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 종합 건축자재기업 KCC가 제2의 도약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실리콘을 중심으로 한 첨단소재 산업과 유리·인테리어 등을 중심으로 한 건자재 사업을 나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회사의 청사진이다. 건설 등 전방산업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둔화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커지는 KCC글라스 분할 기대감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CC는 23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4월 29일 36만1500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선 KCC는 10월 8일 20만4000원을 ‘바닥’으로 반등에 성공해 이후 15.19%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KCC가 오는 13일 KCC와 KCC글라스로 인적분할하는 데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적분할 후 KCC와 KCC글라스는 전문성 강화에 따른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KCC글라스는 KCC의 유리 사업과 바닥재를 포함한 인테리어 사업부문을 떼어내 내년 1월 1일 새롭게 출범한다. KCC 관계자는 “물적분할이 아니라 인적분할을 택한 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갖는 방식이다. 분할비율은 0.84 대 0.16이다.

KCC글라스는 KCC의 ‘알짜’였던 유리 부문을 가져가게 된다. 분사 이후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 전문화로 인한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KCC의 유리·인테리어 사업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7400억원 수준이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C글라스의 분할 직후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4~0.7배로 업계 평균인 1.3배보다 크게 낮을 것”이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뛰어난 만큼 영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엔 모멘티브로 날갯짓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CC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670억원으로 작년보다 31.4% 줄어들 전망이다. 건자재 부문이 주택매매거래 감소 등 건설업황 부진의 악영향을 받은 탓이다.

KCC는 지난해 인수한 세계 3위 미국 실리콘 업체 모멘티브의 실적이 내년부터 연결재무제표에 잡히게 된다. 이에 따른 ‘모멘티브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미국 비상장사인 모멘티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00억원, 매출은 3조2000억원가량이다. 증권업계에선 “KCC가 5개월여간 큰 폭의 주가 조정을 받은 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극대화됐다”며 “모멘티브 효과가 본격화하기 전에 선제적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모멘티브는 특수 실리콘과 실레인, 석영과 특수 세라믹 제품을 제조한다. 세계 24개 제조공장과 12개 연구개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모멘티브가 생산하는 소재는 자동차 타이어부터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된다.

내년 이후 KCC 실적흐름을 좌우할 모멘티브의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모멘티브는 주요 원자재인 실리콘메탈 가격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메탈은 2017년 t당 260만원을 넘어섰다가 올 들어 210만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모멘티브의 영업이익률은 7.7%로 전년(3.5%) 대비 4.2%포인트 올랐다. 모멘티브와 비슷한 규모인 일본 신에쓰화학은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9.8%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동종 업종에 속한 모멘티브도 큰 폭의 실적개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기룡 연구원은 “실리콘 부문 및 모멘티브의 성장세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면 주가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