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홍콩 6兆딜' 따내자…해외 큰손들 앞다퉈 "손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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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수출하라
(2) '격전의 IB'…성공스토리 쓴다
글로벌 큰손 사이 존재감 각인
홍콩은 총성 없는 IB전쟁터
수년전 철수설 딛고 '상전벽해'
(2) '격전의 IB'…성공스토리 쓴다
글로벌 큰손 사이 존재감 각인
홍콩은 총성 없는 IB전쟁터
수년전 철수설 딛고 '상전벽해'
홍콩 주룽반도 국제상업센터(ICC) 빌딩에 올라 바다 건너 홍콩섬을 내려다보면 팔각형 외관의 독특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홍콩 핵심 업무지구인 센트럴에 있는 더센터 빌딩이다. 1998년 완공된 이 빌딩의 높이는 346m(73층)로 홍콩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더센터 빌딩은 지난해 주인이 바뀌었다. 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48개 층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넘겼다. 매각 금액은 51억달러(약 6조1000억원). 단일 부동산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거래에 참여하기 위한 글로벌 ‘큰손’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한국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공동 인수전에 뛰어들어 싱가포르투자청(GIC) 등과 함께 거래를 따냈다. 최보성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장은 “더센터 인수전 참여로 홍콩에 미래에셋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과거엔 엄두도 못 냈던 딜(거래) 참여 제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익 급증하는 한국 IB
국내 증권사가 더센터 빌딩과 같은 랜드마크 딜에 낄 수 있었던 건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그만큼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3개 증권사가 거느린 47개 해외 현지법인의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5조6000억원으로 1년 전인 2017년 말(3조1000억원) 대비 80.6% 증가했다. 현지법인이 보유한 자산총계는 같은 기간 50.6% 불어난 59조3000억원이었다. 이익 규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해외 현지법인이 거둔 순이익은 1351억원으로 전년(513억원) 대비 163.4% 급증했다.
현지법인 순이익의 절반가량(691억원)은 홍콩에서 나왔다. 한 증권사 홍콩법인장은 “홍콩이 최근 시위사태로 우려가 크지만 여전히 아시아 진출 관문으로서 역할이 크다”며 “홍콩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글로벌 IB(투자은행) 도약은 불가능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법인 덩치 키우기 경쟁
홍콩에서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은 옛 대우증권과 합병이 마무리된 2017년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홍콩법인에 대규모 증자를 단행했다. 이듬해 3월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으로 취임하며 홍콩법인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투자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했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2조2156억원으로 국내 중대형 증권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인적 구성도 한국인 직원 일색인 여느 금융회사 현지법인과는 다르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임직원 60여 명 중 한국인은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현지 네트워크가 두터워지면서 딜 관련 각종 정보 접근도 한층 수월해졌다. 홍콩법인 관계자는 “더센터 빌딩 투자 주체는 본사였지만 홍콩법인이 물밑에서 딜소싱(투자처 발굴) 등 역할을 했다”며 “최근 미래에셋의 해외 투자건 중 상당수가 홍콩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딜”이라고 설명했다. 올 1월엔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이 중국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마오얀엔터의 홍콩 증시 상장 공동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래에셋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홍콩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홍콩법인에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다. NH투자증권(1400억원), KB증권(900억원) 등도 증자를 완료했다.
동남아시아로 영토 확장
한국 IB가 홍콩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오래전 일은 아니다. 홍콩에서 만난 한 증권사 주재원은 “수년 전 철수설이 나돌며 암울했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 증권사들은 글로벌 IB에서 해고된 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홍콩에서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단순히 한국 주식을 중개하던 것에서 탈피해 홍콩 등 글로벌 주식중개를 수익모델로 삼고 주식 영업과 리서치를 중심으로 인력을 끌어모았다.
