 데이터와 생존 환자를 분석해 9월 말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진 회장의 기자간담회가 열린 오후 2시께부터 에이치엘비는 코스닥시장에서 급락세를 타기 시작해 결국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5만4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코스닥에서 가장 많은 196억원과 102억원 규모의 매물폭탄을 쏟아냈다. 에이치엘비는 이날에만 8474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해 코스닥 시총 순위도 전날 5위에서 7위로 두 계단 떨어졌다.
메지온은 루머에 충격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미국 임상 3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메지온도 이날 장중에 “임상 3상에 실패했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장 초반 0.26% 상승하면서 출발한 메지온은 오전부터 퍼진 루머에 ‘직격탄’을 맞고 하루 종일 휘청거렸다.
진 회장의 간담회 내용이 알려진 이후 낙폭을 키워 3만2200원(28.02%) 하락한 8만2700원에 장을 마쳤다. 박동현 메지온 대표는 “유데나필의 임상 3상과 관련해 근거 없는 소문이 시장에 퍼졌다”며 “지난해 12월 마지막 환자에 대한 투약을 마친 3상은 현재 자료 수정 단계를 밟고 있으며 최종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메지온은 총 40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여름 환자 등록을 시작해 2018년 12월 마지막 환자 투약을 마쳤다. 박 대표는 “투약 이후에도 3개월 동안 안전성을 확인한다”며 “마지막 환자에 대한 안전성 확인이 끝났고, 3상 자료를 검토하던 중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나와 이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상의 주요 결과(탑라인) 발표는 몇 주 뒤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헬릭스미스·신라젠도 불안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둔 헬릭스미스와 신라젠도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이날 헬릭스미스는 5.01%, 신라젠은 8.25% 하락했다. 헬릭스미스는 VM-202(당뇨병성신경병증 신약물질)의 미국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0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제제 ‘펙사벡’의 임상 3상 데이터를 관찰하고 통제하는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를 앞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올 3분기 중 안전성 및 종양반응률 등의 데이터를 확인하는 무용성 진행 평가를 발표한다.
임상 3상 관련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코스닥시장 전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에이치엘비(시가총액 1조9775억원)를 비롯해 신라젠(3조6887억원) 헬릭스미스(3조827억원) 메지온(7157억원)의 시총은 총 9조4646억원에 달한다.
이날 오후 2시 이전까지 상승세를 타던 코스닥지수는 에이치엘비와 메지온이 동반 급락한 뒤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11.16포인트(1.57%) 떨어진 698.21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 7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3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임상 3상 관련 바이오주들이 코스닥 시총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어 이들이 흔들리면 시장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부진이 일부 중소형주 펀드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메지온은 KB자산운용이 지난 5월 15일 기준으로 3.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B운용은 ‘간판’ 펀드인 ‘KB중소형주포커스’ 등에 메지온을 담고 있다.
전예진/양병훈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