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라임 또 있다"…메자닌 펀드 환매 중단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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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前 중도환매 가능한
개방형 메자닌 펀드 운용사
라임 말고도 여러 곳 있어"
개방형 메자닌 펀드 운용사
라임 말고도 여러 곳 있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급성장했던 라임운용의 성장 모델을 고스란히 모방해 비슷한 형태의 펀드를 조성해 판 ‘제2의 라임’들이 적지 않아 사모펀드 업계 전체가 긴장하는 분위기다. 선의의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이 신속하고도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후죽순 늘어난 ‘제2의 라임’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운용처럼 ‘메자닌 펀드’를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으로 판매한 운용사가 최대 1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말한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고, 내리면 만기까지 보유해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 만기가 3년인 데다 조기상환 가능 시점이 1년~1년6개월 정도로 길어 유동화가 쉽지 않다.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로는 적합하지 않다.
라임운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자(母子) 펀드’와 ‘총수익스와프(TRS)’라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메자닌에 투자하는 모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돈을 쏴주는 자펀드를 시리즈로 출시해 투자자를 모았다. 여기에다 사실상 주식담보대출 성격인 증권사와의 TRS 계약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레버리지(차입)를 최대 200%까지 일으켰다.
라임운용의 ‘아바타’라고 불리는 A운용사도 똑같은 방식을 썼다. A운용사는 라임운용의 메자닌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TRS 계약 역시 같은 증권사에서 집중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A운용사는 이런 방식으로 최근 1년 새 운용 규모를 1조원으로 두 배 늘렸다. A운용사 외에도 F운용사, M운용사 등이 비슷한 방식의 메자닌 투자로 단기간에 덩치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 도입 등으로 메자닌 투자 열풍이 불면서 작년 한 해에만 5조원에 가까운 CB·BW가 발행됐다”며 “특정 증권사가 라임운용이나 A운용사 등을 부추겨 TRS와 모자 펀드를 통한 개방형 펀드를 판매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른 운용사도 단기간 몸집을 불리기 위해 해당 증권사를 활용해 개방형 메자닌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놨다”고 말했다.
CB·BW 발행이 코스닥시장 한계기업에 집중되면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 들어 이들 상장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환매 요청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지면서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메자닌 발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자율 0%짜리 CB·BW도 봇물을 이뤘다”며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끼리 ‘돈 잔치’를 벌이다 올 들어 시황이 나빠지면서 감사의견 거절이나 상장폐지 등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도 “라임운용의 급성장 이후 판매사로부터 펀드를 개방형으로 바꾸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며 “개방형으로 펀드를 설정하면 폐쇄형의 5~10배로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성장에 급급했던 운용사들이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라임, 1조3500억원 환매중단 선언할 듯”
향후 금융감독원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아프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임운용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문제가 된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 등 3개 모펀드(총 1조3538억원)에 대해 전면적인 환매 중단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환매를 중지하지 않으면 만기까지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이라고 해도 만기가 빠른 가입자보다 만기가 늦은 고객이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운용사로서는 수익자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일단 환매를 전면 중단한 뒤 청산 절차에 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메자닌(mezzanine)
원래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말한다. 주가 상승 시에는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 이득을 취할 수 있고, 하락 시에는 만기까지 보유해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
▶ 총수익스와프(TRS)
파생거래의 일종으로 계약 당사자가 주식 등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상호 교환하는 약정. 일반적으로 총수익매도자(증권사)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매수자(운용사)에게 이전하고 대신 수수료(이자)를 받는 형식으로 설계된다. 이때 주식은 총수익매도자가 소유한 것으로 공시된다.
최만수/이호기 기자 bebop@hankyung.com
우후죽순 늘어난 ‘제2의 라임’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운용처럼 ‘메자닌 펀드’를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으로 판매한 운용사가 최대 1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말한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고, 내리면 만기까지 보유해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 만기가 3년인 데다 조기상환 가능 시점이 1년~1년6개월 정도로 길어 유동화가 쉽지 않다.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로는 적합하지 않다.
라임운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자(母子) 펀드’와 ‘총수익스와프(TRS)’라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메자닌에 투자하는 모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돈을 쏴주는 자펀드를 시리즈로 출시해 투자자를 모았다. 여기에다 사실상 주식담보대출 성격인 증권사와의 TRS 계약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레버리지(차입)를 최대 200%까지 일으켰다.
라임운용의 ‘아바타’라고 불리는 A운용사도 똑같은 방식을 썼다. A운용사는 라임운용의 메자닌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TRS 계약 역시 같은 증권사에서 집중적으로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A운용사는 이런 방식으로 최근 1년 새 운용 규모를 1조원으로 두 배 늘렸다. A운용사 외에도 F운용사, M운용사 등이 비슷한 방식의 메자닌 투자로 단기간에 덩치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 도입 등으로 메자닌 투자 열풍이 불면서 작년 한 해에만 5조원에 가까운 CB·BW가 발행됐다”며 “특정 증권사가 라임운용이나 A운용사 등을 부추겨 TRS와 모자 펀드를 통한 개방형 펀드를 판매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다른 운용사도 단기간 몸집을 불리기 위해 해당 증권사를 활용해 개방형 메자닌 펀드를 경쟁적으로 내놨다”고 말했다.
CB·BW 발행이 코스닥시장 한계기업에 집중되면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 들어 이들 상장사의 주가가 폭락하고 환매 요청이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커지면서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메자닌 발행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자율 0%짜리 CB·BW도 봇물을 이뤘다”며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끼리 ‘돈 잔치’를 벌이다 올 들어 시황이 나빠지면서 감사의견 거절이나 상장폐지 등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도 “라임운용의 급성장 이후 판매사로부터 펀드를 개방형으로 바꾸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다”며 “개방형으로 펀드를 설정하면 폐쇄형의 5~10배로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성장에 급급했던 운용사들이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라임, 1조3500억원 환매중단 선언할 듯”
향후 금융감독원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아프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임운용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문제가 된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 등 3개 모펀드(총 1조3538억원)에 대해 전면적인 환매 중단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환매를 중지하지 않으면 만기까지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이라고 해도 만기가 빠른 가입자보다 만기가 늦은 고객이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운용사로서는 수익자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일단 환매를 전면 중단한 뒤 청산 절차에 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메자닌(mezzanine)
원래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말한다. 주가 상승 시에는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 이득을 취할 수 있고, 하락 시에는 만기까지 보유해 원리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
▶ 총수익스와프(TRS)
파생거래의 일종으로 계약 당사자가 주식 등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상호 교환하는 약정. 일반적으로 총수익매도자(증권사)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매수자(운용사)에게 이전하고 대신 수수료(이자)를 받는 형식으로 설계된다. 이때 주식은 총수익매도자가 소유한 것으로 공시된다.
최만수/이호기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