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할인율 사상 최고 수준
주요 8개사 시가총액 올 9%↓
순자산가치와 괴리 급격히 커져
"주가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신호"
23일 SK LG 한화 CJ 등 주요 8개 지주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46조9070억원으로 지난해 말(51조8254억원)보다 9.49% 줄었다.
2년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탓에 NAV 대비 시가총액 할인율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8개 지주회사의 NAV 할인율은 현재 52.5%로 집계됐다. 지난해(44.0%)보다 8.5%포인트 높아졌다. NAV는 지주사 자체 영업가치에 상장·비상장 자회사 지분 가치 등을 모두 더한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와의 중복 상장 문제 등으로 지주사 시가총액은 NAV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과거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할인율은 과도하게 주가가 떨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는 올 들어 12.31% 하락하면서 NAV 대비 할인율이 58.2%까지 치솟았다. 2017년 이후 평균인 48.8%를 크게 웃돈다. 한화(69.6%)와 현대중공업지주(48.6%)도 평균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상태다. 두산(34.6%)과 CJ(58.3%)는 10%포인트 이상 높다. 탄탄한 지주사는 투자 매력 커져
자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주가는 주로 자회사 지분 가치에 좌우된다”고 했다. 롯데지주는 올 들어 27.80% 내렸다. 롯데쇼핑(-31.99%) 롯데케미칼(-9.93%) 등 주력 자회사가 동반 급락한 영향이다. 반면 LG는 올해 9.01% 뛰었다. LG화학(3.46%) LG생활건강(20.16%) LG전자(13.64%) 등이 오른 덕을 봤다.
주주가치 개선 기대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확대 등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지주사에 대한 기대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증시 하락으로 값싼 종목이 속출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우선 순위에서 지주사가 밀려난 상태”라는 설명이다.
시가총액과 NAV 간 괴리가 지나치게 벌어진 만큼 이 같은 소외 현상이 계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이 반등하고 있고, SK E&S와 SK실트론 등 비상장 자회사 실적도 견조하다”며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인 NAV 대비 할인율은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SK는 이날 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공시했다.
두산은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배당금/주가)이 5.6%에 이르고, 오는 10월 인적분할을 앞두고 있는 점이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두산에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이 분리해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상장 후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많게는 지금보다 4배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효성도 기대주다. 올해 62.40% 올랐지만 NAV 대비 할인율은 아직 50%에 머물고 있다.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6.4% 수준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