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전망·하향 검토 22社
S&P, KCC 신용등급 하향
기업들이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줄줄이 내놓자 신용평가회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르고 있다. 업종 간판기업들의 등급마저 속절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실적 전망까지 어두워지면서 ‘등급 하락 도미노’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마트와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AA-에서 A+로 한 단계씩 내렸다. 이마트의 등급이 떨어진 건 신세계에서 분할 출범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에는 ‘부정적’ 전망이 붙었다. 신용등급을 또 한 번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에 창사 이후 첫 적자(299억원)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4분기에도 적자(4218억원)가 쌓여 지난해 1조35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한파에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겹쳐 기업 등급 하락이 줄을 이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붙였거나 등급 하향을 검토 중인 기업은 22곳에 달한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요 상장사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는 다음달부터 부정적인 전망을 단 기업들의 등급 하락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상장사 절반 '어닝쇼크'
커지는 '신용 강등' 공포
국내 상장사 절반이 작년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올해 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 추세다. 기업들의 무더기 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시장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46%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182곳 중 83곳이 컨센서스 대비 10% 이상 적은 영업이익을 발표했다(컨센서스 대비 적자 전환 14곳 포함). 10% 이상 많은 이익을 발표한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은 42곳(흑자 전환 1곳 포함)이었다. 나머지는 추정치와 비슷한 실적을 냈다.
어닝쇼크 기업 가운데 일부는 곧바로 등급이 강등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마트와 LG디스플레이의 등급을 떨어뜨렸다. 태양광 업체인 OCI는 강등 직전에 내몰렸다. 한국기업평가는 OCI가 지난해 순손실 8093억원을 냈다고 공시하자마자 이 회사를 신용등급(A+)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 하락은 기업의 신인도 악화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135곳의 1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총 19조7284억원으로, 한 달 전 21조6687억원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는 기업들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최근 코로나19 파장이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잇따라 경고했다.
이날 S&P는 “KCC가 국내 주택시장 둔화로 어려운 영업환경에 처해 있다”며 이 회사의 장기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김진성/이태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