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원칙에 '사회책임' 못 박은 국민연금…13년 만에 개정해 '지속가능성' 원칙 추가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 자산을 운용하면서 준수해야 하는 기금운용원칙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했다. 자산 운용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재무적 요인 외에도 환경(E)·사회(S)·지배구조(G) 요소를 반드시 고려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경영계에선 국민연금이 ESG 평가가 급락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이사해임 등 주주제안을 할 수 있도록 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지침)’을 지난달 제정한 데 이어 기금운용원칙에 지속가능성을 명기해 ESG를 빌미로 기업 경영에 개입할 제도적 기반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말 기금운용지침에 담긴 기금운용원칙을 손질했다. 2006년 5월 확정된 지금까지의 5개 원칙(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운용독립성)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했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원칙을 개정한 건 13년 만이다.

운용원칙에 '사회책임' 못 박은 국민연금…13년 만에 개정해 '지속가능성' 원칙 추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작년 하반기부터 기금운용본부의 투자 때 ESG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고려를 강화하는 조치를 속속 도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작년 11월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해 현재 국내 주식 일부에만 적용하는 사회적 책임투자(ESG를 고려한 투자)를 국내외 주식 및 채권으로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작년 12월 경영계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적극적 주주활동 지침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ESG 평가 등급이 급락했거나 대규모 산업재해 및 환경훼손을 일으킨 기업 등에 국민연금이 이사해임, 이사선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주주제안을 하는 방식으로 경영 개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번에 기금운용원칙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한 것은 적극적 주주활동 지침 내용을 상위 원칙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ESG 등을 앞세워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할 근거만 강화하고 기금 운용의 독립성에는 눈을 감아 비판이 제기된다. 전직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현행 지배구조를 유지한 채 ESG를 근거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면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