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를 공매도한 것으로 알려진 한 자산운용사가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에 공식 사과했다. 최근 에이치엘비의 거래량이 폭발하고, 급등락 장세가 이어지자 바이오주에 공매도를 한 기관투자가와 이에 불만을 가진 개인 사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에이치엘비 공매도한 운용사에…개미들 "대차거래 못하게 하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개인투자자는 유튜브를 통해 “한 자산운용사가 에이치엘비 공매도를 한 후 손해를 보고 있다는 고객 레터를 입수했다”는 내용을 내보냈다. 이 개인은 해당 운용사가 지난 8월께 바이오 주식 H종목을 공매도했는데, 이 종목이 급등해 전체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2.7%의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이후 인터넷 등에선 H종목이 에이치엘비이고 해당 운용사는 ‘타이거자산운용’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8월 이후 여섯 배 가까이 급등했다. 소문이 나돌자 타이거자산운용에는 에이치엘비 주주들의 집단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 28일 타이거자산운용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에 한 번씩 회사의 고객과 PB에게 고객 레터를 드리고 있다”고 해당 문건을 인정했다. 전체 포트폴리오 운용 금액(3500억원) 중 수십억원을 H사 주식 공매도에 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객 레터에 H사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적은 손실이라도 고객 수익률 2~3%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타이거 측은 “공매도를 하는 이유는 그 회사가 망하길 바라는 마음이나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며 “펀드 수익률을 지키기 위한 보험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완 타이거자산운용 대표는 “에이치엘비는 최근 물량이 없어 추가 쇼트(공매도)를 치고 싶은 기관이 있다고 해도 할 수 없다”며 “고객 레터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투자자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에이치엘비 일부 투자자는 주거래 증권사에 전화해 “내 주식으로 대차거래를 하지 말라”고 집단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차거래를 하는 대형 증권사 계좌를 다른 증권사로 옮기겠다는 식의 압박까지 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계좌에 있는 주식은 증권사가 본인의 허락 없이 외국인이나 기관에 대여해 주지 않는다”며 “대여 거부 의사를 밝혀야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말했다.

김동현/양병훈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