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가 3탄]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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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투자법 3회의 주인공 피터 린치는 ‘월가의 영웅’이라는 별명으로 증권업계에서 널리 알려졌다. 그는 1977년부터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마젤란 펀드를 운용해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1990년까지 16조원 규모로 키웠다. 이 기간 마젤란 펀드의 수익률은 미국 대표지수인 S&P500의 두 배였다. 절정의 순간, 린치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영웅’이 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린치는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이 외면하는 중소형 종목 가운데 숱한 ‘10루타’(10배 수익 종목)를 발굴해냈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펀드매니저는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므로 덜 알려진 중소형주보다 투자가 활발한 대형주에 집중하기 쉽다”며 “남들이 외면하는 업종과 종목에도 과감하게 투자하는 린치는 탁월한 성장주 투자자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주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린치는 기업의 성장세를 주목했다. 주당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종목들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는 기업을 선호했다. 합리적인 성장주를 가려내기 위해 린치는 주가이익성장비율(PEG: PER(주가수익비율)/EPS(주당순이익)증가율)이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린치는 경기 상황에 따라 기업의 실적 변동성이 큰 경기순환주 투자에 특히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홍 교수는 “린치는 평소 적극적인 기업 탐방과 업종 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특정 업종이 바닥을 찍고 올라온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 투자해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며 “배관공이나 주물공처럼 한 산업에 오래 종사한 인물이 펀드매니저보다 관련 업종 투자에서는 뛰어나다는 것이 린치의 투자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린치는 펀드매니저 경력이 미 증시의 강세장과 겹쳤던 탓에 약세장이나 박스권 장세에서 검증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1980년대 미국에서 소비주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구사했기에 오늘날 한국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이 린치의 전략을 토대로 코스피200 종목들을 대상으로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 이후 ‘린치 포트폴리오’는 연평균 19.1%의 수익을 냈다. 누적 수익률은 394%다.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14.0%였다. 홍 교수는 “린치 포트폴리오는 가격상승 탄력이 강한 화끈한 매력을 가졌다”며 “2003년에는 연평균 132.2%의 냈는데,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34.9% 올랐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성장주 스타일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투자자들이 특히 관심을 둘 만하다“고 덧붙였다.
‘린치 포트폴리오’는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들 가운데 PEG 0.5 이하, PER 50배 이하, 과거 3년 EPS 증가율 25%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 최근 3년 매출 증가율이 최근 3년 재고자산 증가율보다 높은 기업 가운데 PEG가 낮은 순으로 20개 기업으로 구성됐다. 매년 4월에 전년도 실적을 바탕으로 1회 종목을 교체했다.
홍 교수는 피터 린치에 대해 ‘좋은 펀드매니저’를 넘어 ‘좋은 스승’이라고 말한다. “린치는 저서를 통해 후배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실생활에서 종목을 찾으라는 조언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범할 법한 실수나 편향들을 짚어준다”며 “린치처럼 성장주 중심의 투자를 추구하지 않더라도 주식투자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전범진/강영연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