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에서 ‘그래핀 테마주’로 달아오르고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나노메딕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나노메딕스가 미고(MIGO)라는 미국 수(水)처리 업체와 4년간 최소 1000억원에 달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한 뒤 주가가 급등한 게 계기가 됐다.

셰일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수 처리용 그래핀 필터를 나노메딕스가 2대 주주로 있는 스탠다드그래핀가 미고에 납품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시장에서는 “기술 및 계약 대상의 실체가 불분명하다. 시세조종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나노메딕스 주가는 계약 발표 이후 6일까지 41.81% 올랐다.

안영용 나노메딕스 대표는 이 같은 시장의 의구심에 대해 6일 “1년에 250억원씩 4년간 1000억원을 계약했다는 내용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악의 경우에 계약 불이행이 되더라도 그건 미고의 책임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스탠다드그래핀은 연내에 미고 측에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 규모의 초도물량을 납품할 계획이다. 내년 납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미고가 미국에서 대용량 수처리 테스트를 끝낸 이후에나 납품 규모가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고는 납품받은 그래핀 필터를 내년 초 미국 플로리다 인디안라군 지역에 설치하고 하루 최대 95만L에 달하는 대용량 수처리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이 결과를 갖고 미국 정유사 등으로부터 납품을 따낼 계획이다. 기존 테스트에서 나왔던 성과가 대용량 수처리 테스트에서도 동일하게 나오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제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수처리는 활성탄소를 활용해 이뤄진다. 그래핀 학자 사이에선 “활성탄소 필터가 상용화된 상황에서 그래핀 필터가 기존 방식보다 어떻게 더 경제적·친환경적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준택 스탠다드그래핀 부사장은 “미고 측에서 기존 필터의 30% 비용으로 수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을 해와 이를 소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계약 대상인 미고의 실체에 대한 의문도 크다. 취재 결과 미고의 미국 법인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고 하는 건물에는 실제로 미고가 입주해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고의 회사 규모가 4년간 1000억원을 지불할 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부사장은 “미고가 미국 미시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사무실 이사를 준비 중”이라며 “미고의 자본금 규모는 80억원가량으로 알고 있는데, 향후 이 기술을 갖고 납품계약을 따내면 계약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미고는 미국 장성들이 임원으로 있는 컨설팅 업체 스텔라솔루션과 함께 일하고 있고, 지난 2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했다”고 덧붙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