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결정 과정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15년 티슈진에 인보사(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임상3상 중단(유보) 공문을 보낸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의 ‘허위 공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FDA 공문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은 ‘임상3상 진입 확정’이라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시 전후로 주가는 단기간 3만원대에서 19만원으로 수직 급등했다.
코오롱생명과학 "3상 진입" 공시 진위 논란
2015년 5월 “임상3상 진입 확정” 공시

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주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결정 과정에서 2015년 5월 미국 FDA가 코오롱티슈진에 인보사 임상3상 시험을 유보하라는 서한(CHL)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 코오롱티슈진이 2017년 상장 당시 미국에서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기재한 점 외에 추가로 드러난 사실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이후 2018년 7월 미국 임상3상에 대한 시료 사용 승인이 날 때까지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인보사의 미국 임상은 지난 5월 FDA 임상중지 공문(CHL)으로 다시 중단된 상태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코오롱생명과학의 2015년 5월 22일 조회 공시 내용이다.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 자회사인 티슈진이 FDA와 ‘티슈진-C(인보사)’에 대한 임상3상 수행계획 사전평가(SPA)를 종료하고 임상3상 진입을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발표 전부터 “인보사가 FDA 임상3상을 시작한다”는 소문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거래소가 주가 급등에 따른 조회공시를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검찰 불공정거래 수사 촉각

이 같은 조회공시 답변 전후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급등했다. 2015년 초 주당 3만원대였던 주가는 조회공시 전날 8만6249원(무증 감안한 수정주가 기준)으로 올랐다. ‘3상 진입 확정’ 발표 이후 주가는 7월 초 19만4800원까지 폭등했다.

2016년 상반기 주가가 11만~13만원대에서 유지되자 코오롱생명과학은 대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해 1155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타다가 올해 티슈진 사태가 터지면서 급락했다. 올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에 대한 허가를 취소하고, 지난달 거래소가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결정까지 내리면서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1만5800원(지난달 30일 기준)까지 추락했다.

거래소 측은 허위 공시 논란에 대해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가 끝난 뒤 제재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도 지켜보며 사실관계가 정확히 밝혀져야 허위 공시 여부도 결론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코오롱 측이 성분이 바뀐 것을 알고도 인보사를 판매하고 티슈진을 상장한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코오롱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2015년 5월 조회공시가 시세 조종과 연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는 허위 공시로 판명되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과 제재금 등을 부과하게 된다. 벌점 15점 이상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임상2상이 끝나면 3상으로 바로 진입하게 된다”며 “FDA의 임상 유보 공문은 시료 생산 후 환자에게 투약을 하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3상 진입 공시로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동현/고윤상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