이제 한국 IB는 홍콩에 이어 동남아시아 지역 금융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 현지법인을 통해 싱가포르에 진출한 NH투자증권은 올 들어 동남아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도네시아 핀테크 기업 투자 등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투증권이 싱가포르에 세운 헤지펀드 운용사 키아라어드바이저는 최근 운용 수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키아라아시아퍼시픽헤지펀드의 올해 7월까지 수익률은 10.1%로 다른 아시아지역 헤지펀드 성과(평균 6.0%)를 웃돌았다. 남궁성 키아라어드바이저 대표는 “지난 5년간 축적한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자금 유치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싱가포르=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더센터 빌딩은 지난해 주인이 바뀌었다. 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48개 층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넘겼다. 매각 금액은 51억달러(약 6조1000억원). 단일 부동산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거래에 참여하기 위한 글로벌 ‘큰손’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한국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공동 인수전에 뛰어들어 싱가포르투자청(GIC) 등과 함께 거래를 따냈다. 최보성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장은 “더센터 인수전 참여로 홍콩에 미래에셋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며 “과거엔 엄두도 못 냈던 딜(거래) 참여 제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익 급증하는 한국 IB
국내 증권사가 더센터 빌딩과 같은 랜드마크 딜에 낄 수 있었던 건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그만큼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3개 증권사가 거느린 47개 해외 현지법인의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5조6000억원으로 1년 전인 2017년 말(3조1000억원) 대비 80.6% 증가했다. 현지법인이 보유한 자산총계는 같은 기간 50.6% 불어난 59조3000억원이었다. 이익 규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해외 현지법인이 거둔 순이익은 1351억원으로 전년(513억원) 대비 163.4% 급증했다.
현지법인 순이익의 절반가량(691억원)은 홍콩에서 나왔다. 한 증권사 홍콩법인장은 “홍콩이 최근 시위사태로 우려가 크지만 여전히 아시아 진출 관문으로서 역할이 크다”며 “홍콩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글로벌 IB(투자은행) 도약은 불가능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법인 덩치 키우기 경쟁
홍콩에서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은 옛 대우증권과 합병이 마무리된 2017년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홍콩법인에 대규모 증자를 단행했다. 이듬해 3월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으로 취임하며 홍콩법인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투자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했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2조2156억원으로 국내 중대형 증권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인적 구성도 한국인 직원 일색인 여느 금융회사 현지법인과는 다르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임직원 60여 명 중 한국인은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현지 네트워크가 두터워지면서 딜 관련 각종 정보 접근도 한층 수월해졌다. 홍콩법인 관계자는 “더센터 빌딩 투자 주체는 본사였지만 홍콩법인이 물밑에서 딜소싱(투자처 발굴) 등 역할을 했다”며 “최근 미래에셋의 해외 투자건 중 상당수가 홍콩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딜”이라고 설명했다. 올 1월엔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이 중국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마오얀엔터의 홍콩 증시 상장 공동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래에셋의 성공에 자극받은 다른 증권사들도 속속 홍콩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홍콩법인에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다. NH투자증권(1400억원), KB증권(900억원) 등도 증자를 완료했다.
동남아시아로 영토 확장
한국 IB가 홍콩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오래전 일은 아니다. 홍콩에서 만난 한 증권사 주재원은 “수년 전 철수설이 나돌며 암울했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 증권사들은 글로벌 IB에서 해고된 인력들을 대거 영입해 홍콩에서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단순히 한국 주식을 중개하던 것에서 탈피해 홍콩 등 글로벌 주식중개를 수익모델로 삼고 주식 영업과 리서치를 중심으로 인력을 끌어모았다.
이제 한국 IB는 홍콩에 이어 동남아시아 지역 금융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도 반전을 노리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 현지법인을 통해 싱가포르에 진출한 NH투자증권은 올 들어 동남아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인도네시아 핀테크 기업 투자 등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한투증권이 싱가포르에 세운 헤지펀드 운용사 키아라어드바이저는 최근 운용 수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키아라아시아퍼시픽헤지펀드의 올해 7월까지 수익률은 10.1%로 다른 아시아지역 헤지펀드 성과(평균 6.0%)를 웃돌았다. 남궁성 키아라어드바이저 대표는 “지난 5년간 축적한 트랙 레코드를 바탕으로 자금 유치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싱가포르=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