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의 라임사태' 결국 터졌다…알펜루트, 2300억 환매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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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고강도 대출 회수
헤지펀드로 '라임 불똥' 확산
헤지펀드로 '라임 불똥' 확산
유망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알펜루트자산운용이 2300억원 규모 헤지펀드의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라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형 증권회사들이 헤지펀드에 제공하던 레버리지대출(TRS)을 전량 거둬들이면서 벌어진 일이다. 라임 사태의 불똥이 제2의 헤지펀드로 옮겨붙으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는 대표 펀드인 몽블랑4807을 포함해 전체 26개 펀드에 대해 28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차례로 환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환매 중단 규모는 2296억원으로, 이 가운데 1381억원어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렸다.
1조원 가까이 굴리는 알펜루트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마켓컬리, 파킹클라우드 등 유망 비상장사에 투자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사모펀드 운용사다.
알펜루트의 1호 펀드인 몽블랑4807은 2016년 설정 이후 88%의 누적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라임과 비슷하게 TRS 거래로 차입해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면서 수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운용한 게 화근이 됐다. 지난주 초 대형 증권사들이 알펜루트 펀드에 대한 레버리지 대출을 앞다퉈 회수하기로 하면서 펀드런이 촉발됐다.
증권사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까지 펀드 투자자의 환매를 부추기면서 지난 22일 하루 동안 266억원 규모의 환매가 쏟아졌다. 알펜루트는 설 연휴 전날인 23일 수익자 형평을 위해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증권사 대출회수에 멀쩡한 펀드도 '휘청'
라임發 '엑소더스' 확산
“라임 트라우마가 비이성적 펀드런(대량 환매)을 촉발하고 있다.”(한 운용사 대표)
“대형 증권사들이 혼자 살겠다고 고객을 죽이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한 펀드판매사 임원)
알펜루트자산운용의 2300억원 규모 헤지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설 연휴 직전 불과 사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가 알펜루트 펀드에 대한 파생거래(TRS·총수익스와프) 대출을 전량 거둬들이기로 하자 다른 증권사 PBS도 경쟁적으로 회수에 나섰다. PBS는 사모 헤지펀드 시장이 급속히 커지자 헤지펀드 운용회사를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증권사가 앞다퉈 설치한 전담부서다.
증권사의 무리한 대출 회수에 각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까지 고객에게 ‘묻지마 환매’를 부추겼다. 이틀 동안 증권사와 고객의 환매 요청 금액은 알펜루트 개방형 펀드의 25% 수준에 달했다. 알펜루트가 고수익을 올리는 펀드까지 일괄 환매중단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라임과 비슷하다는 오해 풀었는데…”
알펜루트는 2016년 7일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출시한 대표 펀드인 ‘몽블랑4807’을 앞세워 성장했다. 알펜루트는 라임자산운용과 달리 증권사 PB를 통해 초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펀드를 팔았다. ‘몽블랑4807’의 최소 가입금액은 10억원이다.
‘몽블랑4807’과 ‘마테호른4478’ 등 알펜루트 대표 펀드는 연평균 20% 안팎의 고수익을 자랑하고 있다. 파킹클라우드, 만나CEA, 데일리금융그룹, 마켓컬리 등과 유망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성과를 냈다. 대표 모펀드를 편입하는 다양한 멀티전략 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전체 운용자산을 1조원 수준으로 키웠다.
라임 사태가 터지자 이 같은 펀드오브펀드 방식이 라임의 모자펀드 구조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벤처기업 주식과 같은 비유동성 자산을 주력으로 하는 모펀드가 증권사 TRS를 활용해 레버리지를 끌어쓰고 있는 점도 비슷했다. 리드 등 초창기 상장사 전환사채(CB) 투자종목이 라임 포트폴리오와 겹치는 점도 시장 불신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초 라임 사태 이후 알펜루트는 넉 달 동안 1400억원 규모의 환매 요청을 소화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라임과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운용 전략을 쓰면서 고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시장 불안은 잦아들었다. 알펜루트 환매중단 펀드의 편입 자산에서 상장사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투자상품)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 리드 녹원씨앤아이 등을 전액 상각하고도 환매중단 펀드 26개 가운데 22개가 수익(설정 이후 기준)을 내고 있다.
증권사가 촉발한 펀드런
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상황이 돌변했다. 알펜루트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던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1일 임직원에게 ‘알펜루트펀드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서다. 증권가에 이 같은 내용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주요 증권사 지점에서만 22~23일 150억원 상당의 환매 요청이 쏟아졌다.
대형 증권사 PBS본부도 경쟁적으로 TRS 레버리지 청산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는 22일 만기가 도래한 160억원 규모(실제 대출금은 절반 수준인 80억원)의 TRS 상환을 요구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전체 TRS 규모는 540억원 수준이다.
증권사는 TRS 계약을 통해 펀드 자금을 담보로 잡고 사실상의 대출을 해준다. 계약서상 증권사가 TRS 계약을 종료하기로 하면 운용사는 통상 3거래일 안에 갚아야 한다.
결정타는 한투증권 PBS였다. 한투증권 PBS본부가 23일 갑작스럽게 알펜루트 펀드에 대한 260억원 규모의 TRS 레버리지 전량과 초기 투자금 30억원을 모두 거둬들이기로 했다. 설 연휴 직전 이틀 동안 증권사 지점과 PBS본부에서 600억원에 이르는 환매 요청이 쏟아진 셈이다. 알펜루트는 23일 늦게 자체 투자자금 497억원을 포함해 전체 2300억원에 대한 환매중단 결정을 내렸다. 한 증권사 상품기획 담당자는 “상환을 요청한 증권사와 고객 돈이 묶이게 되면서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는 대표 펀드인 몽블랑4807을 포함해 전체 26개 펀드에 대해 28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차례로 환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환매 중단 규모는 2296억원으로, 이 가운데 1381억원어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팔렸다.
