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원금 다 날릴 판인데…라임 무역금융펀드 실사 첫발도 못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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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손실 눈덩이…드러나는 금융 사기
(中) 짙어지는 무역금융 사기 의혹
라임·신한금투의 '수상한 거래'
시장선 '재구조화' 대가성 의심
1차 실사 대상선 아예 빠져
(中) 짙어지는 무역금융 사기 의혹
라임·신한금투의 '수상한 거래'
시장선 '재구조화' 대가성 의심
1차 실사 대상선 아예 빠져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가운데 ‘폭탄’은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 1호)다. 사모사채에 투자한 ‘플루토 FI D-1호’와 코스닥 전환사채(CB)를 주로 담은 ‘테티스 2호’는 그나마 원금 일부라도 찾을 가능성이 있지만 무역금융펀드는 전액 손실이 불가피하다. 미국 ‘폰지(다단계 금융) 사기’에 휘말리면서 후순위인 개인 투자금을 전액 날릴 처지다.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이 같은 미국 ‘폰지 사기’를 인지하고 지난 6월 싱가포르 회사와 재구조화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 조사는 물론 회계법인 실사도 첫발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펀드 구조가 워낙 복잡한 데다 실체가 불분명한 해외 금융사들과 얽혀 있어서다.
싱가포르로 흘러나간 펀드자금 12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과 프라임브로커(PBS) 신한금융투자가 싱가포르 무역금융업체 로디움과의 펀드 재구조화 계약 전후로 ‘수상한 거래’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무역금융펀드’ 운용자금 470억원이 지난해 9월 로디움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금은 로디움 지주회사(지분 100%)인 트리테라스가 발행하는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데 사용됐다. 트리테라스는 로디움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무역금융업체다. 이 거래로 ‘라임·신한금투→로디움→트리테라스’로 이어지는 복잡한 삼각 거래 고리가 형성됐다.
라임 ‘CI 무역금융펀드’(설정 규모 3200억원) 자체가 로디움과 밀접하게 엮여 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이 펀드는 로디움이 제공하는 무역금융 채권을 바탕으로 운용한다. 신한은행에서 2700억원가량 팔렸다. 작년 6월 로디움과 라임 무역금융펀드 재구조화 계약을 맺은 전후로 이같은 거래들이 이뤄진 것이다.
트리테라스 사모사채가 로디움 재구조화 계약과 마찬가지로 5년 만기 약속어음(P-note) 형태로 발행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라임은 개인투자자 자금(2436억원)과 신한금투 총수익스와프(TRS) 대출(3500억여원) 등 전체 5억달러 규모의 무역금융펀드 수익권을 로디움에 넘겨주는 대가로 5년 만기 약속어음을 지급받기로 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지난해 4월 로디움 관련 CI 무역금융 출시, 6월 로디움과 무역금융펀드 재구조화 계약, 9월 CI 펀드자금으로 트리테라스 투자 등이 2~3개월 간격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재구조화 대가성 거래 의심”
시장에선 이 같은 일련의 거래가 로디움과 재구조화 계약을 맺기 위한 일종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엔 라임이 우리은행 등의 판매 지원을 받아 운용자산을 6조원대로 불린 시기였다.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당시 이종필 라임 부사장이 로디움과의 무역금융펀드 재구조화 계약을 처음 공개했을 때부터 전문가들은 그 실체를 놓고 반신반의했다. 로디움은 3년 뒤(2022년 6월) 5억달러의 60%, 5년 뒤(2024년 6월) 나머지 40%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매년 5% 이자를 지급하면서 5년 후엔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30% 손실까지 우선 떠안는 조건이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모펀드 IIG가 이미 재작년 11월 펀드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 등에서 로디움에 불리한 조건이었다. 재구조화 계약 자체가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의 막대한 손실을 이연시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말 미국 IIG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 결과 ‘폰지 사기’로 판명되면서 재구조화 계약을 둘러싼 금융사기 의혹이 터져나왔다.
재구조화 계약서에선 이런 사기가 나타나는 경우 기존 약정과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결국 IIG 사기 행각을 알고 재구조화 계약을 맺었는지가 글로벌 사기 여부를 결정 짓는 핵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PBS 레버리지를 제공했을 뿐 재구조화 계약 주체가 아니다”며 “작년 말 현황을 파악하러 로디움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 당했다”고 말했다.
