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 안건이 무더기 부결되는 사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률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전자투표가 주총 대란을 해결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안 돼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까지 예탁원을 통해 주총 전자투표를 도입한 상장사(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코넥스 합계)는 1190곳(지난달 기준)이었다. 전체 상장사 2355곳의 50.5%다. 2018년 1208곳(53.4%), 2019년 1202곳(51.0%) 등으로 최근 수년간 되려 줄어드는 추세다.

발행주식 수 대비 전자투표권 행사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행사율은 5.1%에 그쳤고 올해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부터는 미래에셋대우가, 올해부터는 삼성증권이 전자투표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지만 이들을 통해 전자투표를 도입한 상장사는 각각 100곳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는 주식시장의 손바뀜이 더 잦아져 주총 대란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최근까지 코스닥시장의 연환산 회전율은 561%로 지난해(451%)에 비해 높아졌다. ‘연환산 회전율 561%’는 1년간 주주가 약 5.6번 바뀐다는 뜻이다. 단기 투자자일수록 매매 차액에 집중하고 주총 안건에는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상장사 사이에서는 전자투표가 주총 대란을 해결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최근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잇따라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무관심한 기업이 더 많다”고 말했다.

예탁원은 전자투표제 도입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대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 의원은 “전자투표 성공 사례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를 적극적으로 독려해 전자투표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