1조원 가까이 굴리는 알펜루트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마켓컬리, 파킹클라우드 등 유망 비상장사에 투자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사모펀드 운용사다.
알펜루트의 1호 펀드인 몽블랑4807은 2016년 설정 이후 88%의 누적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라임과 비슷하게 TRS 거래로 차입해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하면서 수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운용한 게 화근이 됐다. 지난주 초 대형 증권사들이 알펜루트 펀드에 대한 레버리지 대출을 앞다퉈 회수하기로 하면서 펀드런이 촉발됐다.
증권사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까지 펀드 투자자의 환매를 부추기면서 지난 22일 하루 동안 266억원 규모의 환매가 쏟아졌다. 알펜루트는 설 연휴 전날인 23일 수익자 형평을 위해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증권사 대출회수에 멀쩡한 펀드도 '휘청'
라임發 '엑소더스' 확산
“라임 트라우마가 비이성적 펀드런(대량 환매)을 촉발하고 있다.”(한 운용사 대표)
“대형 증권사들이 혼자 살겠다고 고객을 죽이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한 펀드판매사 임원)
알펜루트자산운용의 2300억원 규모 헤지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설 연휴 직전 불과 사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가 알펜루트 펀드에 대한 파생거래(TRS·총수익스와프) 대출을 전량 거둬들이기로 하자 다른 증권사 PBS도 경쟁적으로 회수에 나섰다. PBS는 사모 헤지펀드 시장이 급속히 커지자 헤지펀드 운용회사를 상대로 돈을 벌기 위해 증권사가 앞다퉈 설치한 전담부서다.
증권사의 무리한 대출 회수에 각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까지 고객에게 ‘묻지마 환매’를 부추겼다. 이틀 동안 증권사와 고객의 환매 요청 금액은 알펜루트 개방형 펀드의 25% 수준에 달했다. 알펜루트가 고수익을 올리는 펀드까지 일괄 환매중단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라임과 비슷하다는 오해 풀었는데…”
알펜루트는 2016년 7일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면서 출시한 대표 펀드인 ‘몽블랑4807’을 앞세워 성장했다. 알펜루트는 라임자산운용과 달리 증권사 PB를 통해 초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펀드를 팔았다. ‘몽블랑4807’의 최소 가입금액은 10억원이다.
‘몽블랑4807’과 ‘마테호른4478’ 등 알펜루트 대표 펀드는 연평균 20% 안팎의 고수익을 자랑하고 있다. 파킹클라우드, 만나CEA, 데일리금융그룹, 마켓컬리 등과 유망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성과를 냈다. 대표 모펀드를 편입하는 다양한 멀티전략 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전체 운용자산을 1조원 수준으로 키웠다.
라임 사태가 터지자 이 같은 펀드오브펀드 방식이 라임의 모자펀드 구조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샀다. 벤처기업 주식과 같은 비유동성 자산을 주력으로 하는 모펀드가 증권사 TRS를 활용해 레버리지를 끌어쓰고 있는 점도 비슷했다. 리드 등 초창기 상장사 전환사채(CB) 투자종목이 라임 포트폴리오와 겹치는 점도 시장 불신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초 라임 사태 이후 알펜루트는 넉 달 동안 1400억원 규모의 환매 요청을 소화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라임과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운용 전략을 쓰면서 고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시장 불안은 잦아들었다. 알펜루트 환매중단 펀드의 편입 자산에서 상장사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닌 투자상품)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 리드 녹원씨앤아이 등을 전액 상각하고도 환매중단 펀드 26개 가운데 22개가 수익(설정 이후 기준)을 내고 있다.
증권사가 촉발한 펀드런
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상황이 돌변했다. 알펜루트펀드를 가장 많이 팔았던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1일 임직원에게 ‘알펜루트펀드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면서다. 증권가에 이 같은 내용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주요 증권사 지점에서만 22~23일 150억원 상당의 환매 요청이 쏟아졌다.
대형 증권사 PBS본부도 경쟁적으로 TRS 레버리지 청산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는 22일 만기가 도래한 160억원 규모(실제 대출금은 절반 수준인 80억원)의 TRS 상환을 요구했다. 미래에셋대우의 전체 TRS 규모는 540억원 수준이다.
증권사는 TRS 계약을 통해 펀드 자금을 담보로 잡고 사실상의 대출을 해준다. 계약서상 증권사가 TRS 계약을 종료하기로 하면 운용사는 통상 3거래일 안에 갚아야 한다.
결정타는 한투증권 PBS였다. 한투증권 PBS본부가 23일 갑작스럽게 알펜루트 펀드에 대한 260억원 규모의 TRS 레버리지 전량과 초기 투자금 30억원을 모두 거둬들이기로 했다. 설 연휴 직전 이틀 동안 증권사 지점과 PBS본부에서 600억원에 이르는 환매 요청이 쏟아진 셈이다. 알펜루트는 23일 늦게 자체 투자자금 497억원을 포함해 전체 2300억원에 대한 환매중단 결정을 내렸다. 한 증권사 상품기획 담당자는 “상환을 요청한 증권사와 고객 돈이 묶이게 되면서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