당국 조사 및 회계 실사도 난항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삼일회계법인의 1차 실사 결과에 포함되지 못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로디움 측과 첫 실사 미팅을 하고 재구조화 계약 쟁점사항을 질의했다. 로디움 측은 그동안 “이종필 전 부사장이 아니면 얘기하지 않겠다”며 실사 자체를 거부해왔다. 재구조화 계약의 실체가 밝혀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삼일의 무역금융펀드 실사보고서는 3월 말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도 글로벌 금융거래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자를 검찰에 통보했지만 로디움 등이 해외 금융사여서 조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싱가포르로 흘러나간 펀드자금 12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과 프라임브로커(PBS) 신한금융투자가 싱가포르 무역금융업체 로디움과의 펀드 재구조화 계약 전후로 ‘수상한 거래’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무역금융펀드’ 운용자금 470억원이 지난해 9월 로디움 측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금은 로디움 지주회사(지분 100%)인 트리테라스가 발행하는 사모사채를 인수하는 데 사용됐다. 트리테라스는 로디움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무역금융업체다. 이 거래로 ‘라임·신한금투→로디움→트리테라스’로 이어지는 복잡한 삼각 거래 고리가 형성됐다.
라임 ‘CI 무역금융펀드’(설정 규모 3200억원) 자체가 로디움과 밀접하게 엮여 있다. 지난해 4월 출시된 이 펀드는 로디움이 제공하는 무역금융 채권을 바탕으로 운용한다. 신한은행에서 2700억원가량 팔렸다. 작년 6월 로디움과 라임 무역금융펀드 재구조화 계약을 맺은 전후로 이같은 거래들이 이뤄진 것이다.
트리테라스 사모사채가 로디움 재구조화 계약과 마찬가지로 5년 만기 약속어음(P-note) 형태로 발행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라임은 개인투자자 자금(2436억원)과 신한금투 총수익스와프(TRS) 대출(3500억여원) 등 전체 5억달러 규모의 무역금융펀드 수익권을 로디움에 넘겨주는 대가로 5년 만기 약속어음을 지급받기로 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지난해 4월 로디움 관련 CI 무역금융 출시, 6월 로디움과 무역금융펀드 재구조화 계약, 9월 CI 펀드자금으로 트리테라스 투자 등이 2~3개월 간격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재구조화 대가성 거래 의심”
시장에선 이 같은 일련의 거래가 로디움과 재구조화 계약을 맺기 위한 일종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엔 라임이 우리은행 등의 판매 지원을 받아 운용자산을 6조원대로 불린 시기였다.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당시 이종필 라임 부사장이 로디움과의 무역금융펀드 재구조화 계약을 처음 공개했을 때부터 전문가들은 그 실체를 놓고 반신반의했다. 로디움은 3년 뒤(2022년 6월) 5억달러의 60%, 5년 뒤(2024년 6월) 나머지 40%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매년 5% 이자를 지급하면서 5년 후엔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30% 손실까지 우선 떠안는 조건이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모펀드 IIG가 이미 재작년 11월 펀드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 등에서 로디움에 불리한 조건이었다. 재구조화 계약 자체가 무역금융펀드 투자자의 막대한 손실을 이연시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말 미국 IIG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 결과 ‘폰지 사기’로 판명되면서 재구조화 계약을 둘러싼 금융사기 의혹이 터져나왔다.
재구조화 계약서에선 이런 사기가 나타나는 경우 기존 약정과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결국 IIG 사기 행각을 알고 재구조화 계약을 맺었는지가 글로벌 사기 여부를 결정 짓는 핵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PBS 레버리지를 제공했을 뿐 재구조화 계약 주체가 아니다”며 “작년 말 현황을 파악하러 로디움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 당했다”고 말했다.
당국 조사 및 회계 실사도 난항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삼일회계법인의 1차 실사 결과에 포함되지 못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로디움 측과 첫 실사 미팅을 하고 재구조화 계약 쟁점사항을 질의했다. 로디움 측은 그동안 “이종필 전 부사장이 아니면 얘기하지 않겠다”며 실사 자체를 거부해왔다. 재구조화 계약의 실체가 밝혀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삼일의 무역금융펀드 실사보고서는 3월 말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도 글로벌 금융거래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자를 검찰에 통보했지만 로디움 등이 해외 금융사여서 조사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