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충돌에 정유·화학·건설株 직격탄…외국인·기관 모두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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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업종별 영향은
석유화학주, 공급 과잉에다 원재료 비용 상승 우려
효성화학 7%·한화케미칼 4%↓…정유주 에쓰오일 4%↓
'주택경기 둔화' 건설주, 해외수주 우려 겹쳐 '와르르'
석유화학주, 공급 과잉에다 원재료 비용 상승 우려
효성화학 7%·한화케미칼 4%↓…정유주 에쓰오일 4%↓
'주택경기 둔화' 건설주, 해외수주 우려 겹쳐 '와르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직접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유·화학, 항공,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이들 업종 내 간판 종목들을 대거 내던졌다.
대신 반도체 등 전기전자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미국과 이란이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고조된 긴장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관련 업종도 당분간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 사태에 정유·화학주 직격탄 이날 코스피지수는 24.23포인트(1.11%) 내린 2151.31로 마감했다. 정유주의 낙폭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7500원(5.19%) 내린 13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7월(13만6500원) 이후 약 3년 반 만의 최저치였다. 에쓰오일(-4.13%)과 GS(-3.37%)도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 수십 발을 쐈다는 소식에 장 초반부터 미끄러져 내렸다.
유가 상승이 정유주에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는 1~2개월 동안 유가가 오르면 정유업체는 싸게 구입한 원유로 만든 정유제품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른바 ‘래깅 효과’다. 하지만 제품 가격에 이를 전가하지 못하면 거꾸로 정유업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아시아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0.2달러 수준이다. 지난달의 마이너스 구간에선 벗어났지만 지난해 9월의 7.7달러보다는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유가가 오르는 동안 정유사들이 래깅 효과를 못 누렸다는 뜻이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가 악화돼 유가가 급등한다면 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정제 마진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종도 이란 사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공급과잉인 상황에 원재료 비용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효성화학(-7.35%), 롯데정밀화학(-5.83%), 한화케미칼(-4.16%), SK케미칼(-4.10%), 롯데케미칼(-3.33%) 등이 일제히 내렸다.
항공유 상승에 여행 수요 감소 우려
항공주도 이란 사태에 된서리를 맞았다. 티웨이항공이 5.83%, 제주항공이 4.28% 하락했다. 항공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4달러로 한 달 전보다 7.3% 올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증권사가 올해 항공유 가격을 평균 75달러대로 잡고 항공사 실적 전망치를 계산했다”며 “항공유 가격이 계속 오르면 실적 전망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유가가 10% 오르면 대한항공 유류비가 3200억원, 제주항공은 390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 여객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상균 DS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은 “테러 위험이 높아지고 출입국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악재에 직면한 건설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8일 4.13% 하락했다. HDC현대산업개발(-5.94%), GS건설(-5.47%), 현대건설(-5.16%), 대우건설(-4.97%) 등이 급락한 탓이다. 건설업지수는 올 들어 벌써 8.79% 떨어져 코스피지수(-2.11%)보다 낙폭이 컸다.
국내 건설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데 해외건설 수주마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직 실행된 적 없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뤄지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일부 지역 등 중동 대부분 지역이 영향을 받는다”며 “신규 수주뿐 아니라 기존에 수주한 공사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점도 건설주에 악재가 됐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투기세력의 돈줄을 옥죄고, 세금 부담을 강화하면 국내 주택시장은 더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란 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증시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늦어도 3개월 내 증시 충격이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근호/김동현 기자 eigen@hankyung.com
대신 반도체 등 전기전자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미국과 이란이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고조된 긴장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관련 업종도 당분간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 사태에 정유·화학주 직격탄 이날 코스피지수는 24.23포인트(1.11%) 내린 2151.31로 마감했다. 정유주의 낙폭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7500원(5.19%) 내린 13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6년 7월(13만6500원) 이후 약 3년 반 만의 최저치였다. 에쓰오일(-4.13%)과 GS(-3.37%)도 이란이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미사일 수십 발을 쐈다는 소식에 장 초반부터 미끄러져 내렸다.
유가 상승이 정유주에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원유를 국내로 들여오는 1~2개월 동안 유가가 오르면 정유업체는 싸게 구입한 원유로 만든 정유제품을 비싸게 팔아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이른바 ‘래깅 효과’다. 하지만 제품 가격에 이를 전가하지 못하면 거꾸로 정유업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아시아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0.2달러 수준이다. 지난달의 마이너스 구간에선 벗어났지만 지난해 9월의 7.7달러보다는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유가가 오르는 동안 정유사들이 래깅 효과를 못 누렸다는 뜻이다. 함형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가 악화돼 유가가 급등한다면 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정제 마진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종도 이란 사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공급과잉인 상황에 원재료 비용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효성화학(-7.35%), 롯데정밀화학(-5.83%), 한화케미칼(-4.16%), SK케미칼(-4.10%), 롯데케미칼(-3.33%) 등이 일제히 내렸다.
항공유 상승에 여행 수요 감소 우려
항공주도 이란 사태에 된서리를 맞았다. 티웨이항공이 5.83%, 제주항공이 4.28% 하락했다. 항공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84달러로 한 달 전보다 7.3% 올랐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증권사가 올해 항공유 가격을 평균 75달러대로 잡고 항공사 실적 전망치를 계산했다”며 “항공유 가격이 계속 오르면 실적 전망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유가가 10% 오르면 대한항공 유류비가 3200억원, 제주항공은 390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 여객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상균 DS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은 “테러 위험이 높아지고 출입국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악재에 직면한 건설
코스피 건설업지수는 8일 4.13% 하락했다. HDC현대산업개발(-5.94%), GS건설(-5.47%), 현대건설(-5.16%), 대우건설(-4.97%) 등이 급락한 탓이다. 건설업지수는 올 들어 벌써 8.79% 떨어져 코스피지수(-2.11%)보다 낙폭이 컸다.
국내 건설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데 해외건설 수주마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직 실행된 적 없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이뤄지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일부 지역 등 중동 대부분 지역이 영향을 받는다”며 “신규 수주뿐 아니라 기존에 수주한 공사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한 점도 건설주에 악재가 됐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투기세력의 돈줄을 옥죄고, 세금 부담을 강화하면 국내 주택시장은 더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란 사태가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증시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늦어도 3개월 내 증시 충격이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근호/김동현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