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본격 발발
미국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세계가 우려했던 환율전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6일 외신 등에 따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사진)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결정했다"며 "중국의 불공정 경쟁을 제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위안화 거래의 기준이 되는 중간환율을 올 들어 처음으로 6.9위안 이상으로 올려(평가절하) 고시했다. 이에 따라 실제 위안화 거래 환율은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는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이 무역협상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위안화 약세임에도 중국 측이 암묵적으로 이를 허용했다"며 "이는 미국 측의 추가 관세인상에 대한 보복 조치이자 중국 측의 협상의지가 강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환율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양국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많다.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은 종합무역법에 의해 이뤄졌다. 교역촉진법에 의한 환율조작국 지정에는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2% 이상, GDP 대비 2% 이상 달러 순매수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중국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때문에 환율조작을 통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라는 모호한 조건을 가진 종합무역법을 사용했다.
종합무역법에 의한 환율조작국의 제재는 IMF 또는 양국간 환율 시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정희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단기적으로 관련 불확실성 확대로 위안화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최근 높아진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를 고려하면 원화 약세 압력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약세는 원화 자산의 가치하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인민은행이 내놓을 고시 환율에 쏠려있다.
인민은행이 이날도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면 강대 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가치를 절상한다면 중국 측이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10시15분께 위안화 환율을 고시한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